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사후 검사 도입
공동주택이 아닌 곳에는 적용 안 해
층간소음 문제 여전히 남을까

2022년 8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막기 위한 바닥충격음 검사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종전엔 실험실에 바닥재를 설치해 성능을 검증했지만 이젠 시공을 마친 주택에서 직접 소음 검사를 진행한다. 개정 주택법의 효과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앞다퉈 ‘1급 바닥재’ 인증을 받기 위해 연구ㆍ개발(R&D)에 돌입했다. 이처럼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신기술도 개발 중이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8월 4일부터 새로운 바닥충격음 사후검사가 공동주택에 적용된다.[사진=뉴시스]
8월 4일부터 새로운 바닥충격음 사후검사가 공동주택에 적용된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주택 10채 중 6채는 아파트다. 1800만여호(통계청ㆍ2021년 기준)의 주택 중 1166호가량이 아파트란 거다.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공동주택도 숱하다. 주택 10채 중 1채를 차지한다.

총 1441만호에 이르는 아파트와 빌라의 공통점은 내가 사는 집 아래에 사람이 살고, 내가 사는 집 위에도 사람이 산다는 거다. 이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다. 층간소음이다. 아파트와 빌라의 통계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 주택의 최소 70%는 ‘층간소음’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셈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층간소음에서 기인한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142건, 2019년 7971건, 2020년 1만2139건, 2021년 9211건이었다.

이중 실제 현장 진단으로 이어진 신고는 연평균 18.3%에 이른다. 100건의 층간소음 신고가 접수될 때 18건은 현장 파악까지 진행된다는 거다. 

문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거주자가 주의를 기울이면 해결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실질적인 설계 변경, 시공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케이스가 더 많다.

이에 따라 국회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을 시도했다. 2022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주택법 개정안을 근거로 정부는 8월 4일부터 새로운 ‘층간소음 검사’를 공동주택에 적용한다.

이전에는 바닥재를 적용한 실험실에서 층간소음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검사를 통과한 바닥재를 인증하는 방식이었지만 8월부터는 실제 바닥재가 시공된 주택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주택이다 보니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아울러 주택법 개정안에는 변경된 소음 기준,소음 평가 방식과 함께 사업주체의 대응 의무기간(10일 내)도 적시됐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층간소음은 크게 ‘경량 충격음’ ‘중량 충격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벼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인 경량 충격음보다 사람이 일으키거나 무거운 물건이 떨어져서 만드는 중량 충격음이 대부분의 층간소음을 유발한다.

경량 충격음, 중량 충격음의 최저 소음 기준은 애초 58㏈, 50㏈였다. 8월 4일부터는 이 기준이 49㏈로 통일된다. 

소음 평가 방식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경량 충격음, 중량 충격음을 확인할 때 각각 흡음력과 저주파 차단 능력을 봤지만 법 개정 후엔 고주파음 잔향과 실제 거주자의 청감을 판단해야 한다. 

특히 ‘사람 발소리’ 차단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중량 충격음 검사는 방식 자체가 바뀐다. 타이어를 위에서 내리치던 기존 검사 방식 대신 흔히 ‘발망치’라고 불리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와 비슷한 ‘임팩트볼’을 떨어뜨려 소음을 측정한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층간 소음’을 더 중요하게 측정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층간소음 검사’를 위한 기관을 정부가 지정하고 건설사 대신 검사기관이 결과물을 제출하는 절차도 생겼다. 제3자를 통해 층간소음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거다.

다만, 모든 주택이 이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니다. 일부 세대만 선별해 ‘층간소음 검사’를 하는 방식은 유지한다. 

건설사들은 바뀐 층간소음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신기술을 적용한 바닥재를 개발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제공]
건설사들은 바뀐 층간소음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신기술을 적용한 바닥재를 개발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제공]

이처럼 개정 주택법은 층간소음을 잡기 위해 많은 장치를 마련했다. 그래서인지 ‘층간소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가령, 개정 주택법에 따라 감독기관이 ‘층간소음 차단 바닥재’를 적용한 신설 주택을 검사하고, 추가 조치를 요구하면 건설사는 10일 이내(대응 의무기간)에 대응해야 한다. 주택을 다 지은 다음 층간소음을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건설사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층간소음을 막는 건설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층간소음 문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수도 있다. 

일례로, 2020년 10여명의 연구진을 모아 층간소음연구소를 만든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아래층에 전달되는 소음이 40㏈ 이하일 때만 받을 수 있는 1등급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 공사 현장에서 실증해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먼저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을 받은 건 현대건설이다. 이 회사는 2021년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층간소음 차단 기술 1등급’ 바닥재를 개발했다. DL이앤씨도 지난 2월 새롭게 개발한 바닥재가 1등급 성능 인증을 받았는데, 올해 말까지 상용화해 신규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법이 생기고, 기술이 진화해도 층간소음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1441만호에 이르는 아파트와 빌라다.

개정 주택법이 효력을 발휘해 층간소음을 인정받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재건축 사업을 하듯 부수고 새로 짓지 않는 한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까지 해결하는 건 어렵다는 거다.

여기에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은 공동주택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 공동주택처럼 사용되는 신축 오피스텔은 새로운 층간소음 검사 기준을 적용받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재건축하지 않는 이상 리모델링을 한다 해도 새로운 소음 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기존 주택은 사각지대에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공동주택은 사라지지 않을 주거 형태다. 기존 공동주택과 신축 공동주택의 공존도 이어질 거다.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오피스텔에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정된 법과 신기술은 언제쯤 가려진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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