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됐을까

저자는 ‘도쿄 대공습’의 비극을 통해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을 재조명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도쿄 대공습’의 비극을 통해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을 재조명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사적 순간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전쟁이라는 참담한 사건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민간인 희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겠단 애초의 약속을 어긴 것이 과연 ‘승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할 수 있는 걸까. 어느 때보다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1945년 3월 9일, 도쿄는 불바다가 됐다. 하룻밤에 10만명의 사망자와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더 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한 희망에서 비롯됐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당시 작전을 이끌던 미 육군항공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벌어진 미군의 ‘도쿄 대공습’을 파헤치며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을 재조명한다. 미군 지휘부가 도쿄 대공습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폭격기 마피아’가 꿈꾼 ‘윤리적 전쟁’은 존재하는지, 그들의 도전은 어떻게 좌절됐는지 따라가 본다. 

‘폭격기 마피아’는 일본 공습 작전의 주역이자 전쟁의 향방을 쥐었던 미국 육군항공대 소속 지휘관들을 일컫는다. 이전과 다른 혁신적이고 진보한 전쟁관을 주장해 만들어진 별칭이다. 폭격기 마피아가 새로운 전쟁을 꿈꾸는 덴 ‘노든 폭격조준기’와 ‘B-29 슈퍼포트리스’ 폭격기 같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바탕이 됐다.

폭격기 마피아는 최신예 폭격기를 사용한 ‘고고도 주간 정밀폭격’을 통해 전쟁의 양상을 바꾸려 했다. 그때까지는 한밤중에 낮은 고도에서 가능한 한 많은 폭탄을 떨어뜨리고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부작용에 비해 성공률은 변변찮았다. 폭격기 마피아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겪었던 무의미한 인명 손실을 피하고 적국의 산업과 군수만을 정밀 폭격해 전쟁 수행능력 자체를 제거하는 새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이상은 기상 악화와 제트기류라는 복병에 부딪힌다. 그러자 미군 지휘부는 폭격기 마피아의 고고도 주간 정밀폭격을 철회하고 이전과 같은 무차별 폭격으로 방향을 바꿔버린다. 짧은 기간에 가능한 한 많은 피해를 겪게 해 일본의 전쟁 의지를 뿌리 뽑겠단 생각에서였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충분한 숙고와 검토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희생을 멈추기 위한 대량 살상’ 뒤에는 인종차별적 사고방식도 깔려 있었다고 꼬집는다.

미군의 민간인 대학살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의 주요 도시는 잿더미가 됐다. 이는 폭격기 마피아와는 다른 미군 지휘부의 ‘또 하나의 선택’이었다. ‘전쟁 희생자를 더 낼 수 없다’는 의도는 같지만 다른 결과였다. 폭격기 마피아는 인간의 광기가 드러나는 전쟁에서 일말의 인간다움을 지키려고 했지만, 그들의 이상은 민간인 대량 살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저자는 묻는다. “전쟁의 희생자를 줄여야 한다는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두 가지 선택은 왜 다른 결과를 가리켰을까? 폭격기 마피아의 양심과 신념이 그대로 지켜졌다면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을까? 미군의 바람대로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선택은 옳았을까?” 

세 가지 스토리 

「개의 마음을 읽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동그람이 펴냄 


반려인구 1000만명 시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개’에 대한 사실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개의 많은 것을 알게 된 만큼 오해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개를 의인화하지 말고, 개 자체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 인지분야를 연구해온 그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개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개를 개로 보고, 개를 개답게 살게 하기 위한 ‘개 행동학 교과서’다. 

「민낯들」
오찬호 지음|북트리거 펴냄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2014년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생명을 잃었을 때도, 2018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을 때도, 2020년 성소수자인 변희수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잊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모두 쉬이 잊힌다. 이 책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2가지 사건을 담았다. 그 사건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들춰낸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지음| 열림원 펴냄


지난 2월 작고한 이어령 선생의 가장 사적인 고백이 담긴 산문집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가 개정 출간됐다. 여기엔 ‘이어령 문학’의 우물물이 돼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무친 마음과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됐던 여섯 살 소년 이어령의 고향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만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체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을 통해 이어령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보여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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