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첫 추경과 초과세수 논란

문재인 정부가 끝날 무렵, 기재부는 ‘초과세수’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추경을 하고 싶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엄포를 놨다. 그렇게 완강하던 기재부는 불과 몇달 뒤 새 정부가 출범하자 올해 초과세수가 50조원이 넘을 거라면서 ‘국채 없는 추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며느리도 모르는 사이에 초과세수가 발생한 걸까, 아니면 추계를 잘못했던 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정치적 수사修辭’였던 걸까.[※참고: 지난 5월 29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당초 정부 추경안 59조4000억원(지방이전분 23조원 포함)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62조원의 추경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초과세수 오류 논란은 여전하다. 이 기사는 2조6000억원이 늘어나기 전의 추경안을 토대로 작성했다.]

기획재정부는 2년 연속 수십조원의 초과세수 예측에 실패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획재정부는 2년 연속 수십조원의 초과세수 예측에 실패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추가경정예산안(36조4000억원ㆍ2022년 기준 2차)이 발표된 후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추경 재원을 53조원이 넘는 초과세수와 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혀서다.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은 국채발행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 재정정책의 커다란 허점이 발견돼서다.[※참고: 윤석열 정부 추경 규모는 36조4000억원이다. 정부는 이 재원을 초과세수 53조3000억원,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 8조1000억원, 지출 구조조정 7조원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초과세수에서 지방정부 이전분 23조원, 국가채무 상환분 9조원이 빠져 총 36조4000억원이 마련된다.]

■허점❶ 초과세수 인지 = 가장 큰 논란거리는 기획재정부의 세수추계 오류다. 지난 2월 1차 추경 논의를 할 때만 해도 총 14조원의 추경을 하려면 11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재부는 고작 3개월 만에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있다면서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새 정부의 입맛에 맞춰서 초과세수 규모를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그럼 기재부는 초과세수를 언제 인지할 수 있었을까. 올해 1차 추경 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1월 21일,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2월 21일이다. 3월이 지나야 구체적인 징수 실적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도 당시 초과세수액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기재부가 초과세수를 예측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2021년 경상성장률(국내총생산+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11월 내놓은 ‘2022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경상성장률을 6.5%로 예측했다. 2019년(0.4%)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상성장률을 높을 것으로 점쳤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측치도 한은과 같았다. 

이렇게 경상성장률이 높아지면 다음 해 세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소득세나 법인세처럼 전년도 실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있어서다.[※참고: 예컨대,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상하반기를 나눠 법인세를 낸다. 이 경우 상반기 법인세는 ‘해당연도’에, 하반기 법인세는 ‘이듬해’에 귀속된다. 하반기 법인세를 이듬해에 걷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1년 하반기 경상성장률이 상반기보다 좋았다면 2022년 세수는 2021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2021년 세입의 일부(약 6조원)가 2022년으로 이월됐다. 원래 2021년에 걷어야 할 세금을 2022년에 걷기로 했다는 얘기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정부가 세정 지원에 나서면서 징세가 뒤로 밀린 거다. 이 역시 2022년 세입으로 귀속된다. 

이런 맥락에서 연초에 직전년 세입 징수액이 나오면, 기재부는 경상성장률 변화에 따른 법인세ㆍ소득세, 과세이월금 등을 토대로 초과세수를 짐작할 수 있다. 경상성장률이 꺾이면 초과세수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경상성장률이 상승하고 과세이월금이 있다면 초과세수는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올해는 어땠을까. 지난 1월 집계된 2021년 세입 징수액은 344조1000억원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행, KDI 등은 하반기 경상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측은 정확했다. 하반기 6조원에 이르는 과세이월금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재부로선 2022년 세입 규모를 344조10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앞뒤가 맞는다. 초과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기재부는 2022년 세입을 343조4000억원으로, 2021년 실제 징수액보다 7000억원 낮춰 잡았다. 아마도 이런 계산에 따라 기재부는 1월 21일 1차 추경안이 나왔을 때 초과세수가 없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올해 1차 추경 땐 ‘없던 초과세수’가 2차 추경(윤석열 정부 첫 추경)에서 잡힌 배경이기도 하다. 기재부의 지나친 과소추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몇몇 정치인의 주장대로 기재부가 새 정부의 눈치를 보기 위해 고의로 초과세수를 더 잡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기재부가 세수추계를 잘못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다. 지난해에도 기재부는 세수추계 오류를 범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허점❷ 지출 구조조정 제대로 했나 = 또다른 허점은 기재부가 말하는 ‘지출 구조조정’이 진짜냐는 점이다. 기재부가 7조원에 이르는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는 사업들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지출 시기나 방식을 조절한 게 많다. 국방부와 방사청의 예산 1조6000억원 감액이 지출 시기를 조절한 대표적인 사례다. 가령, 방사청에서 무기를 구입할 때 사용하는 계정에 돈을 넣어두고 지출 시기만 조절하는 거다.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등 융자사업을 이차利差보전 사업으로 전환한 건 지출 방식을 바꾼 사례다. 이차보전이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한 부문에 조달된 자금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걸 의미한다.

쉽게 말해 융자금을 전부 지원하지는 않고 이자만 보태주는 건데, 그렇게 하면 이미 적립된 기금을 여유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출 시기나 방식을 조절하는 것은 지출 구조조정이라기보단 ‘재정효율화나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마련’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사실 정부가 진정한 의미의 지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지출 구조조정은 국회가 본예산을 편성할 때 논의해야 할 사안이어서다. 국회에서 통과된 본예산을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한다면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약화하거나 침해하는 일이다.

그러니 국회가 정부를 향해 ‘왜 지출 구조조정을 안 하느냐’고 따지면 국회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 했다’고 해서 박수를 치면 자신들의 예산 심의가 엉망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은 국채발행 없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은 국채발행 없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이처럼 이번 2차 추경에선 숱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정부가 주장하는 ‘지출 구조조정’은 그래도 ‘효율화 작업의 일환’인 만큼 용어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초과세수 추계가 번번이 틀리는 건 큰 문제다. 이는 국가 재정정책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가 제대로 세수추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법은 하나다. 검증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제한적으로라도 존재했던 그 시스템마저 막혀버렸다. 기재부는 그동안 열린재정을 통해 세입 징수자료를 제한적으로 공개했는데, 최근 비공개로 변경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1월 기재부보다 먼저 초과세수 규모를 추산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기재부 측은 “세입 징수액 발표 시기의 자료와 열린재정의 징수자료는 차이가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지만, 설득력이 없다. 공개할 자료를 비공개하면 더 많은 오해를 부추길 수밖에 없어서다.

기재부의 이런 행태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세입ㆍ세출예산 운용상황을 세항단위와 세부산업 단위로 구분해 매일 공개해야 한다는 국가재정법(제9조)을 위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2차 추경 때 발생한 ‘초과세수’ 논란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글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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