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지난 6월 전기차 아이오닉5 화재 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사고 책임 공방
당국의 신속한 조사 및 정보 제공 우선
전기차 향한 소비자 이해도 높여야 해

지난 4일 부산에서 발생한 아이오닉5 화재 사고로 전기차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차에서 3초 만에 불이 나고 5분 만에 거의 전소됐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을 만한 요인이었다. 그렇다고 불완전한 정보를 쏟아내 ‘전기차 공포’를 키우는 것까지 용인해선 안 된다. 그럼 아이오닉5 화재 사고를 기점으로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6월 4일 부산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4일 부산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4일 밤 11시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에서 현대차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가 톨게이트 충격방지대에 고속으로 부딪혔다. 충돌 직후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단 3초 만에 화염이 차 전체를 뒤덮었다. 

사고 발생 15분 뒤 관할 소방서 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차는 거의 전소된 상태였다. 전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으로 추정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은 불길을 진압하기도 쉽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은 우선 차 주변에 가벽을 쳐서 불길이 주변으로 옮겨붙지 못하게 했다. 그다음 커다란 이동식 수조에 사고차를 통째로 집어넣어 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불꽃이 거듭 재점화하며 다음날 아침에야 화재 진압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사고로 해당 차에 탑승했던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사망했다. 소방당국에서는 사 · 고 당시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고차가 충격방지대에 충돌한 직후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으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거다. 이 때문에 운전자와 동승자가 차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란 게 소방당국의 1차적인 견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국과수의 1차 조사 결과, 사고차의 속도는 시속 90~100㎞였으며 운전자는 사고 직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과수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사망 원인을 과속고속주행에 따른 운전자 과실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국과수의 소견이 엇갈리면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문제와 운전자의 과실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거다. 그래서인지 전기차를 운행하고 있거나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소비자들도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필자는 이럴 때일수록 사건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경계하는 동시에 자극적인 용어를 남발하며 전기차를 향한 공포를 부추기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엄정하고 명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이 우선인 상황에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은 혼란만 부채질한다. 

그렇다면 이번 전기차 화재 사고를 둘러싼 논란과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첫번째 필요한 조치는 정부 당국의 신속한 조사다. 사고가 터진 지 20여일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사고 관련 정보는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낭설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거다. 

이런 혼란을 해소하려면 정부 당국의 1차 조사 결과를 하루 속히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018년 ‘BMW 화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적 공포감이 커지자 국회와 국토교통부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 규명을 했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두번째 조치는 전기차의 화재 위험성과 문제 발생 시 대처 방법을 분석 · 연구하는 거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보급 대수가 적어서 각종 위험 사례를 비교연구하는 게 녹록지 않다.

전기차 문제 현명하게 대처해야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건 전기차 보급 대수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 · 사고들도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젖어있기보다 지금까지 사건 · 사고 사례를 모아 그 원인을 파악하고, 최적의 대응책을 ‘매뉴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조치는 전기차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보고,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이 개화開花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로 들어섰지만, 안전성 등 기술적 측면에서 전기차는 아직 ‘미완’의 상태에 가깝다. 

이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현재의 기술 수준에 알맞은 운행법과 안전의식을 갖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름철 침수도로 운행 시 주의점,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유의사항, 우천 시 전기차 관리법 등 기본적인 지식부터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아울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시각도 갖춰야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의 아이오닉5 화재 사건도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사건을 바라보는 편향적 시선이 모여 논란을 키운 면이 없지 않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전기차 화재 사건이 종종 발생하지만, 그들은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 대부분 보상과 대책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한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산업 종사자, 소비자들이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고, 세계 시장에선 K-전기차가 각광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기차 사건 · 사고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산 전기차 화재 사건을 기점으로 전기차 문제에 확실하게 대처할 큰 그림을 그려야 함은 물론이다. 골든타임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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