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새 3차례 올린 영화관 티켓값
대체재 없어 관객들 줄지 않기 때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화관이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영화관은 또다시 푯값을 올렸습니다. 이런 영화관의 선택을 두고 한편에선 “이러다 저렴한 OTT에 뒷덜미를 잡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습니다만, ‘배짱장사를 하는 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푯값을 올리더라도 ‘(영화관에) 올 사람은 올 것’이란 게 근거입니다.

영화관이 2년 새 3차례 관람료를 인상했다.[사진=뉴시스]
영화관이 2년 새 3차례 관람료를 인상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ende mic·풍토병화)으로 전환하면서 영화관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6월 누적 영화 관객은 1418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월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1455만명) 이후 이번이 2번째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막 해제됐던 4월만 해도 관객 수가 312만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데믹 덕분에 영화관이 살아났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때마침 개봉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것도 영화관엔 희소식입니다. 국내에선 5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누적 관객 1204만명(6월 27일 기준)을 기록했습니다. 36년 만의 후속작인 데다 인기 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탑건: 매버릭’도 6월 22일 개봉한 이후 누적 관객 152만명을 기록하며 순항 중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6일 개봉)’ ‘엘비스(7월 13일)’ 등 개봉 전부터 소문이 자자한 작품도 즐비한 만큼 영화관엔 당분간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듯합니다.

그런데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심산일까요? 영화관들은 기다렸다는 듯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지난 4월 4일 CGV는 영화 관람료를 1만3000원(평일 요금 기준)에서 1만4000원으로 1000원 인상했습니다. 그러자 롯데시네마도 7월 1일 1000원(1만4000원) 올렸고, 메가박스도 7월 4일부터 1000원 인상한 1만4000원을 받을 예정입니다.

티켓값만이 아닙니다.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팝콘 가격도 이젠 만만찮습니다. 롯데시네마의 인기 메뉴인 더블콤보는 음료 2잔, 팝콘(소) 2개에 1만3000원을 받습니다. 혼자 먹는 싱글커피콤보(팝콘+커피)의 가격도 9000원에 달합니다. 혼자서 싱글커피콤보를 시켜 영화를 보려면 총 2만3000원을 내야한다는 겁니다. 이는 영화관 내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한 게 다행으로 여겨질 만큼 비싼 가격대입니다.

[※참고: 영화관 3사의 영화관 내 매점사업은 직영으로 운영됩니다. 매점 수익이 100% 영화관에 돌아간다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건 영화관 3사가 요금을 인상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점입니다. 인상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영화관은 2020년과 2021년에 1000원씩 2번 요금을 올린 바 있습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2년 새 요금이 3000원 인상된 셈입니다. 이들 영화관이 값을 올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죠.

메가박스 관계자는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관객의 부담이 커진 점은 송구스럽다”면서 “더욱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만, 인상된 요금을 고스란히 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비싸질 대로 비싸진 영화관 앞에 선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과연 영화관을 멀리할까요? 혹자는 “영화관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이 OTT를 찾을 것”이라면서 티켓값을 올린 영화관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특정 고객층이 있는 야구장이나 박물관과 다르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은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여가활동 공간이다”면서 “코로나19로 쌓여 있던 소비자들의 여가활동 욕구를 해소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에 영화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가활동으로 영화관만큼 대중적이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수단이 없기에 수요가 줄지 않을 거란 얘기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장 만족스러웠던 여가활동’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18.1%(2019년 기준)가 ‘영화 관람’을 택했습니다. 이 답변은 ‘TV시청(22.1%)’ ‘지인 만남(21.4%)’ ‘쇼핑·외식(18.7%)’에 이어 4위를 차지했죠. 일상의 활동을 제외하면 영화 관람이 가장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이었다는 겁니다.

박상주 한국프로듀서연합 사무총장도 “영화관에 가는 것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게 아닌 영화 관람이란 문화 자체를 즐기는 행위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대형 스크린과 뛰어난 음향시설 등 영화관이 주는 몰입도는 집에서 TV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영화관이 유일하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멀리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결국 소비자 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영화관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있습니다. 사실 TV나 OTT의 경우, 가격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른 플랫폼을 찾거나 아예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의 말처럼 ‘영화관의 감동’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잇달은 작품 흥행으로 영화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엔데믹과 잇달은 작품 흥행으로 영화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영화관이 계속 티켓값을 올린다 해도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값을 치러야 할 수 있습니다. 익명을 원한 영화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영화관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영화관을 대신할 수 있는 공간도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가격이나 서비스가 어떻든 간에 극장에 늘 일정한 수요가 있는 이유다. 쉽게 말해, 한번 들어온 물(소비자)은 여간해선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 영화관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리는 것도 물 들어왔을 때 노를 힘차게 젓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

과거 영화 관람은 ‘가성비가 뛰어난 문화생활’로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오르는 티켓값 때문에 이제는 영화 한편 보는 것도 점점 버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관을 대신할 즐길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관의 배짱장사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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