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신발산업이 변했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받던 신발산업이 ‘통념’을 깨고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다. 신개념 워킹화를 통해서다. 100년 만에 찾아온 불황기, 웰빙ㆍ힐링에 신경 쓰는 소비자의 니즈를 기능성 운동화가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신발업계는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 스포츠 신발로 국내 신발산업을 주도하던 국내 토종브랜드는 워킹화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 10월 29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신발산업 본고장 부산에서 국제신발전시회가 열렸다. 방문객의 눈길은 인체공학 시스템으로 설계한 기능성 신발에 쏟아졌다. 무게를 줄이고 운동효과를 높인 게 특징이었다. 걸을 때 충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착용감이 좋았다. 신발 밑창엔 3차원 입체프린터 신기술을 이용해 고무를 얇게 뿌렸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생긴 건 운동화같이 보이지만 보통 신발이 아닙니다. 기능성 신발, 워킹화입니다.”

국내 신발산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한때 잘나갔던 신발산업은 1990년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에 밀려 국내 업체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탓이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이어졌다.

국내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프로스펙스를 생산하던 국제상사는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7년 LS네트웍스에 인수됐다. 르까프의 모기업 화승은 외환위기(IMF)를 맞은 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새 신발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이다. 신발산업에는 ‘사양斜陽’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어떤 산업이든 이런 꼬리표가 붙으면 회생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죽었다’ 또는 ‘죽을 것이다’는 분석이 나오면 투자가 어렵다. 투자가 잘 되지 않으면 관련 산업은 부활의 발판을 만들지 못한다. 더구나 지금은 100년 만에 찾아온 불황기. 신발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신발산업은 이런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워킹운동화가 성공한 덕이다. 2009년 기준으로 국민 3명 중 2명이 워킹 운동을 즐겼다.

LS네트웍스는 ‘워킹 열풍’에 제대로 올라탄 신발업체 중 한곳이다. 이 회사는 장고 끝에 프로스펙스 콘셉트를 운동화에서 워킹화로 수정하고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LS네트웍스는 2009년 프로스펙스 워킹브랜드 ‘W’를 선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300만족이 팔렸다.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W의 매출은 2009년 22 50억원에서 2011년 2703억원으로 20% 증가했다.

 

화승그룹도 워킹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걷기에 관심이 많은 여성 중장년층과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20~30대 여성을 집중 공략했다. 가볍게 달리고 싶은 여성을 위해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기능은 최소화했다. 전략은 통했다. 외환위기 시절 700억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은 2011년 1600억원으로 증가했다.

워킹화 성공은 국내 신발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워킹화가 출시된 후 신발시장 규모는 2010년 5조261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07년(1조9090억원)보다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기능성 운동화가 고꾸라지던 신발산업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이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신발산업의 키워드는 단연 ‘기능’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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