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낸시랭 : 버블코코 : 미러 플레이

Nancy Lang, 91.0x91.0㎝, 2022-06.[사진=작가 제공]
Nancy Lang, 91.0x91.0㎝, 2022-06.[사진=작가 제공]

낸시랭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개인전을 열 만큼 작품 활동에 몰입한다. 지난 2일 ‘낸시랭 : 버블코코 : 미러 플레이’ 전시 오프닝 첫날부터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낸시랭의 열정에 다양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고, 필자도 그 대열에 끼어 있었다. 

사실 필자는 전시장에 조용히 들르는 걸 좋아한다. 작품을 관람한 다음 작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이를테면 버릇이 됐다. 당연히 오프닝은 더더욱 참여를 꺼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작품을 본 다음, 필자만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칼럼을 작성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혹여 궁금한 게 있다면, 이메일과 전화로 작가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곤 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선 이를 용인해주는 작가들이 많긴 했다. 

그런데 이번 신사동 SA갤러리에서 진행된 낸시랭의 전시회는 오프닝 데이에 방문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든 덕도 있었지만, 낸시랭의 초대장을 받은 게 필자의 발걸음에 영향을 미쳤다. 

한 작가의 가치(value)와 철학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한데, 이는 주식의 장기투자와 비슷하다. 다름 아닌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따금씩, 아니 꽤나 종종, 작가들의 놀라운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를 이전 작품과 대비해 보고, 이를 통해 다음 작품을 추정해보면, 작가의 숙성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낸시랭의 작품에서 번뜩이는 가치를 엿본 적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선 그 기대감이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진정한 가치였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Nancy Lang, 91.0x91.0㎝, 2022-01.[사진=작가 제공]
Nancy Lang, 91.0x91.0㎝, 2022-01.[사진=작가 제공]

이번 전시회의 형식은 지난해 열었던 ‘버블코코 Bubble Coco’에서 한층 더 확장된 세계관과 다양한 영역의 대가들이 보여준 작품을 오마주하는 거였다.[※참고: 낸시랭의 ‘버블코코 Bubble Coco’는 다양한 감상 포인트가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코코샤넬이다. 이 고양이는 안정과 영원을 의미한다. 낸시랭의 트레이드마크인 ‘어깨 위에 올려진 인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더스쿠프 통권 462호 This is 낸시랭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작가 중 일부는 시장에서 인정받고 갤러리를 통해 전시회를 연이어 개최하면 자신도 모르게 ‘도그마(dogma)’에 빠지고, 자기복제를 일삼는다. 그것이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게 된 작품의 형태여서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낸시랭은 분신이자 주인공인 코코들을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만들었다. 색상과 붓질도 이전보다 더 평안해진 듯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이번 작품은 지난해 보여준 코코들이 다양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비로소 ‘하나’가 된 듯하다. 마치 코코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존재한 듯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해당 작품의 원작자도 이런 코코를 보면 무척이나 반길 듯하다. 

전시 풍경.[사진=더스쿠프 포토]
전시 풍경.[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번 작품에선 낸시랭의 실력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특히 작품에 입힌 색이 눈길을 끌었다. 낸시랭이 우리에게 익숙한 기본 원색과는 다른 고유의 색상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낸시랭이 자신의 작품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비율을 실험을 통해 얻어낸 색상체계라고 한다.

이처럼 올해 열린 낸시랭의 전시회는 좀 더 원숙한 느낌이 풍겼다. 낸시랭의 작품은 8월 평창동 갤러리세줄, 9월 키아프와 협업한 프리즈 아트페어에서도 만날 수 있다. 프리즈 아트페어에선 9m 대형 벽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낸시랭이 이번 전시에서처럼 나머지 전시에서도 개성 가득한 예술혼을 불태운다면 대중문화계와 순수예술계 모두에서 인정을 받는 작가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또다시 낸시랭의 작품에 ‘기대’를 품는다. ‘낸시랭 : 버블코코 : 미러 플레이’ 전시회는 23일까지 열린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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