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기차 연착륙 위한 제언
인력 재편성 필요한 제조 현장
미래 인재 키우기 위한 준비 미흡
서비스와 정비 시장 사라질 위기

자동차 시장의 변화 속도가 심상치 않다. 100년 넘게 지속된 내연기관차 중심의 시장 구조가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의 예상 공존 기간도 40여년에서 15~20년으로 짧아졌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다. 더스쿠프가 친환경차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짚어봤다.

자동차 정비 시장이 점점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사진=뉴시스]
자동차 정비 시장이 점점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30여년간 지속된 내연기관차의 역사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차들이 내연기관차 시장을 잠식하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당초 기존 내연기관차와 무공해차가 공존하는 과도기를 40년 정도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15~20년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내연기관차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무공해차로 대체할 거라는 얘기다. 

중요한 건 변화가 너무 빠르면 사회 곳곳에서 받는 충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는 건 문제다. 몇가지 영역들을 나눠서 살펴보자. 

■충격❶ 생산 현장 =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물론 자동차 산업에서 노사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서로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에서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5’를 선보였다. 모두가 아이오닉5의 흥행을 예고하며 기뻐했지만, 현대차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전기차를 생산할 때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가량 더 적게 들어가는 만큼 생산 과정이 단순해진다. 그렇다 보니 현대차로선 기존 생산 인력을 확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기차 시대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산업 구조는 내연기관차 중심이다.[사진=뉴시스]
전기차 시대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산업 구조는 내연기관차 중심이다.[사진=뉴시스]

당연히 현대차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생산 인력을 줄이려는 사측과 갈등을 빚었고, 그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노사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미래가 엇갈릴 수도 있다. 

■충격❷ 산업 구조 =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수직ㆍ하청구조인 부품업계는 아직도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차 중심이다. 전기차 부품에 관한 연구ㆍ개발(R&D)은 요원한 상황이다. 물론 변화를 위해서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건 짚어봐야 한다. 

■충격❸ 산업인재 양성 =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친환경차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고 있느냐도 따져봐야 한다. 대학은 현재 인재 양성소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변속기를 달고 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를 달고 있다. 구조도 다르고, 원리도 다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 바뀌고 있는 지금도 교육 과정은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이다. 실습교재도 내연기관차에 맞춰져 있다. 연구용 전기차가 1대도 없는 대학들이 숱하다. 

여기에 교수들도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연구한 이들이고, 전기차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지 않다. 현장에서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를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교육기관은 준비조차 돼 있지 않은 셈이다. 

■충격❹ 서비스 시장 =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자동차 관련 서비스 시장도 친환경 시대에 적합한 변화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전기차의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논의나 충전인프라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꽤 활발한 편이다. 기업들도 시장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중고 전기차 가격을 제대로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든지, 충전인프라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내연기관차가 그랬던 것처럼 전기차에서도 튜닝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준비는 돼 있지 않다. 일례로 소비자들 중에서는 차체는 그대로 둔 채 엔진과 변속기를 배터리와 모터로 교체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올드카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서 생겨난 수요인데, 이 수요를 흡수할 만한 공급처는 거의 없다.

기준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인증은 어떻게 해줄 것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 나눠진 이해관계 때문에 융합도 어렵고,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 탓에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격❺ 정비 시장 = 특히 우려스러운 영역은 자동차 정비 시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엔 지난해 12월 ‘정비업’ 기준으로 3만6454개의 자동차 정비업소가 있다. 종사 인원은 9만3802명에 이른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지만 이 업종은 점점 레드오션화돼 가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무상 AS 기간도 늘고 있으며, 유튜브 등의 확산으로 간단한 것들은 자가 정비하는 시대가 도래해서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점도 정비 시장엔 악재다. 자동차 정비사들에게 가장 많은 일거리를 제공하는 건 엔진인데, 그 엔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비사들의 영역은 타이어와 제동장치, 현가장치, 조향장치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도,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정비사 교육은 전무하다.

위기의 자동차 정비업계

현재 기존 정비업소에서는 전기차 정비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시장에 닥칠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들 스스로는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가 닥친 후에는 이미 늦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갈수록 빨라지는 친환경차 시대에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일자리, 산업, 교육, 서비스를 어떻게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시킬지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한 템포 늦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발빠른 계획 수립과 의지 있는 정책 집행이 절실한 때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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