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이상한 배분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재원이 집중된 탓에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2004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근거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편성해 지방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균특회계가 당초 목적대로 잘 쓰이고 있느냐는 거다. 가령, 국가균형발전을 위한다면서 서울시에 보조금을 주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역설적이지만 서울시도 균형발전특별회계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역설적이지만 서울시도 균형발전특별회계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특회계)를 편성해 지방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균특회계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적에 맞게 잘 쓰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균특회계 예산이 국가균형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했는지를 증명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러다보니 균형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얼마가 배분되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균특회계의 일부인 보조금을 역추적해서 이를 토대로 균특회계의 합목적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우선 243개 지자체의 2021~2022년 예산서와 지방재정365 등을 토대로 균특회계 보조금의 각 지방자치단체별 배분 현황부터 살펴봤다.[※참고: 향후 균특회계 사업들도 분석해볼 예정이다. 그러면 균특회계의 방향성과 합목적성을 조금이나마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광역지자체 지원 보조금 = 2022년 각 지자체에 배분된 균특회계 보조금은 총 9조649억원(당해연도 예산 기준)이다. 이 가운데 5조7961억원(63.9%)을 17개 광역시ㆍ도(본청 기준)에 지원했다. 평균 3409억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균특회계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전남도(6452억원)였다. 경북도(6339억원)와 경기도(6210억원)도 보조금을 많이 받았다. 보조금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특별시(563억원)였다. 울산광역시(851억원)와 대전광역시(947억원)도 보조금이 적은 편에 속했다. 서울시는 1493억원의 보조금을 배분받았다. 

전년도와 비교해 보조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남도로, 581억원 증가한 6047억원이었다. 이어 충북도는 548억원 늘어난 3754억원, 전북도는 337억원 늘어난 5094억원이었다.

보조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경기도로, 1238억원 줄었다. 이어 서울특별시는 368억원, 전남도는 212억원이 감소했다. 전체 예산 대비 보조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6.5%),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시(0.3%)였다.

■기초지자체 지원 보조금 = 나머지 3조2688억원(36.1%)은 226개 기초지자체(시ㆍ군ㆍ구)에 배분됐다. 이들 기초지자체 가운데 균특회계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경북 포항시로 561억원을 배분받았다. 이어 경남 창원시(551억원), 충북 충주시(406억원) 순으로 많았다.

서울 송파구와 양천구, 성북구, 성동구는 균특회계 보조금을 배분받지 않았다. 기초지자체 중 본예산 대비 균특회계 보조금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전북 임실군으로 7.7%에 달했다. 강원 고성군(6.5%)과 인천 옹진군(6.4%)도 비중이 높았다. 

2021년과 비교해 균특회계 보조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초지자체는 경기 김포시로, 182억원이 증가했다. 충북 충주시는 171억원, 경남 창원시는 151억원 증가했다. 반면 보조금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초지자체는 전년보다 263억원 줄어든 전남 완도군이었다. 전남 화순군은 239억원, 충남 천안시는 194억원이 감소했다. 

일부 자치구는 보조금 0원

이처럼 균특회계 보조금 배분 현황만을 놓고 보면 균특회계 보조금이 국가균형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기가 힘들다. 기사에서 보듯 균특회계 보조금의 배분을 ‘양量’으로만 기록해 ‘질적 판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의 재정자립도는 76.3%(통계청ㆍ2022년 세입과목 개편 후 기준)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다. 전국 평균 45.3%보다 31.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서울시에 왜 10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배분하느냐는 거다. 일단 각종 재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균특회계의 취지에 어긋난다. 

그 보조금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배분하는 게 취지상 옳은 집행이기도 하다.[※참고: 당연한 지적이지만, 서울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무조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인프라 건설의 경우 둘 이상의 지자체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서다. 향후 각 사업들까지 함께 살펴보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또 있다. 균형발전을 위해 균특회계를 편성ㆍ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더 많은 돈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중엔 전년 대비 보조금을 더 적게 받은 곳도 있다. 일례로 전남 강진군의 재정자립도는 7.8%로 전국 지자체 중 하위 20위에 속한다. 전국 평균보다도 37.5%포인트나 낮다. 그만큼 ‘돈이 없는 지자체’란 얘기다. 

그런데 균특회계 보조금은 46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고작 1.0%다. 강원 평창군도 마찬가지 사례다. 평창군의 재정자립도는 11.0%다. 전국 평균보다 34.3%포인트 낮다. 그럼에도 균특회계 보조금은 69억원, 전체 예산 대비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남 완도군은 재정자립도가 6.5%로 전국 하위 5위인데, 전년 대비 보조금은 가장 많이 줄었고(-53.5%ㆍ263억원 감소), 서울 성북구의 재정자립도는 19.9%인데, 보조금은 0원이었다. 이렇게 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보조금 기준은 별개라는 건데, 과연 이렇게 해서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할까.

다시 말하지만, 균특회계의 취지는 ‘균형발전’이다. ‘균형발전’의 첫번째 목적은 부족한 곳을 더 많이 지원해 ‘양적ㆍ질적 평행’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균특회계에서 발생한 보조금이 서울시에 투입되거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지원을 덜 받는 사례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제대로 된 사업에 보조금이 쓰이고 있는 걸까. 이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걸까. 추후 균특회계 사업을 분석해 그 답을 유추해보려 한다. 

글 = 이성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lshyun6@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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