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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각양각색 점자 지폐
투명창 있는 말레이시아 링깃
시각장애인도 금세 구분 가능

말레이시아의 지폐 링깃에는 투명창이 있어 시각장애인들도 쉽게 지폐를 구분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달러화, 파운드화, 엔화, 프랑화. 세계 각국의 화폐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제각각인 이름만큼이나 모양도, 크기도 천차만별이죠. 어디 이뿐인가요. 지폐 속에 담긴 인물과 풍경, 동전에 그려진 무늬 · 기호 하나하나에도 저마다 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가령, 미국의 1달러 지폐에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스위스의 10프랑 지폐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르 코르뷔지에가 그려져 있죠. 

베트남의 고액권인 20만동짜리 지폐에는 3000여개의 섬과 바위로 이뤄진 하롱베이의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가요? 흔하게 쓰이는 돈에 각 나라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흥미로운 점은 또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지폐 위에 새기는 점자 표식이 나라마다 각양각색이란 겁니다. 점자는 국제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나라별로 다양한 형태의 점자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폐의 앞면 가장 아래쪽에 원과 직선으로 점자를 표기했습니다. 스위스는 네모
 · 세모 · 동그라미와 같은 도형을 점자로 사용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지폐의 앞면 우측에 작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점자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액면별로 점자의 질감과 크기가 달라서,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의 촉감을 확인하거나 크기를 가늠해 얼마짜리 지폐인지 구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시중 지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을 타다 보니 점자가 쉽게 닳아버린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신권이 아닌 이상 점자를 통해 지폐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나라가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입니다. 말레이시아 지폐(Ringgit
 · 링깃)에는 일명 ‘투명창’이 있습니다. 지폐의 앞면 좌측에 구멍을 낸 뒤 이를 투명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막아둔 거죠. 

액면별로 구멍의 모양이 다르고, 투명창의 촉감도 링깃의 다른 면과는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덕분에 시각장애인들은 링깃을 살짝 만져보기만 해도 얼마짜리 지폐인지 금세 구분할 수 있습니다. 투명창에 쓰인 폴리프로필렌은 면섬유와 달리 쉽게 닳거나 찢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죠. 구분도 쉽고, 닳아 없어질 걱정도 없는 투명창. 우리나라 점자 지폐에도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글 =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기획 = 장훈이 배리어 프리 프렌즈 대표
일러스트 =정승희 배리어 프리 프렌즈 디자이너 
storkj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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