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시작된 미래 Meta-Horizons:The Future Now

시작된 미래.
시작된 미래.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을 되돌아보면, 극단적인 변화의 시기는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것 같다. 치명적 전염병이 도는가 하면, 전세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전쟁이 터지기도 하며, 전에 없던 기술이 나타나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해서다. 

전에 없던 기술 중엔 메타버스(Metaverse)도 있다. “아직은 설익은 기술일 뿐이다”는 부정적 평가와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기대감이 맞서 있긴 하지만 탁월한 엔지니어들이 언젠간 ‘설익었다’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힐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다.

이런 필자의 기대를 입증해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과 자하 하디드(Zaha Hadid) 건축사무소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시작된 미래 Meta-Horizons:The Future Now’다. 전시 기간은 9월 18일까지다. 

이번 기획전이 남다른 가치를 갖는 건 DDP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의 건축사무소가 전시의 공동기획업체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자하 하디드는 건축가이면서도 루이비통·스와로브스키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는 예술적 감각만 뛰어나다면 상업 브랜드에서도 자신의 색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2016년 자하 하디드가 사망한 이후 건축사무소의 새 수장에 오른 패트릭 슈마허 대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진행하는 이번 기획전에선 디지털미디어·VR·메타버스·블록체인 등 디자인 매체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술을 활용한 성과물을 보여준다. 가상과 실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얻어낸 결과물들이다. 

미디어 패널.
미디어 패널.

이번 전시를 준비할 때 기획자들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동시에 작업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시는 ▲혁신적인 프로세스와 연구 ▲상상하는 디자인과 가상 세계 ▲실감형 기술과 융합 3개 섹션으로 연결돼 있다. 

전시 내용이 워낙 방대한 탓에 이 기사에선 ‘상상하는 디자인과 가상세계’만 언급하려 한다. 이 섹션은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와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마이타버스가 협업해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 ‘리버랜드 자유 공화국’을 메타버스로 구현했다.[※참고: 마이크로네이션은 국가 요소를 갖추지 못했지만 독립국가임을 주장하는 주체를 뜻한다. 리버랜드 자유 공화국은 국경 분쟁 중인 세르비아-크로아티아가 서로 ‘우리 영토 아닌 너희 영토’라고 주장하는 무주지無主地에 세워진 마이크로네이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PUBG: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과도 협업을 진행했는데, 게임 속 에란겔 맵(Erangel map)에 있는 메디컬센터의 디자인을 2022년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게임 속 메디컬센터는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코드팀이 크래프톤 산하 펍지모바일팀과 머리를 맞대고 디자인한 것이다. 게임 안에 세계적인 디자인팀의 작품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것 자체로 멋진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조형물.
조형물.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DDP는 앞으로도 다학제간多學際間 다감각多感覺적인 디자인 연구 작업을 여럿 선보일 예정이다”면서 “새로운 시도가 접목된 이번 전시와 더불어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으로 포문을 연 DDP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와 서울디자인재단이 보여주려는 디자인의 미래는 뚜렷하고도 통합적이다. 디자인의 미래와 더불어 예술의 미래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 ‘시작된 미래전’은 참 볼 만한 전시회가 될 듯하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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