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 생활 중 하나다. 값비싼 골프 장비와 골프웨어는 물론이고 수십만원에 달하는 골프장 라운드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건강한 취미생활이지만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없애야할 타깃 1순위’임에 분명하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도 함께 골프를 치는데, 목표를 위해 라운드 횟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골프비용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골프는 장비를 갖추는 것부터 라운드까지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프는 장비를 갖추는 것부터 라운드까지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가 없는 부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비중은 2016년 63.7%에서 2020년 55.5%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늦게 가지려는 경향을 갖고 있는 게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DINK·Do uble Income No Kids)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 후 아이를 갖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20대 비율이 2015년 29.1%에서 2020년 52.4%로 5년 새 23.3%포인트나 상승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여성가족부 설문조사).

다만, 과거엔 출산·육아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딩크족을 선언하는 부부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부부의 행복이나 가치관을 위해 딩크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자녀를 갖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평균 22만명이 불임 문제로 병원 문을 두드린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기훈(가명·40), 김하나(가명·39)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부부는 일찌감치 자녀 계획을 포기했다. 신혼 때 병원에서 함께 정밀진단을 받았는데, 남편 양씨가 불임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부는 주눅 들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결정했다. 양육비가 들지 않아 여유자금이 많다는 딩크족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집도 수월하게 마련했다. 부부는 한달에 300만원씩 주택담보대출금을 갚는 데 썼고, 지난 1월 전액 상환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부부의 소비습관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려견 사룟값부터 부부 용돈, 여행비 등 각종 지출이 급증했다. 그래도 월급을 전부 쓰진 못했지만 이대로 가면 언젠가 가계부가 적자가 날 게 분명했다. 부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가계부 상태를 간단히 설명하겠다.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605만원으로, 남편이 310만원, 아내가 295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은 45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월평균 85만원이다. 총 지출은 538만원으로 월 67만원 자금이 남는다.

부부는 지난 1차 상담에서 간단하게 지출을 줄였다. 생활비를 105만원에서 70만원으로 35만원, 통신비·TV·인터넷을 22만원에서 10만원으로 12만원 절감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67만원에서 114만원으로 늘어났다.

이 금액으로도 재무 솔루션을 짤 수 있지만, 부부가 탄탄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이번 상담에서 여유자금을 더 확보해보기로 했다. 먼저 보험료(89만원)를 살펴봤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는 자녀가 없는데도 보험료를 4인 가구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다.

양씨는 “보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 얼마 전 보험설계사를 만나 재설계를 했는데 결과적으론 보험료만 더 늘었다”면서 “설계사의 권유에 혹해 암 보험(25만원)과 간병비 보험(3만원), 치아보험(7만원)에 새로 가입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의 치아보험은 액수가 크지 않고 보장 면에서도 문제가 없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해지하는 게 낫다. 부부의 치아 상태가 보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기 때문이다. 간병비 보험도 해지했다. 이 보험은 갱신형 상품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갱신형인 암 보험도 해지했다. 대신, 비슷한 보장을 지원하는 보험(6만원)에 새로 가입해 보장 수준을 맞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부는 보험료 89만원에서 60만원으로 총 29만원을 절감했다.

다음은 월 160만원에 달하는 부부의 용돈이다. 골프가 취미인 남편 양씨는 주말마다 스크린골프를 가거나 골프장에 다니는 비용으로 용돈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 대출금을 전부 갚은 직후 아내에게 “취미 생활에 돈을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아내가 동의했다고 한다. 나중엔 아내도 남편과 함께 골프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용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부가 함께 취미를 즐기는 걸 막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골프는 무척 비싼 취미생활이다. 수십만원이 드는 골프장 라운드 횟수를 조금만 줄여도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부부도 필자의 생각에 동의했고, 골프장 가는 횟수를 약간 줄여 용돈을 16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50만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라운드 횟수를 더 줄여 여유자금을 더 확보할 수도 있었다. 이밖에 커피값이나 술자리 등 부부가 더 절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지인과의 모임 횟수를 줄이자”는 필자의 제안을 부부는 거절했다.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모임을 피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부부가 그동안 내집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부부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 지출(월평균 85만원) 중 여행비(연 500만원)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 지출은 85만원에서 77만원으로 8만원 줄어들었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29만원, 용돈 50만원, 비정기지출 8만원 등 8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은 114만원에서 201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제 부부의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솔루션만 짜면 된다. 부부는 저축보단 부동산 재테크를 하길 원한다. 대출을 받아 투자용 부동산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걸 재무 목표로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려면 201만원의 여유자금을 또다시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전부 쏟아부어야 하는데, 부부의 미래를 부동산에만 맡겨도 괜찮을지는 의문이다. 부부가 그 흔한 적금통장이나 개인연금조차 갖고 있지 않아서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게 좋을까. 그 과정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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