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는 MZ세대 전유물인가
시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 있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지갑을 연다는 ‘가치소비’가 대세다.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자연 분해되는 소재로 만든 제품을 구입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환경은 언제나 보호해야 할 가치 있는 존재였다.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MZ세대의 가치소비와 환경을 지키려 송충이를 잡았던 베이비붐세대의 그것은 과연 다른 걸까. 

가치소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떤 선택이 가치를 실천하는 것인지부터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치소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떤 선택이 가치를 실천하는 것인지부터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의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70.5%).”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개념 있는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78.1%).” 여기저기 온통 ‘가치소비’다. 가치 있다고 판단한 제품에는 과감하게 소비한다는 이 가치소비 트렌드는 몇년째 시들지 않는 이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치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주인공은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다. 너나없이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로 소비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기업들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에 부응하기 위해 수개월간의 연구 끝에 신제품을 내놨다”고 마케팅한다. 그렇다면 가치소비의 정체는 뭘까. 개인의 보람이나 쓰임보다 사회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소비를 가치소비라고 하면 될까. 

남의 시선 따윈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원하는 곳에 돈을 쓰는 행위를 가치소비라고 정의할 만할까. 명품을 사지 않고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도 가치소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딱 한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언급한 이 모든 질문에 ‘가치소비’란 소비트렌드가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의미를 담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표출한다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는 단어까지 파생됐을 정도로 가치소비는 뜨겁다. 

하지만, 내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혼란스러울 것만 같다. MZ세대의 가치소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소신 있게 가성비 높은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이 과연 MZ세대만의 트렌드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사실 가치소비는 MZ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령,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공생’ ‘환경보호’ ‘합리적 선택’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것들이다. 지금의 MZ세대에게 환경보호가 중요한 이슈인 것처럼 베이비붐세대가 어렸을 때도 환경보호는 주요 화두였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르다. MZ세대는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종이빨대를 쓰거나 텀블러를 사용하는데, 베이비붐세대는 나무를 심거나 송충이를 잡았다. 방법은 다르지만 환경을 보호한다는 가치는 같다.

이런 것도 있다. 오늘날 MZ세대는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포장지를 줄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사회적 공생을 실천한다. 베이비붐세대는 국산품을 애용하고 수입품 소비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발전을 꾀했다. 이 역시 추구하는 가치는 같지만 세대에 따라 그 방법만 달라진 거다.

추구하는 가치가 특별히 새롭지 않다는 것 말고도 혼란스러운 건 또 있다. 가치소비의 예로 나타나는 많은 소비행동이 알고 보면 상호 모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난한 대학생이 각종 정보를 활용해 최저가로 럭셔리 피규어를 구매했다. 남의 시선이나 규범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샀다면, 이것은 가치소비일까.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친환경용품이라서 일반 제품보다 비싼 돈을 주고 샀다. 이 역시 가치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가치소비의 ‘가치’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것을 정의하는 것도 매우 다양하다. 자칫 동어반복의 늪에 빠져 아무런 정보도 줄 수 없는 ‘정보가치 제로’의 소비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치의 의미에 지나치게 천착할 필요가 없다. 가치소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치를 실천하는 일인지 살펴야 한다. 요즘 MZ세대는 합리적인 선택의 기준을 제품의 기능이나 내구성, 디자인에 두지 않는다. 대안이라고 등장한 것들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품질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로잡는 건 ‘그 이상의 무언가’다. 환경적인 가치가 있거나 개인의 감성을 자극할 요소가 있어야 한다.

MZ세대의 가치소비만 주목받고 있지만 기성세대도 여전히 ‘가치소비자’다. 그들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는 대안에 소비를 한다. 

최근 필자는 10~80대 소비자 415명 대상으로 가치소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20~30대보다 60대 이상에서 “그렇다”는 대답이 더 많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가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송충이에서 텀블러로 바뀌어 왔을 뿐이다.  

글 =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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