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내집을 원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이 상당수다. 아마도 ‘설마 내가 당첨되겠어’란 생각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청약저축은 가능한 한 평생에 걸쳐 갖고 있는 게 좋다.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데다, 집을 이미 가진 이들도 기회를 노릴 수 있어서다.

청약통장은 소액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므로 노년까지 유지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약통장은 소액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므로 노년까지 유지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자녀가 없는 양기훈(가명·40)씨, 김하나(가명·39)씨 부부.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남편이 불임 판정을 받으면서 부부는 원치 않게 딩크(DINK·Double Inco me No Kids)족이 됐다.

부부는 아이가 없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산을 모았다. 일찌감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시세 4억5000만원)를 마련했고 입을 것 먹을 것을 아껴가며 빠르게 대출금을 갚아나갔다. 한달에 300만원씩 대출금 상환에 털어 넣은 결과, 지난 1월 부부는 빚을 모두 갚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대출금을 갚은 이후 부부의 과소비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빚 갚기’라는 절대적인 재무 목표가 사라진 탓이었다. 남편은 간간이 즐기던 골프에 본격적으로 빠지면서 부부의 용돈(월 160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잦은 외식과 술자리로 생활비(105만원)도 100만원을 넘어섰다. 심각성을 깨달은 부부는 소비습관을 재정비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1·2차 상담에서 필자는 부부의 가계부를 살피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양씨 부부는 남편 310만원, 아내 295만원씩 총 605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출은 정기지출 45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 월평균 85만원 등 총 538만원이다. 잉여자금은 67만원이다.

부부는 필자와의 상담을 통해 생활비(35만원), 통신비·TV·인터넷(12만원), 보험료(29만원), 부부 용돈(50만원), 비정기 지출(8만원) 등 134만원을 줄였다. 여기에 잉여자금 67만원을 더해 총 201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재무설계 최종편 = 자금을 확보했으니 이제 양씨 부부를 위한 재무 솔루션을 짜보자. 부부는 저축을 하기보단 다시 한번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싶어 한다. 부동산에 세를 놓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겠다는 건데, 부부는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상담 기간 내내 급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알아보고 다녔다”고 말했다.

급매물 매입, 경매 등이 효율적인 재테크 방식인 건 맞다. 문제는 원하는 조건을 갖춘 매물을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청약 당첨 등을 목표로 삼는 게 좀 더 현실적이다. 필자의 생각에 동의한 부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을 만들어 월 11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청약통장은 ‘평생 친구’처럼 노년까지 갖고 있는 게 좋다. 무엇보다 민간분양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게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미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이 청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민간분양에선 조건을 잘 맞추면 분양 1·2순위에 들어 당첨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일례로, 전용면적이 85㎡(25.7평)인 주택청약의 경우, 서울·부산 지역은 300만원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예치하면 1순위에 들 수 있다. 물론 ▲가입 기간 2년 이상 ▲무주택 또는 1주택자 ▲해당 도시 1년 이상 거주 등의 조건들도 갖춰야 한다.

부부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대출을 받는 대신 청약통장을 통해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분양받았을 때를 대비해 적금통장에 매월 10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수익성을 고려해 적립식펀드에도 20만원 납입하려고 한다.

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든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서인데, 부동산 외엔 재테크 초보인 부부를 위해 배당주펀드로 펀드를 구성했다. 이 펀드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시세를 얻고, 오르지 않으면 배당 시점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예상배당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상품이므로 원금손해의 리스크는 여전히 갖고 있지만, 배당금을 통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부부에게 유용할 것이다.

만일의 경우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비상금도 모으기로 했다. 이를 위해 CMA통장에 매월 30만원씩 저축할 계획이다. CMA는 투자상품이지만 일반통장처럼 입금부터 송금, 인출이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비상금 통장으로 쓰기에 제격이다.

노후도 대비하기로 했다. 부부는 연금저축펀드에 20만원씩 납입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수익률에 따라 납입금보다 많은 액수의 연금자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투자상품이므로 수익률이 높을수록 손실의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다른 노후 대비 상품으론 개인퇴직계좌(IRP)를 택했다. 월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한 이 상품은 연소득 5500만원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고, 올해 전부 공제받기를 원치 않을 경우 내년으로 이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201만원은 부동산 재테크 준비(청약저축 11만원·적금 100만원·적립식펀드 20만원), 비상금 마련(CMA통장 30만원),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20만원·IRP 20만원)에 골고루 쓰였다.

이제 부부가 첫 집을 마련했을 때처럼 근검절약하며 목돈을 모으는 일만 남았다. 애초에 부부는 부동산 재테크만을 재무목표로 삼았었지만, 필자는 마지막 솔루션을 진행하면서 비상금, 노후 준비 등 여러 목표를 추가했다. 그렇게 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딩크족인 부부가 새롭게 세운 재무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한다. 매번 말하지만, 재무설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는 당사자의 의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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