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생각➍
종부세 위헌 시비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마땅하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부동산이 아닌 세금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제압하려 하면 반드시 부메랑을 맞는다. 2005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는 종합부동산세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종부세는 왜 위헌 논란에 휘말려 있는 걸까.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1가구 1주택자까지 종부세 대상으로 삼는 건 마땅한 걸까. 이번엔 종부세 위헌 시비를 논해보자.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한다. 강압적 해결책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사진=뉴시스]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한다. 강압적 해결책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사진=뉴시스]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2005년부터 시행 중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소유한 모든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6억원(1가구 1주택자 11억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금액을 구한 뒤 세율(1000분의 6부터 1000분의 60)을 적용해 산출한다. 

얼핏 보면 단순하고 명료할 것 같은 과세체계인데도 헌법재판소에는 종부세법 중 일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의 청구가 수북하게 쌓여있다.[※참고: 시행령 등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에서 담당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는 근절해야 마땅하지만 그 방법은 법치주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종부세를 둘러싼 위헌 청구가 급증한 건 부동산 투기 문제를 부동산으로 풀지 않고 세금을 통해 강압적으로 제압하려 한 데 따른 반발에서다. 소총을 쏴야 할 곳에 대포를 쏜 격이리라. 그러다 보니 ‘억울하다’ 또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대표적 사례를 보자. 재산세 납세의무자 ‘갑’이 2021년 5월 30일 신규로 주택(A)을 취득했다. 그런데 그전에 그가 살던 집(B)이 즉시 팔리지 않고 신규주택을 취득한 이후인 6월 3일에야 팔렸다.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의 잣대로 보면 ‘갑’은 주택 2채(A와 B)를 보유한 셈이고 종부세 과세대상이 된다. 종부세법의 입법 취지가 부동산 투기 방지라고 주장하는 당국자에게 묻고 싶다. 그럼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없는 ‘갑’의 손에 들려있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는 무엇인가.

부동산 투기 방지라는 우리 사회 공동선共同善의 달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과세대상 제외에서 포함으로 바꿔놓은 경솔함, 주택 1채를 4명이 공동소유하고 있을 경우 각각 1채를 소유한 것으로 판단해 과세하는 무례함(종합부동산세법 제4조의2 제3항), 10억원 주택을 1채 보유한 자와 5억원의 주택을 2채 보유한 자의 세부담을 차이 나게 하는 차별과세, 상속받은 주택까지도 일반 주택과 동일하게 판단해 일률적으로 고율의 세율을 적용하는 징벌적 과세는 헌법에서 규정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원칙 · 헌법 제37조 제2항)과 상충할 소지가 다분하다.

따지고 보면 문제점 숱한 종부세제

이렇게 문제점이 많은 종부세제를 밀어붙인 당시 입법권자나 정부의 시각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적폐積幣의 일종이다” “서울 강남에 살면서 그 정도 돈이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세금 부담이 싫거나 어려우면 집을 내다 팔면 될 것 아니냐”는 사고가 지배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1970년대 이후 세금은 부동산 투기꾼과 벌인 수많은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잠깐 잡히는 것 같았지만 지금도 부동산 투기꾼들은 세무서 머리 위에 앉아있지 않는가.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으로 풀어야 한다. 그게 정석이다. 세금은 세금일 뿐이다.

 

차라리 ‘부동산투기방지법(가칭)’ 제정이 더 솔직하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 운영 능력과 실력이 없어서 세금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정권은 그 세금으로 망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갑’의 경우처럼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1가구 1주택자는 보유세 명목으로 재산세를 납부하고 있으니 종부세 적용 대상에선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도 마찬가지다[※참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는 비과세다.] 

혹자는 ‘헌재가 종부세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론을 편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 전이라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이 많다면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는 건 마땅한 과정이다. 더구나 시행 중인 법률의 위헌 여부를 사후事後에 다투는 건 사회적 갈등의 심화는 물론 그 치유 비용도 상당히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국회가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법률을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사전事前에 심사하도록 해 위헌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을 걸러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의 경우, 법률을 공포하기 전에 헌법위원회에 회부해 합헌성 재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프랑스 헌법 제61조).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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