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허상
루나코인과 테라코인 상관관계
루나코인 가격 폭락과 패닉셀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쌍둥이 코인 루나, 연 19.5%에 이르는 이자와 안정적인 가상화폐, 이런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정교하게 묶어 놓은 과학적 알고리즘, 그리고 폭락…. 최근 가상화폐 루나코인의 폭락 사태로 세간이 시끄럽다. 이 코인을 발행한 테라폼랩스 측은 정교한 알고리즘만 있으면 누구든 안정적으로 가상화폐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터졌던 걸까.

한국산 가상화폐로 불렸던 루나코인의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20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았다.[사진=연합뉴스]

루나코인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루나코인 가격의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20만명이 넘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시장에선 루나코인 사태가 다른 가상화폐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누구든 가상화폐 논란에 얽힐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루나코인 사태가 워낙 복잡하다는 점이다. 

스테이블 코인(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디파이(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금융서비스·Defi), 페깅(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Pegging), 알고리즘 스테이블, 앵커 프로토콜(일종의 가상화폐 예금) 등 복잡한 용어가 넘쳐나서다. 그럼 루나코인은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가격은 왜 폭락한 것일까. 이번 사태를 둘러싼 궁금증을 최대한 쉽게 풀어보자. 

■의문❶ 테라코인과 루나코인 = 루나코인 사태를 설명하기 전에 테라폼랩스란 코인 발행주체와 테라·루나란 코인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선 테라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이다. 1테라=1달러인 테라USD (UST), 1테라=1원인 테라KRT(KRT)처럼 말이다.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는 구매력을 가질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스테이블 코인을 화폐로 사용하려면 그 가치를 보장해줄 담보가 필요하다. 발행한 가상화폐가 1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 허상에 불과해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담보하는 수단이 있는데,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가장 널리 알려진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처럼 현금 예치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담보로 넣는 것이다. 셋째는 테라코인이 선택한 알고리즘 방식인데, 이게 문제를 일으켰다. 

■의문❷ 루나코인과 알고리즘 = 그렇다면 알고리즘 방식은 무엇일까. 말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코인 발행주체 테라폼랩스 측은 테라코인의 가격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또다른 코인을 이용했다. 그 코인이 바로 루나다. 1테라를 팔면 1달러의 가치가 있는 루나코인을 받는 식이다.[※참고: 1테라는 1달러의 가치를 갖지만 루나코인의 가치는 고정돼 있지 않다.] 

좀 더 쉽게 접근해 보자. 1테라=1루나=1달러란 등식을 세워보자. 1테라의 가격이 0.5달러로 떨어지면 2개의 루나코인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1테라가 2달러로 올라가면 0.5개의 루나코인을 받는다. 루나코인의 가격은 바뀌지만 이를 통해 1테라의 가격은 항상 1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페깅(Pegging)이라고 한다.

이 알고리즘에서 핵심은 루나코인이다. 가치가 1달러로 고정돼 있는 테라코인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테라가 구매력을 갖는 코인이란 건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하고, 실체는 가격 변동성을 갖는 루나코인이라는 얘기다. 투자자가 집중한 것도 루나코인이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디지털금융) 교수는 “투자자로선 가격 변동성이 없는 테라코인에 베팅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말을 이었다.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코인은 투자의 의미가 없다. 결국은 가격 변동성을 지닌 루나코인이 핵심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다른 코인의 가격을 부추기는 용도로 사용됐다는 걸 감안하면 이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문❸ 루나코인과 앵커 프로토콜 = 실제로 ‘변동성’을 지닌 루나코인의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8월 1만3000원대였던 루나코인의 가격은 12월 1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너무 뜨거웠기 때문인지 잠시 소강상태를 띠긴 했지만 올해 4월 5일 다시 14만원대로 치고 올라갔다(코인마켓캡 기준). 루나코인의 폭락세가 지난 5월 4일부터 시작됐다는 걸 감안하면 한달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그렇다면 루나코인의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테라폼랩스가 설정한 알고리즘에서 스테이블한 테라를 지키기 위해선 루나의 변동성을 자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테라폼랩스는 루나코인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방안이 가상화폐 대출·예금인 앵커 프로토콜이었다.

테라폼랩스 측은 투자자들이 루나를 사서 테라로 바꾼 뒤 테라를 자신들의 앵커 프로토콜에 넣으면 연 19.5%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 높은 이자율에 투자자가 몰리자 루나코인의 가격이 치솟았다. 루나코인이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6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의 기대심리와 높은 이자율이 만든 거품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는 거다.

■의문❹ 연 20% 이자의 덫 = 시장에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20%에 달하는 이자를 계속해서 지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테라폼랩스가 연 19.5%의 이자를 주기로 했지만 애초부터 가정에 오류가 있었다. 앵커 프로토콜을 통해 테라코인을 대출 시 테라폼랩스가 받는 이자는 연 12.4%로, 예금이자(19.5 %)보다 7.1%포인트나 낮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역마진 구조였다. 

지난 3월 주요 외신과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루나코인의 앵커 프로토콜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은 “1~2년 전 높은 이자를 제공했던 디파이 프로젝트 중 남은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며 “연 20%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루나코인 사태를 두고 폰지 사기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루나코인 사태를 두고 폰지 사기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20%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며 “결국 뒤에 투자한 투자자의 자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폰지 게임(Ponzi game)’의 덫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의문❺ 갑작스러운 폭락 = 잘나가던 루나코인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5월 4일 10만원대에 떨어지기 시작한 루나코인의 가격은 열흘 만에 0.58원으로 폭락했다. 요인은 다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으로 인한 자산시장의 불안감,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세 등 다양한 변수가 시장을 얼린 탓이었다. 

큰손이 움직였고, 루나코인이 팔려나갔다. 그러자 ‘스테이블’할 것이라던 테라코인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디페깅), 불안감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이 다시 루나 매도 행렬에 합류했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린 건 공매도 세력이었다. 공매도 세력이 루나코인의 하락에 베팅하면서 가격 폭락과 ‘패닉셀(Panic Sell)’이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코인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것이라던 알고리즘도 패닉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테라폼랩스 측은 루나코인의 폭락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하던 8만여개의 비트코인 중 7만9700여개(약 3조4000억원·비트코인 5월 8일 시세 4300만원으로 계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인간의 본능에 기반한 ‘매수-매도 행위’가 알고리즘을 무력화했다는 얘기다. 

홍기훈 교수는 “루나코인 말고도 시장의 우려를 받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적지 않다”면서 “가상화폐의 변동성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있는 한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루나코인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을 향한 믿음이 깨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돈을 노리고 뛰어드는 투자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규제 시스템을 만들 때가 됐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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