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上

여기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50대 부부가 있다. 맞벌이인 데다 두 사람 모두 직급이 높아 수입이 나쁘지 않다. 부모님이 물려준 수익형 부동산에서 월세 수입도 나온다. 이렇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환경을 갖고 있는데도 부부의 가계부는 매월 마이너스를 면치 못한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자녀 교육비는 늘 부부들의 적지 않은 고민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백만원에 달하는 자녀 교육비는 늘 부부들의 적지 않은 고민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민희(가명·52)씨는 요즘 두통약을 달고 산다. 원인은 한씨의 가계부에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적자가 줄지 않아서다. 한씨의 소득이 적은 건 아니다. 중견기업에서 일하며 맞벌이를 하는 남편 안상철(가명·50)씨와 한씨는 한달에 865만원을 번다. 여기에 부모님이 물려준 단독주택(시세 3억원)에 월세를 놓아 월세 수입도 70만원씩 들어온다. 한달 소득이 935만원에 달하지만 그럼에도 가계부는 매월 적자 상태다.

한씨는 “월세 수입이 짭짤하긴 하지만, 세금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며 한숨을 쉰다. 1년에 부부가 내는 부동산 관련 세금은 총 400만원이다. 월평균 33만원씩 내는 셈이므로 실제 부부의 손에 떨어지는 월세 수입은 37만원이 된다. 수익이 대단치 않은데도 부부가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꼭 쥐고 있는 건 재개발 때문이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50대인 부부의 퇴직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씨는 3~5년 후엔 퇴직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남편 안씨는 정년까지 최대한 버티려고 노력 중이다. 두 자녀(17·14)가 사회에 나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안씨는 회사에 다니는 게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다. 이런 이유로 아내에게 “퇴직하기 전에 자산을 정리하고 가계부를 점검하자”고 제안했고, 아내도 이를 수락해 부부는 함께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부부의 가계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부부의 월소득은 935만원이다. 남편이 480만원, 아내가 385만원을 벌고 단독주택의 월세 수입이 70만원씩 발생한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31만원,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 130만원, 통신비·TV·인터넷 35만원, 자녀 교육비 260만원, 교통비·유류비 65만원, 보험료 78만원, 부부 용돈 140만원, 자녀 용돈 25만원이다. 이밖에 약 구입비(10만원), 가족 회비(6만원), 정수기 렌털비(3만원), 신문 구독료(2만원) 등 자잘한 비용을 더하면 총 785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명절비·경조사비(연 200만원·이하 1년 기준), 휴가비(150만원), 부동산·자동차 관련 세금(470만원), 자동차보험(140만원) 등 960만원이다. 월평균 80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연금저축 총 60만원, 적금 총 90만원, 예금 10만원 등 160만원이다. 부부는 이렇게 총 1025만원을 쓰고 90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부부는 부동산 세금 때문에 적자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부동산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달에 260만원씩 쓰는 자녀 교육비가 문제다. 올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각각 입학한 두 자녀를 위해 부부는 “1학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유로 막대한 교육비를 쏟아붓고 있다.

필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부부의 교육관을 존중해 자녀 교육비는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의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기에 매월 수십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면, 부부도 자녀 양육 방침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정기 지출 중 470만원에 달하는 부동산·자동차 관련 세금도 마찬가지다. 이 지출 항목이 전체 비정기지출(960만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재점검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기준금리가 오른 것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들도 뒤따라 대출금리를 올린다. 그러면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줄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부부는 부모님이 물려준 집을 재개발이 확정될 때까지 쥐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처분하고 다른 재테크에 투자해야 할지를 이번 상담을 통해 결정할 생각이다.

1차 상담에선 곧바로 조정이 가능한 지출부터 줄여보기로 했다. 가장 손쉬운 건 식비가 포함된 생활비(130만원)다. 요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직장 근처의 점심값이 만만찮다. 특색 있는 점심 메뉴는 1만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저렴한 점심만 먹어도 식비를 적잖이 줄일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부부는 13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식비를 20만원 줄여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2차 상담에서 조금 더 절감할 생각이다.

1차 상담은 여기서 끝났다. 부부는 식비(130만→110만원)를 절약해 월 적자 규모를 9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줄였다. 늘 그렇듯 1차 상담은 부부의 스토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동산 처분이나 보험료 등 굵직한 내용들은 2차 상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볼 생각이다. 특히 부부에겐 부동산 처분 여부를 따로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과연 부부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