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신고제 과태료 1년 연기의 함의 
임대료 조정 기준 세우려면
결국 실거래 데이터 필요해

물건과 돈이 오가는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실거래가’를 공개하는 거다. 어떤 제품이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리는지 알고 있어야 정확한 거래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은 지금까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부동산 임대료를 신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2021년부터 부동산 임대료를 정부에 신고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 허점이 숱하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후 2021년 6월부터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작됐다.[사진=뉴시스]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 후 2021년 6월부터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작됐다.[사진=뉴시스]

“시세 없이 물건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한번 따져보자. 컴퓨터 부품이나 중고 자동차를 사려고 할 때 시세 검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더 저렴한 가격이 있는지 찾아보는 건 물론이고 내가 사려고 하는 물건의 상태가 다른 물건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거다.

이 조건을 그대로 부동산에 적용해보자. 매매하든 빌리든 부동산은 거래관계를 맺을 때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고가 물품’이다. 다른 사람이 얼마에 부동산을 사거나 빌렸는지 확인하는 건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차 시장은 오랫동안 불투명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임대차 계약의 실거래가를 수집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부동산 시세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 중 하나다.

‘호가’라고 불리는 가격은 흔히 부동산 벽면에 붙은 광고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거래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임대인이 먼저 시장에 내놓는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 거주하려는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과 동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에 붙어 있는 ‘보증금ㆍ월세’ 같은 호가만으로 임대차 시장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깜깜이 시장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실거래가의 ‘누락 없는 신고’뿐이다.

물론 모든 부동산 매매계약은 정부에 신고된다. 2006년 부동산 매매계약에 신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ㆍ월세만은 예외였다. 신고 의무가 없는 전월세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등이 전부였다.

이런 불편한 현실은 2020년 변곡점을 맞았다. 그해 7월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었다.

‘임대차 3법’으로 불리던 ▲주택 계약갱신청구권 인정 ▲주택 임대차 갱신 계약 시 임대료 상한 5% ▲임대차 거래 신고제를 위한 법적 발판이 마련됐던 거였다.[※참고: 임대차 거래 신고제의 골자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8월께 바로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한제’와 달리 임대차 거래 신고제는 출발이 늦었다. 시행일을 두 제도보다 10개월 늦은 2021년 6월로 잡았고, 계도기간도 1년 설정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최근 이 기간을 2023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했다는 점이다. 

또 미뤄진 과태료 부과

이유가 뭘까. 계도기간 1년의 실적이 나빴던 걸까. 그래서 1년을 더 연장한 걸까. 아니다. 계도기간 1년의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임대차 계약 건은 총 122만3000건이 신고됐다. 확정일자 데이터와 합산하면 임대차 거래량은 208만9000건까지 늘어난다. 2020년 6월~2021년 3월 184만9000건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13.0%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확정일자 신고가 적었던 월세와 비아파트 거래의 정보량도 늘어났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임대차 계약은 전입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임대차 계약정보를 수집하는 게 어려웠다.

가령, 임대인들은 다주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하면서 ‘전입신고 불가’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숱하다. 전입신고를 하면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다주택자가 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계도 기간을 1년 더 늘리면서 정확한 임대료 데이터 수집은 더 멀어지게 됐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계도 기간을 1년 더 늘리면서 정확한 임대료 데이터 수집은 더 멀어지게 됐다.[사진=뉴시스]

임대차 거래가 발생했을 때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면, ‘사무실’의 탈을 뒤집어쓴 ‘주거용 오피스텔’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임대차 거래 신고가 계속해서 제대로 이뤄진다면 정확한 시장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임대료 데이터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임대차 거래 신고제의 계도기간이 1년 연장되면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은 더 멀어졌다. 이미 구멍도 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보증금 6000만원 미만, 월 임대료 30만원 미만 거래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 틈을 노린 꼼수도 난무했다. 월 임대료는 ‘29만원’으로 낮추고 관리비를 높여 실제로는 ‘월 50만원’을 받아내는 식이었다.

이런 저항에도 정부가 임대료 데이터를 모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표준 임대료를 산정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언급도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2017년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6개소에 처음으로 설치되며 운영을 시작했다.

주택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모든 갈등을 다루지만 위원회의 ‘조정 대상’ 중 가장 상단에 있는 항목은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감에 관한 분쟁’이다. 임대료 문제를 맨 위에 올려둔 거다. 


조정 절차에 따르면 임대료 5% 증가 제한이 있어도 ‘임대인 마음대로’ 임대료를 높이는 건 불가능하다. 계약서에 있는 기존 임대료와 주변 임대계약 시세를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주변 임대계약 시세’는 결국 실거래가를 말한다. 갈등을 해결할 때도 임대차 계약 실거래가가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임대료 5%를 올리려는 집주인과 현재 임대료를 유지하려는 세입자 간 갈등은 주변 시세 조사와 기존 임대료를 비교한 후 2.9% 인상 수준에서 마무리되기도 했다. 주변 시세가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

임대차 거래 신고제의 1년 연기로, 임대료는 다시 1년간 느슨한 감독 속에서 집계될 수밖에 없다. 임대차 시장 투명화를 위한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워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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