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8만개 시대
저가 커피전문점 경쟁 치열
아메리카노 제외한 가격 인상

저가 브랜드의 속설을 아는가. 저렴한 가격대에 브랜드를 론칭한 후 저변이 넓어지면 수익을 챙기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문제는 저가 브랜드가 ‘저가의 속설’에 빠졌을 때 수익이 되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성비의 상징인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메뉴값을 줄줄이 끌어올리는 저가 커피전문점은 어떤 상황에 처할까. 

2010년대 들어서 저가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사진=뉴시스]
2010년대 들어서 저가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사진=뉴시스]

국내 커피전문점은 8만개에 이른다. 한국인의 유별난 ‘커피 사랑’과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출점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당연히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국내 커피 시장은 스타벅스·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전문점이 쥐고 있었다. 3000~4000원대 값비싼 커피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운 이들 브랜드에 토종 커피전문점 ‘이디야(2001년 론칭)’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디야가 던진 승부수는 ‘가성비’였다. 비교적 저렴한 25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한 이디야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이디야의 점포는 2013년 1000호점, 2016년 2000호점을 넘어섰다. 

이디야가 처음으로 저가커피 시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시장에 안착한 이디야는 전략을 바꿨다.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2010년 2800원이던 이디야 카페라테의 가격은 현재 3700원으로 32.1% 올랐다. ‘착한커피’를 표방했던 이디야의 방향이 살짝 달라진 셈이다. [※참고: 이디야는 2018년 12월 이후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디야가 떠난 착한커피 자리를 또다른 저가 커피전문점들이 채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빽다방(2006년), 매머드커피(2012년), 컴포즈커피(2014년), 더리터(2015년), 메가커피(2015년) 등이다.[※참고: 빽다방은 2006년 처음 론칭했지만 2014년 이후 가맹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기사의 사례로 포함했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이들 커피전문점은 이디야보다 저렴한 1500원 안팎에 아메리카노를 판매했다. 커피 용량도 1L에 육박하는 ‘대용량’으로 늘려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소비자로선 매일 마시는 커피가 싸서 좋았고, 이들 브랜드로선 ‘박리다매’ 전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디야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저렴한 가격대로 론칭한 후 저변이 확대되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저가 브랜드의 속설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 상징성’이 절대적인 아메리카노 가격만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메뉴값은 줄줄이 인상해서다. 

카페라테의 예를 들어보자. 브랜드별 카페라테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메가커피의 카페라테 가격은 2016년 2500원에서 현재 2900원으로 16.0% 올랐다. 컴포즈커피는 2014년 2500원에서 현재 2700원으로 8.0%, 빽다방은 2012년 2500원에서 현재 3000원으로 20.0% 인상됐다. 지난 10년간(2012~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 ~2.5%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률이 가파른 건 사실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저가 커피전문점은 결국 아메리카노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비싼 다른 음료로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참고: 매머드커피(2월), 빽다방(4월), 더리터(4월), 컴포즈커피(5월), 메가커피(6월) 등은 올해 일제히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그런데 이중 더리터만 아메리카노 가격(1500원→1800원)을 올렸고, 나머지 브랜드는 아메리카노 가격을 동결했다.] 

이같은 저가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기후 등으로 원두의 산지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데다 물가상승 압박이 지속되면서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생두 가격이 평년 대비 40%가량 올랐다”면서 “올해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디야의 실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디야는 2016년 점포 수 2000개를 넘어선 데 이어 현재 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사이(2016년 대비 2021년) 매출액은 58.5%(1535억원→2433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0%(157억원→19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수익성(영업이익률 2016년 10.2%·2021년 7.8%)은 오히려 악화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호텔외식경영학) 교수는 “커피는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큰 상품이다”면서 말을 이었다. “이디야의 경우 고급화 전략을 택했지만 외려 시장에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저가 커피전문점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만 해도 저가 커피전문점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저가를 표방한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고, 물가까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저가 브랜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저가를 지키자니 고물가가 부담스럽고, 저가를 버리자니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까 걱정돼서다. 저가 커피전문점들은 새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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