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붉은 점
화석연료로 전력 생산하면서
친환경 말하는 기업들

기후 위기가 찾아왔다는 건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은 텀블러를 사용하고 계단을 이용하고 전기를 아끼려 합니다. 개인이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사회가 잘 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청소년기후행동은 그 원인으로 ‘거대한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지적합니다. 친환경을 말하는 기업들이 사실은 탄소 배출을 늘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친환경을 말하며 석탄 발전으로 탄소 배출을 오히려 늘리는 기업들을 찾아 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기후행동은 친환경을 말하며 석탄 발전으로 탄소 배출을 오히려 늘리는 기업들을 찾아 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접이식 텀블러를 씁니다. 2020년에 샀으니 이 텀블러를 사용한 지도 3년째입니다. 그전에도 다른 텀블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데다 부피도 커서 가방에 넣는 게 쉽지 않았죠.

접이식 텀블러는 좀 다릅니다. 크기를 줄일 수도 있고 실리콘이라 가볍습니다. 텀블러 하나가 친환경 효과를 내려면 200번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는데 이미 그 횟수는 충분히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목적에 맞게 충분히 사용한 듯합니다.


환경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 같은 카페들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모양의 텀블러를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환경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텀블러를 만들어 파는 건 알겠는데, 그런 텀블러를 왜 끊임없이 생산하는 걸까요? 여러 번 사용하는 물건이니 하나만 갖고 있어도 충분할 텐데요. 저처럼 말이죠.

게다가 이 텀블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화석 연료가 사용되고 탄소가 배출됐을 겁니다. 이미 만들어진 텀블러는 그만큼 탄소를 배출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이런 텀블러를 계속 만들고, 사서, 사용하지 않고 선반에 올려두기만 했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이런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용어까지 있으니까요. 친환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닌 행위들, ‘그린워싱(Greenwas hing)’입니다. 초록색으로 잘 가린다고 해도 벗겨지지 않는 탄소 배출의 흔적이 있다는 걸 꼬집는 말입니다. 

기후 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최근 그린워싱 기업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냐고요? 아닙니다. 스타벅스 텀블러 전략이 대표적인 그린워싱 중 하나로 꼽히긴 하지만 청기행이 주목하는 건 ‘더 큰’ 규모의 그린워싱입니다. 친환경 사업을 한다면서 사실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에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들을 찾아내고 있는 겁니다. 청기행이 짚어낸 그린워싱 기업은 현대차 그룹입니다.

현대차는 2045년 9월 6일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 시점까지 전 세계 모든 현대차 공장을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하고 이 공장에서 만드는 차량도 화석연료 대신 재생 에너지로 움직이게 됩니다.

수소 전기차를 만들어 수소 사용을 늘리면 기후 위기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현대차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의 100% 전동화입니다. 전기차로 만들어 화석 연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거죠.


‘친환경’ 기업은 정말 친환경일까

이렇게 보면 현대차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보림 활동가는 현대차그룹을 ‘그린워싱’ 기업 중 한곳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2045년을 목표로 삼은 친환경 사업 방식을 2021년 9월 발표했지만 계획 발표 후에도 탄소 배출을 늘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기업들의 '그린워싱' 사례를 모아 아카이빙할 계획이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의 기업들의 '그린워싱' 사례를 모아 아카이빙할 계획이다.[사진=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기행은 5월 13일 금요일 발송한 ‘기행레터’에서 바로 이 지점을 지적했습니다. 현대차가 울산 현대차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걸 꼬집은 겁니다.

‘천연가스’란 이름으로 불리긴 하지만 사실 LNG도 화석연료의 일종입니다. 석탄보다 탄소배출량은 적긴 하지만, 그 차이가 5% 안팎이어서 석탄발전에서 LNG발전으로 전환하더라도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청기행이 짚어낸 기업들의 그린워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청기행이 5월 27일 발행한 ‘기행레터’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이 베트남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6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은 베트남 중부 꽝빈성(Quang Binh)에서 ‘꽝짝1(Qu ang Trach)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후 ‘꽝짝1 화력발전소’ 건설이 마지막이라는 걸 선언하면서 ‘탈석탄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꽝짝1 화력발전소는 그대로 지어 계획대로 가동하겠다는 입장은 바꾸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청기행의 지적을 알고 있던 저도 현대건설의 꽝짝1 화력발전소 사업을 찾아봤습니다. 건설사가 수주한 사업은 대부분 분기별로 발표되는 사업보고서에 정리됩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년 1분기 보고서에선 꽝짝1 화력발전소 사업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2021년 6월 화력발전소를 수주한 공시는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있던 겁니다. 현대건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꽝짝1 발전소 사업에 석탄 이슈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업은 우리의 주력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해외 사업장 목록에 내놓지 않고 기타에 포함했습니다.” 

이 말엔 중요한 함의含意가 있습니다.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어떤 사업을 표기하고 어떤 사업을 기타에 넣을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기업이 주력 사업이라고 판단하거나 드러내고 싶다면 사업을 표기하고 그렇지 않다면 ‘기타’에 포함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이 ‘친환경 사업’을 하는지, 아님 ‘탄소배출 사업’을 하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청기행 활동가들이 그린워싱 기업을 추적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보고서 속으로 숨은 ‘탄소 배출’ 사업

김보림 활동가의 말을 들어볼까요. “청기행의 목표는 원래 화석연료 발전 사업을 막으려던 거였어요. 하지만 청기행의 목소리만으론 기업의 사업을 막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죠. 대신 할 수 있는 게 있더라고요. ‘친환경’을 외치면서 사실은 ‘탄소 배출’을 하는 기업들을 찾아내는 거죠. 그린워싱 기업들이요.”

청기행 같은 기후운동단체의 힘만으로는 ‘석탄발전’을 막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그린워싱 기업들을 알게 된다면 변화의 싹이 움틀지 모릅니다. 지금은 ‘그린워싱’이란 오해를 받는 기업들도 이 흥미로운 변화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청기행의 추적은 계속될 겁니다. ‘같이탐구생활-붉은점’도 발걸음을 계속 함께할 생각입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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