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6억~14억원 아파트 세금 분석
세금 감소액, 감소비율 따라 평가 달라져
지금 필요한 건 세금 감소분의 흐름

# 정부가 부동산세 완화정책에 나섰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춤을 통해서다. 공시지가를 지난해 기준으로 적용하려 했지만 법적 논란이 일면서 방향을 틀었다. 

# 이런 완화책이 나오자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부자감세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나온 적절한 완화책이라고 맞받아친다. 진실은 무엇일까. 

#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시가격이 6억~14억원인 서울시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정부의 부동산 세금 완화정책을 두고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부동산 세금 완화정책을 두고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설왕설래가 많았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정책’이 방향을 잡았다. 행정안전부는 60%를 적용하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45%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하향조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1가구 1주택자를 위한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을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애초 정부는 5월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해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법적 논란이 일면서 방향을 바꿨다. 

부동산 세금을 책정할 때 전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하려면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다.

[※참고: 이런 맥락에서 1가구 1주택자에게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하는 것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역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법안 개정에 반대하면 특별공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럼 윤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 카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한편에선 ‘부자감세’란 비판이 나온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납부 기준을 14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에서다. 시세가 공시가격의 7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2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건 사실이다. 

이를 두고 또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걸 감안하면 적절한 부동산세 완화책”이라면서 “재산세 감소분을 ‘백분율(%)’로 계산하면 부자감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일까. 더스쿠프(The SCOOP)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서울시에 있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9억원 이하 ▲11억원 이상 ▲14억원 이상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부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을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덴 이유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비중은 92.1%에 달한다(2021년 기준).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재산세 변화를 통해 서민에게 부동산 세금 완화정책의 혜택이 얼마나 돌아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는 2020년 종부세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대상으로 삼았다. 더구나 여기에 속하는 아파트의 실제 가격은 서울시 평균(12억7818만원·5월 기준)이다.  

공시가격 11억원 이상과 14억원 이상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대상으로 정했다. 이들 4개 유형을 토대로 서울시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의 부동산세 추이를 계산했다. 종부세는 일반적인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연령공제와 보유기간 공제 등 세액공제는 제외했다. 자! 하나씩 살펴보자.  

■ 사례❶ 공시가격 6억원 이하 = 2017년 완공된 A아파트(일부 동)의 공시가격은 2019년 4억3100만원에서 2020년 4억7300만원, 2021년 5억5900만원, 2022년 6억원으로 상승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세 포함)도 2019년 92만1840원에서 지난해 112만2240원으로 21.7%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책이 아니었다면, 올해 납부해야 할 재산세는 12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면서 2022년 재산세는 2019년보다 낮은 81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재산세 부담이 금액으론 31만2240원, 비율로는 27.8% 감소하는 셈이다. 

■ 사례❷ 공시가격 9억원 이하 = 재산세 변화가 가장 적은 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였다. 영등포 문래동에 있는 B아파트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8억9400만원으로 224만7840원의 재산세를 납부했다.

공시가격이 올해 10억4700만원으로 오르면서 재산세도 313만8840원으로 껑충 뛰어오를 예정이었지만, 45%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적용되면서 재산세가 216만5130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2020년(184만8000원)보단 30만원가량 많은 금액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8만2710원(3.6%) 줄어든다. 

■ 사례❸ 공시가격 11억원 이상 = 이번엔 2021년 종부세 대상이었던 공시가격 11억원 이상의 아파트의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해 공시가격이 11억7600만원이었던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C아파트는 재산세(361만8720원)와 종부세(31만1904원)를 더해 400만원(393만624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담했다. 올해는 어떨까.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책이 아니었다면 C아파트가 올해 내야 할 재산세는 404만2800원이었다. 

하지만 공정가액비율이 45%로 떨어지면서 올해는 284만3100원의 재산세만 내면 된다. 금액으론 119만9700원, 비율론 29.6% 감소한 셈이다. 여기에 종부세도 ‘제로’가 된다. 정부가 종부세 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조정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C아파트의 부동산세(종부세+재산세)는 지난해 393만624원에서 올해 284만3100원으로 108만7524원(27.6%) 줄어든다. 

■ 사례❹ 공시가격 14억원 이상 = 그럼 새로운 종부세의 기준이 된 공시가격 14억원 이상의 아파트의 세금은 어떨까. 여의도 소재 D아파트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14억1400만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납부한 재산세는 450만4080원에 달했다. 올해는 다르다.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책 덕분에 재산세는 366만3360원으로, 전년 대비 84만720원(18. 6%) 줄어든다. 

지난해 128만8656원이었던 종부세 역시 올해 26만4960원으로 102만3696원(79.4%) 절감된다. 이를 합한 D아파트의 부동산세는 지난해 579만2736원에서 392만8320원으로 186만4416원(32.1%) 감소한다.  

자! 이제 종합해보자. 먼저 부동산 세금(재산세+종부세)의 감소 금액부터 보자.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정책으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내는 세금은 31만2240원(이하 전년 대비), 9억원 이하는 8만2710원, 공시가격 11억원 이상은 108만7524원, 공시가격 14억원 이상 아파트는 186만4416원 줄어든다. 부동산세 완화정책으로 줄어든 금액만 보면 부자감세 논란이 일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세금 감소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책으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세금은 27.8%(이하 전년 대비), 9억원 이하 아파트는 3.6% 감소한다.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 11억원 이상 아파트의 재산세 부담은 27.6%, 14억원 아파트는 32.1% 줄어든다. 재산세 감소율로만 따지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돌아가는 혜택이 두번째로 크다. 

앞서 언급한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비중이 90%가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서민에게 돌아가는 부동산세 완화책의 혜택이 적지 않은 셈이다.[※참고: 공시가격 9억원에서 15억원 사이에 있는 주택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2.7%였다.]  

이처럼 감세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금액으로 보면 부자감세지만 세금이 줄어든 비율로 따지면 꼭 그런 건 아니어서다. 정부의 부동산세 완화정책을 무턱대고 부자감세라고 비판해선 안 되는 이유다. 사실 고소득층의 부동산세가 더 줄었더라도 반드시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고 보긴 힘들다. 

고소득층에게 여윳돈이 생기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소득 1분위 가계의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줄 때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의 소비지출은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저소득층보단 고소득층의 소비를 유도하는 게 낫다는 거다. 

물론 부정적 측면도 있다. 가뜩이나 심각한 소비 양극화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29일 조사통계월보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소비불평등 추정 및 주요특징 분석’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국면에 진입한 2019~2020년 소비불평등(5분위 배율)이 3.67배에서 3.74배로 확대됐다. 이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돈을 3.74배 더 많이 썼다는 의미로, 숫자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뜻이다.  

이번 부동산세 완화정책이 결국 ‘부자감세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럼 하지 말까”라고 답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자감세가 아니라면 왜 그런지, 소비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을 상세히 밝혔어야 마땅했다는 거다. 그같은 소통이 큰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필요한 몫이란 지적도 나온다.

오는 7월이면 다주택자에 적용하는 세제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다주택자’ 역시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조정하면서 상당부분 혜택이 이미 다주택자에게 돌아간 것도 사실이다. 역으로 말하면, 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자감세와 양극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윤 정부의 다음 정책은 어떤 얼굴로 표출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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