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3년 서울교통공사 보고된 영상 공개
지하철 객차 내 CCTV 실시간 송출 영상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 왜 껍데기 됐나

서울교통공사는 2011년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는 2011년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사진=연합뉴스]

지하철이 라인을 질주하고 있다. 기관사는 운전석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고 있다. CCTV를 통해 승강장의 모습은 물론 달리는 객차 안 화면이 실시간 송출되고 있다. 최근 화면이 아니다. 2011년 5월과 2013년 10월에 촬영한 영상 속 모습이다. 무려 11년 전에도 ‘실시간 송출’이 가능했던 객차 내 CCTV는 왜 무용지물이 됐을까.

서울 지하철 1~9호선 객차에 설치된 CC TV는 사실상 껍데기다(서울교통공사 기준). 객차 내 CCTV에서 촬영한 화면을 ‘실시간 송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그럼 서울교통공사가 2011년 구축했다는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는 어디로 간 걸까. 아울러 11년 전 이 장치는 어떤 기능을 갖고 있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 입수한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의 시범운행 영상과 지하철 객차 내 CCTV 영상을 보자. 길이는 각각 2분59초, 21초다. 시범운행 영상을 촬영한 건 2011년 5월 26일 오후 4시께다. 객차 내 CCTV 영상은 2013년 10월 10일 촬영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상행선) 청담역에서 뚝섬유원지로 향하는 열차 기관실 안, 화면 왼쪽에 모니터 한대가 보인다(화면❶). 모니터 상단엔 ‘시험중 전원 OFF 금지’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4분할로 나눠진 화면에는 지하철이 방금 출발한 청담역 승강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다. 화면 상단엔 ‘청담-상행’이 적혀 있다.

지하철이 청담역을 출발하고, 터널 속을 달린다. 이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시민 고객 여러분, 저희 5678 서울도시철도는 고객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22초가 지나자 화면이 2분할로 바뀐다(화면❷). 상단의 글자도 ‘뚝섬유원지-상행’으로 바뀐다. 달라진 화면엔 지하철이 향하고 있는 뚝섬유원지역 승강장이 나온다. 화면 구성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승강장 중간에 설치된 2대의 CCTV가 승강장 왼편과 오른편을 각각 맡아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듯하다.

화면 속 승강장은 한산했다. 승강장을 오가는 몇몇 승객과 시설물을 살피는 역무원이 보인다. 화면을 통해 기관사는 뚝섬유원지의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청담역을 출발한 지 1분 후, 영상이 밝아지며 지하철이 청담대교 철교로 들어선다.

여전히 뚝섬유원지 승강장엔 사람이 별로 없다. 지하철이 1211m의 철교 위를 달리면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사이에도 모니터엔 영상이 끊김 없이 전송되고 있다. 화질도 선명하다. 승강장에 사고로 이어질 만한 위험요소가 있다면 기관사가 즉시 파악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

모니터로 볼 수 있는 건 승강장뿐만이 아니었다. 화면 상단엔 터치로 조작 가능한 버튼들이 배치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화면❸). 이를 통해 기관사는 승강장 영상을 포함해 객차 영상, 전·후방 영상, 다음역 영상 등을 볼 수 있는데, 간단한 조작을 통해 지하철 구석구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객차 영상’ 버튼이 구현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능 덕분에 기관사는 승강장뿐만 아니라 달리는 지하철의 내부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21초짜리 객차 내 CCTV 영상을 보면 승객들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화면❹).

지하철이 청담역을 출발한 후 1분50초가 지나자 기관실 창문으로 뚝섬유원지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역은 뚝섬유원지, 뚝섬유원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모니터로 승강장 상황을 미리 확인한 덕분에 기관사는 평소처럼 열차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뚝섬유원지역으로 진입한다(화면❺).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들이 하나둘씩 스크린도어 앞에 서면서 승강장이 붐비기 시작한다. 2분26초, 지하철이 뚝섬유원지역에 완전히 정차한다.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타고 내린다. 기관사는 모니터를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본다.

“출입문 닫힙니다.” 20초 후, 승객이 모두 탑승한 것을 확인한 기관사가 열차 문을 닫는다. 2분50초, 7호선 지하철이 서서히 뚝섬유원지역을 빠져나간다.

영상은 이렇게 끝이 난다. 이 영상을 통해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 ‘사각지대’였던 지하철 내부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이 장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안전사고·비상사태 발생 시에 유용한 장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또다시 의문이 남는다. 서울교통공사는 왜 10년 전에 구축한 이 시스템을 유용하게 활용하지 않았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