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는 1760년 초연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사진=CBOPERA.it]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는 1760년 초연 이후 큰 인기를 끌었다.[사진=CBOPERA.it]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니콜로 피치니의 작품이다. 원작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코미디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작품이다. 1760년 이 작품을 만든 피치니는 18일 만에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만든 작품이지만 오페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1760년 2월 로마에서의 초연에 성공한 이후 여러 도시에서 공연했다.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작품이 단순한 코미디 오페라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은 물론, 코믹 요소에 드라마틱한 서정성까지 더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했다. ‘착한 딸, 체키나’가 특별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던 이유다.

작품의 인기는 이탈리아에만 머물지 않았다. 1776년 11월에는 영국의 왕립극장 무대에 올랐고, 1778년에는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의 초청을 받아 중국에서도 특별 공연을 했다. 작품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착한 딸, 체키나’의 인기는 1800년대까지 계속됐다. 당시 로마의 상점과 주택은 물론 공공장소까지 오페라 여주인공 체키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니콜로 피치니 역시 이 작품의 성공으로 코미디 오페라 작곡가로의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피치니의 명성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독일 출신의 작곡가 크리스토프 글루크와 피치니 사이에서 벌어진 ‘글루크-피치니 논쟁’이 대표적이다. 1700년대 당시 파리 음악계에선 두 사람 중 누구의 오페라가 더 훌륭한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자, 두 사람에게 같은 대본을 주고 오페라를 만들게 하는 대결까지 펼쳐졌다. 그 작품이 글루크의 대표작으로 남은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대결의 결과도 아직까지 논란거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당시엔 피치니보다 먼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글루크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가 큰 인기를 끌면서 글루크의 승리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피치니의 작품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반론이 제기됐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결의 승자를 두고 열띤 논쟁을 이어갔다.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의 주제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은 남녀의 사랑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분 차이가 사랑의 장애물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라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 줄거리 = 체키나는 가난한 하녀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콘치글리아 후작의 집에서 자랐다. 전쟁 중 부모를 잃어버린 체키나를 보살펴 준 것이 콘치글리아 후작의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녀로 일하며 집안일을 돕고 있다. 그러던 중 체키나와 콘치글리아 후작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착한 딸, 체키나’는  신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사진=Ente Concerti Marialisa de Carolis]
‘착한 딸, 체키나’는 신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사진=Ente Concerti Marialisa de Carolis]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후작의 여동생 루친다였다. 기사 아르미도르와의 결혼을 준비하던 그녀가 걱정하는 건 하나였다. 귀족인 오빠와 하녀인 체키나의 사랑이 알려지면 자신의 결혼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거였다. 

결국, 루친다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를 위해 집안의 다른 하녀들인 니넬라와 레스비나의 질투심을 이용한다. 이들로 하여금 귀족과 사랑에 빠진 체키나가 부정한 여인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한 것이다. 체키나를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을 때, 독일 군인 탈리아페로가 등장한다. 

그는 독일의 한 남작이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었다. 전쟁 중 아내를 잃는 과정에서 딸까지 사라졌다는 것이다. 탈리아페로는 체키나가 독일 남작의 딸 ‘마리안나’라는 걸 확인한다. 체키나의 신분이 귀족이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체키나와 콘치글리아 후작의 사랑을 막는 장애물은 사라진다. 체키나는 사랑하는 콘치글리아 후작과 결혼식을 올리고, 후작의 여동생 루친다도 그토록 원하던 아르미도르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글 =​​​​ 김현정 체칠리아 성악가 (소프라노)
sny409@hanmail.net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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