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쇼핑이 변했다

홈쇼핑 업계는 오랫동안 토요일 이른 오전 주방용품을 팔아왔다. 주부고객을 잡기 위한 편성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그 시간대에 코트와 구두를 판다. 젊은 여성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옷을 찾기 위해 홈쇼핑을 찾고 있어서다. 불황, 홈쇼핑의 통념까지 깨고 있다.

▲ 불황에도 홈쇼핑은 나홀로 웃고 있다. 홈쇼핑 업계가 신바람이 나는 이유는 패션이다.
1월12일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김희선(가명)씨는 TV를 켰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던 그는 홈쇼핑 채널에서 패션상품이 팔리는 걸 봤다.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에는 주방용품이 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젊은 싱글녀 김씨는 “조금 낯선 일이었다”며 “패션상품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주부가 많이 시청하는 오전 이른 시간엔 주방용품을, 젊은 싱글족이 주로 TV를 보는 저녁에는 패션상품을 팔아라.” 홈쇼핑의 통념은 단순했다. 누가 TV를 보느냐에 맞춰 상품을 광고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방식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올 1월 5일 GS샵이 토요일 골든타임으로 통하는 시간대(오전 8시15분~오후 12시50분) 패션 전문 프로그램 ‘더 컬렉션’을 방영했다. 14년 전부터 똑소리살림법으로 토요일 오전 주방용품을 팔아온 GS샵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대부분 홈쇼핑 업체의 토요일 아침 방송 편성표를 보면 주방ㆍ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간대는 GS샵(똑소리살림법)ㆍCJ오쇼핑(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ㆍ현대홈쇼핑(헬로우 빅마마)ㆍ롯데홈쇼핑(최유라쇼) 등이 주방용품과 주방가전을 팔며 각축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GS샵은 기존 프로그램을 금요일 저녁시간대로 옮겼다. 토요일 오전을 할애해 모피코트ㆍ패딩코드 등의 패션 상품만 파는 더컬렉션을 방송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매출만 81억원을 올렸다.

GS샵 관계자는 “회사가 창업한 1997년 이후 가전 품목을 제외한 단일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며 “같은 시간 주방 관련 용품으로 1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평균 매출이 5억~6억원이었는데 이보다 2~3배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GS샵의 변신은 홈쇼핑 업계의 ‘토요일 오전=주방용품 편성’이라는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다. GS샵 관계자는 “토요일 오전 시간대는 평일과 달리 전업주부를 비롯해 맞벌이 부부•젊은층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시청한다는 점에서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CJ오쇼핑이 진행한 패션전문프로그램 셀렙샵에서 여성 겨울옷(이자벨 윈터 세트) 중 가장 빨리 매진된 사이즈는 44였다. 그것도 방송 시작 1분30초 만이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보통 홈쇼핑 의류는 40~50대 여성 고객이 주로 찾는 66이나 77사이즈가 가장 먼저 매진된다”며 “홈쇼핑이 젊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이 상품을 파는 방송시간을 옮기고, 업계 안팎에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CJ오쇼핑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맞물려 저렴하면서도 퀄리티가 높은 패션 상품을 살 수 있는 홈쇼핑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홈쇼핑 업체가 패션상품 편성을 늘리고, 관련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J오쇼핑의 패션상품(언더웨어 포함) 편성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약 30%, GS샵은 23% 정도다. 덩달아 이익도 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2012년 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37.2%, 22.1%이었다. GS샵 관계자는 “패션 상품이 알짜 수익을 내면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브랜드 단독 판권을 따오고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론칭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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