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논란❶ 반쪽 심의   
지난 5월 중기적합업종 지정된 대리운전
대기업 유선콜 진출 제재… 플랫폼은 가능
기존 업체들 ‘반쪽짜리’ 심의 비판 목소리

지난 5월 마침내 대리운전 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로써 대리운전 시장에 신규 대기업이 진출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과만 두고 보면 기존 대리운전 업계가 환영할 만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결론이 ‘반쪽짜리 심의’에 불과하다면서 불만을 내비칩니다. 또다른 한편에선 대리운전 산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옵니다. 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논란, 첫번째 편입니다.  

지난 5월 24일 대리운전 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24일 대리운전 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할까요,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을 울려야 할까요.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대리운전 시장을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발단은 지난 5월 24일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서 발표한 심의 결과입니다.

이날 동반위는 대리운전 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참고: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견을 조율해 상생을 도모하는 민간위원회입니다.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의2에 의거해 2010년 12월 출범했습니다.

중기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따른 중소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규제 장치입니다. 각 산업별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동반위에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되면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는 시점을 늦추거나 일정 기간 점유율 · 판매량을 제한하는 등의 핸디캡을 둘 수 있죠.

이번 사례(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반위의 결정에 따라 대기업은 향후 3년간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대형 플랫폼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와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의 사업 운영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동반위에서 이들 대기업에 더이상의 사업 확장 및 현금성 프로모션을 자제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대리운전 업계에 불리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동반위에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주체가 대리운전 업계인 만큼, 결과만 두고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 동반위의 결정을 바라보는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되레 곳곳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고 있습니다.[※참고: 대리운전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 신청은 지난해 5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업계 종사자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동반위의 결정을 두고 대리운전 업계의 반응은 두가지로 엇갈렸습니다.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동반위의 결론을 “반쪽짜리 심의”라며 반발합니다. 반면 현장 운행에 나서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중기적합업종 지정 자체가 대리운전 시장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업계 반발하는 이유  

그렇다면 지금부터 서로 다른 두개의 시선을 통해 대리운전 업계의 복잡한 속내를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번 팩트체크 첫번째 편에서는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사업주들이 동반위의 결정을 반쪽짜리 심의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간단합니다. “대기업의 진입을 막겠다면서 그 범위를 ‘전화 유선콜’ 시장으로만 한정한 것이 동반위의 패착이다.” 

현재 대리운전 시장은 전화로 대리기사를 호출하는 유선콜 시장과 모바일 앱으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플랫폼 시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 동반위는 유선콜 시장에만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플랫폼 시장에선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대리운전 업체들은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아직 열려 있다고 여긴 겁니다. 

동반위는 왜 ‘전화 유선콜’ 시장만 규제한 걸까요? 동반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에 따르면 유선콜 영역과 플랫폼 영역이 아예 다른 업종으로 구분돼 있다. 대리운전 업계에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을 해달라고 신청한 부문은 유선콜 영역이었다.” 

실제로 대리운전 서비스(유선콜 시장)는 ‘그외 기타 달리 분류되지 않은 개인 서비스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반면 모바일 앱을 활용한 플랫폼 서비스는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에 해당합니다.

대기업 진출 불씨 남아있어 

다만 동반위는 이미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카카오 · 티맵)이 플랫폼 영역에서도 자본과 물량을 앞세워 중소 대리업체들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유선콜 시장뿐만 아니라 플랫폼 영역에서도 현금성 프로모션(할인 쿠폰 증정, 기사 인센티브 지급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했죠. 

이처럼 동반위는 대리운전 시장의 두가지 영역을 ‘한국표준산업분류’란 기계적 기준으로 나눠 하나(전화 유선콜)는 규제하고, 다른 하나(플랫폼)는 ‘반만’ 규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의 불씨를 나중으로 미뤄놓은 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령, 플랫폼 부문에서 기존 대기업의 프로모션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 시장이 성장하지 않을까요? 카카오나 티맵이 아무런 전략 없이 플랫폼 영역을 방치해둘까요?

대리운전 시장은 유선콜 영역과 플랫폼 영역으로 나뉜다. 대기업 진출을 제한한 건 유선콜 시장이다.[사진=티맵모빌리티 제공]
대리운전 시장은 유선콜 영역과 플랫폼 영역으로 나뉜다. 대기업 진출을 제한한 건 유선콜 시장이다.[사진=티맵모빌리티 제공]

만약 전체 대리운전 시장에서 플랫폼 영역의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진다면 기존 대리운전 업계와 대기업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대리운전 업계의 주장대로 플랫폼 영역까지 완전히 규제한다면 그게 최선의 방법일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선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확장이나 진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과연 현장의 대리운전기사들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냐는 겁니다. 과연 동반위가 이번 중기적합업종 심의에서 이용자(기사 · 소비자)들의 편익을 고려했을지 의문입니다. 동반위의 기계적 결정이 낳은 논란들은 다음 편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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