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 부진 언제까지

게임주의 하락세가 심각하다. 올해 들어 벌써 40%가 빠졌다. 문제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적 부진에 규제, 새로운 먹거리의 불투명성, 여전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등 악재가 숱해서다. 게임주에 베팅한 투자자의 한숨이 길어지는 이유다.
 
국내 게임주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게임주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에 매수했는데, 떨어지기만 합니다.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요” “○○층(매수 가격대)에 사람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오늘 4% 올랐는데 30% 더 상승해야 탈출할 수 있어요”…. 국내 게임주 주식 토론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자자의 성토다. 시장에선 게임주를 ‘떨어지는 칼’이라고 부른다. 저점인 줄 알고 매수한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타서다.

10~20% 수준의 하락세가 아니다. 국내 시총 상위 10개 게임주의 올해 주가 등락률(5월 16일 기준)은 -44.4%에 달한다. 주가가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은 대규모 다중 접속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RPG) ‘미르’로 유명한 위메이드다. 올해 초 18만3900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5월 16일 6만5300원으로 떨어지며 –64.4%의 등락률을 기록했다.

다음은 57.0% 하락한 펄어비스다. 미르와 같은 MMORPG 게임 ‘검은사막’으로 알려진 곳이다. 데브시스터즈(-52.2%·쿠키런), 컴투스(-50.4%·서머너즈워)의 주가도 50% 이상 하락했다. 시총 상위 10종목 중 주가가 40% 이상 하락한 종목이 7종목에 달했다. 국내 게임주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주의 주가가 처음부터 부진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엔 제약·바이오주의 빈자리를 메우는 곳이 게임주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주가의 상승폭이 가장 가팔랐던 지난해 11월엔 게임주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코스피 시장 상장사인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는 시총 순위 13위와 27위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게임주는 3종목에 달했다. 이중 펄어비스의 시총은 9조3372억원을 기록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주가 상승세를 탄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였다. 비대면 문화의 대표주자로 게임이 떠오른 덕이었다. 여기에 P2E(Paly to Earn), NFT(대체불가능 토큰)와 같은 신기술도 게임주를 뜨겁게 달궜다. 게임 내 아이템을 가상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P2E와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 NFT 기술이 게임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면서였다.

선두 주자는 위메이드였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출시한 게임 미르4에 P2E 시스템을 구현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 미르에서 사용하는 가상화폐 ‘드레이코’를 2019년 선보인 가상화폐 ‘위믹스’로 환전할 수 있게 만들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넷마블·컴투스 등이 P2E 진출에 나서며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NFT 진출을 예고한 크래프톤·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의 주가도 무섭게 상승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❶ 부진한 실적과 차가워진 증시 =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지난해 게임사가 거둬들인 실적은 부진했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 6.5%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957억원으로 1년 전(5866억원)보다 32.5%나 감소했다.

지난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게임사의 실적도 부진으로 돌아섰다. 위메이드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275억원(2021년 1분기)에서 53억원(2022년 1분기)으로 80.7%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각각 542억원, 619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넷마블의 실적은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쿠키런:킹덤’의 흥행으로 지난해 초 1만5000원대였던 주가가 그해 10월 18만7500원까지 치솟았던 데브시스터즈도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60.4%나 감소했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몰고온 증시 부진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 업계의 실적 부진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증시 부진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성장주인 게임 관련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2분기 이후 출시되는 신작들의 흥행 성적표에 따라 관련 기업의 주가도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출시 게임의 성과와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원인❷ P2E·NFT 거품 = 국내 게임업체가 진출을 서둘렀던 P2E와 NFT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주가 침체의 원인이다. 그사이 시장의 관심은 우려로 바뀌고 있고, 시장을 흔든 대형 악재도 터졌다. 한국산 가상화폐로 불린 테라코인의 폭락세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 초 14만원대를 기록했던 테라코인의 가격은 최근 0.25원대로 폭락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매도세가 패닉셀(Panic Sell)로 이어진 탓이었다. 문제는 테라코인 사태의 불똥이 게임 업계로 튀었다는 점이다. P2E 게임의 보상이 가상화폐로 이뤄진다는 게 원인이었다. P2E 보상으로 얻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키우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규제 이슈도 여전하다. 국내에선 P2E가 불법이다. 게임산업법 32조에서 ‘게임에서 획득한 가상의 화폐를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새 정부가 규제를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미지수다. 게임산업 활성화를 얘기했던 대선 때와 달리 지난 5월 3일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선 게임 관련 정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P2E의 미래가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P2E 규제가 완화할지는 의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P2E가 게임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관련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힌 이후엔 더 그랬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정책을 맡을 것으로 보였던 부서의 설립이 무산되면서 규제 철폐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원인❸ 사실상 막힌 중국 판호 발급 = 장기화하고 있는 중국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증) 문제 역시 우려 요인이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가 발생한 2017년 이후 국내 게임의 중국 판호 발급을 사실상 내주지 않고 있다.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중국 판호를 획득한 국내 게임이 4개에 불과해서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데, 중국이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는 악재 중 악재일 수 있다.[※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490억 달러다. 이중 중국은 348억3100만 달러로 시장 규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깊어지는 투자자의 한숨

더 큰 문제는 이런 이슈들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주가 부진이 길어지는 게임 업계의 침체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신작의 흥행성과 실적”이라며 “P2E와 NFT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 흥행에 성공해야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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