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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로 음원 시장 장악했지만
불법 논란에 대처 늦어
성장동력 잃고 시장에서 밀려나

소리바다가 상장폐지를 앞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리바다가 상장폐지를 앞 두고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침체 속 창업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 9만8420개였던 신설법인은 2020년 12만3305개를 기록하며 4년 새 25.2% 증가했다(표❶). 하지만 이들 창업기업 대부분은 실패를 맛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창업 기업 생존율 현황’을 보면, 국내 창업 5년차 기업의 생존율은 29.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표❷). 이 때문에 창업기업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는 창업기업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 분야를 선도했던 기업이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해 무너진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2000년대 국내 최초로 P2P(peer-to-peer) 서비스를 도입해 음악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소리바다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케이스다.

소리바다는 ‘디지털 음원’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2000년 소비자끼리 MP3 파일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음원 공유’란 신선한 발상은 소비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소리바다는 론칭 1년 만인 2001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2001년 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를 상대로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음원을 무료로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저작권법상 위법 판정을 받을 소지가 컸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소리바다가 이 소송을 간과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소리바다는 이듬해인 2002년 새로운 서비스 ‘소리바다2’를 선보였다(표❸).

기존엔 음악 파일 검색 등 일부 기능이 소리바다 서버 내에서 이뤄졌는데, 소리바다2에선 아예 소비자의 컴퓨터 일부를 서버로 활용하는 방식을 썼다. 소리바다 서버를 거치지 않으니 소리바다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법적 문제를 회피하려 했던 거다.

그럼에도 소송 규모는 점점 커졌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소리바다는 완전 무료였던 서비스를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저작권료를 지급하기 위한 툴을 만들었다.

2006년에는 필터링 기술도 추가했다. 음반사들이 필터링을 요청하면 소리바다가 이를 적용해 해당 음원이 유통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식이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007년 대법원이 “소리바다1이 음반사의 저작권을 침범했다”고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소리바다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졌다.

끝내 소리바다는 2007년 완전 유료화로 전환했다.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음원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P2P 무료 공유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문제는 그러면서 P2P 서비스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소리바다의 특색이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2010년 소리바다 앱을 출시하는 등 스트리밍 업계에서 새로운 판로를 모색했지만 이미 이 시장의 점유율은 멜론이 꽉 쥐고 있었다(47.5%·2012년 1분기 기준). 멜론이 당시 모기업이었던 SK텔레콤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점을 잃은 소리바다로선 틈새를 찾는 게 역부족이었다.

오랜 소송에 시달린 데다 연이은 적자로 자금 사정까지 악화하면서 서비스 품질도 점점 뒤처졌다. 유명 가수의 신곡을 누락하는 일이 잦았고, 앱 리뷰엔 “홈페이지와 앱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소비자들의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소리바다를 소비자들이 쓰는 이유는 단지 ‘계속 쓰던 것이기 때문(42.9%)’이었다(표❹). 그만큼 다른 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2012년 1분기 7.2%였던 소리바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0.4%까지 떨어졌다(표❺). 지난해 매출 202억원, 영업손실 246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부터 계속된 적자의 늪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재무제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없는 상황)’ 판정을 받아 현재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상장한 지 20년 만의 일이다.

2000년대 음원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소리바다는 사업 초기에 들이닥쳤던 리스크(소송)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발빠르게 신규시장(스트리밍)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쳤고, 이런 패착은 상장폐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P2P 공유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소리바다는 다른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창업기업이 소리바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기술력이나 브랜딩에만 치중한 나머지 체계적인 회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소홀히 한다”면서 “회사가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면 CEO가 자신의 관리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영입해서라도 제대로 된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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