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수장 4人4色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완성차업체는 도요타다. 제너럴모터스(GM)를 따돌리고 지난해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도요타가 올해도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이끌고 있는 주요 CEO의 철학과 전략을 알아봤다.

 
올 1월 16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자리 잡은 도요타 전시 박스. 도요타는 소형 세단 ‘코롤라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화려한 장식의 후미등을 비롯해 독특한 스타일이 눈에 띄었다. 밋밋했던 도요타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대형 세단 ‘크라운’을 선보였다. 그런데 분홍색 세단이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급 대형 자동차가 분홍색?”이라며 어리둥절했다. 그때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등장하며 ‘펀(Fun)’ 경영을 강조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핵심가치는 품질을 바탕으로 한 고객의 편안함. 하지만 도요타가 변하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차량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2011년 초 아키오 사장이 강조한 ‘고객의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하는 자동차’라는 경영 방침에서 비롯됐다.

 
아키오 사장은 2009년 6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다. 그는 도요타 창업주의 손자다. 아키오 사장은 2009년 도요타 리콜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이를 직접 수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실추된 도요타 브랜드 이미지를 추스르는 데 집중한 것이다.

아키오 사장은 추락하던 도요타가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제너럴모터스(GM)에게 글로벌 1위 자리를 뺏겼던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970만대를 판매하며 왕좌를 탈환했다. 이제 도요타의 리콜사태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품질에 대한 신뢰 역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아키오 사장은 또 다른 포석을 깔고 있다. 디자인이다. 왕좌를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디자인’으로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키오 사장의 이런 의지는 최근 출시된 렉서스에서 잘 나타난다. 품질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도요타의 포부가 읽힌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전 세계에 781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2011년 대비 6.1% 증가했지만 2010년 성장률(13.4%)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2013년 성장률 역시 3.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세계 1위는 도요타지만 왕좌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GM•폭스바겐•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저마다의 전략을 내세우며 정상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차 고유 브랜드 컬러 정립

도요타에게 1위 자리를 내준 GM은 외형 확장보다 내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에 928만대 판매한 GM은 기존 미국 내 브랜드 7개(캐딜락•쉐보레•GMC•뷰익•허머•새턴•폰티악)를 4개(캐딜락•쉐보레•GMC•뷰익)로 줄였다. 현재 GM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댄 애커슨 GM 회장이다.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 창업주의 손자로 뼛속부터 자동차 CEO라면 애커슨 회장은 2009년 6월 GM 파업 이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미국 재무부가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2010년 9월 회장으로 선임됐다.

애커슨 회장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글로벌 인수합병(M&A) 책임자를 지냈다. 애커슨 회장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GM을 부실자산, 건전자산 두개 회사로 분리해 회생 절차를 밟았다. 그래서 그는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점은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자동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가 취임 초반 꽤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다. 당시 업계에선 ‘댄 애커슨?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라고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애커슨 회장은 보란듯이 GM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GM의 또 다른 브레인은 차기 수장으로 꼽히는 메리 바라 수석부회장이다. 애커슨 회장이 구조조정을 통해 GM을 회생시켰다면, 메리 바라 부회장은 품질•디자인 등을 통한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통 GM 엔지니어 출신이다.

 
스코다•아우디•포르쉐 등 12개 브랜드를 지닌 세계 3위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907만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포르쉐를 인수한 폭스바겐이 ‘경차부터 수퍼카까지 아우르겠다’는 브랜드 구축전략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는 외형 확장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자동차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 중심에는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있다. 그는 2002년 아우디 CEO를 역임한 뒤 2007년 폭스바겐 회장에 올랐다. 빈터콘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꼼꼼한 성격을 지녔다. 그는 새로운 차를 출시하기 전 관련 시장의 주요 모델을 직접 살펴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빈터콘 회장은 설계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 결과 기본 플랫폼에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개별 부품이 아닌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덩어리째로 조립하는 ‘모듈 아키텍처’ 기술도 적용했다. 이는 신차 개발비용과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크다. 빈터콘 회장이 강조하는 생산체제 혁신이 알찬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품질+디자인’ 일반적인 성장 전략

지난해 712만대를 판매하며 세계 5위에 오른 현대차의 전략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차 성장의 중심 콘셉트는 단연 ‘품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항상 품질을 강조한다. 올해 역시 정 회장은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내세우며 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강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여기에 ‘디자인’을 추가했다. 현대차는 1월 13일 폭스바겐•아우디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을 현대차•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역량을 높이고, 양사의 디자인 차별화를 통한 브랜드 혁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06년 기아차에 합류한 슈라이어 사장은 2007년 ‘직선의 단순화’라는 기아차만의 디자인 DNA를 확립했다. 이후 K5•프라이드•스포티지R에 이를 적용해 레드닷, iF 등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판매가 741만대 체제로 구축된 상황에서 질적인 성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양사의 고유 브랜드 컬러를 더욱 분명히 정립해 나가야 한다”며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을 현대차•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에 선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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