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40대 후반이나 50대인 상담자들의 보험을 살피다 보면 ‘묵은 보험’을 종종 본다. CI보험이 대표적이다. 한때 실손과 종신보험이 합친 형태로 인기를 끌었지만, 보장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는 단점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도 CI보험에 가입했는데, 혜택을 받기 어려운 보험은 아까워하지 말고 해지하는 것이 답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보험을 교통정리했다.

CI보험은 일반 보험보다 보장 조건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CI보험은 일반 보험보다 보장 조건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리가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다. 번화가는 밤에도 인파로 북적이고, 손님이 꽉 들어찬 음식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견뎌온 자영업자들의 숨통도 조금씩 트이는 듯하다.

하지만 이 빛을 보지 못한 채 가게 문을 닫은 이들도 수없이 많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상가 점포 수는 222만900개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1분기(267만3766개) 때보다 45만2866개가 줄었다. 하루 평균 995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창주(가명·49)씨와 안희민(가명·46)씨 부부도 그랬다. 안씨는 1년 전 작은 액세서리 가게를 열었다가 최근 폐업 수순을 밟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더라도 수익이 나올지 장담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폐업을 하고 부부에게 남은 건 3000만원의 빚뿐이었다.

창업 실패에 빚까지 생긴 부부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남편은 “애당초 난 창업을 결사반대했었다”면서 “빚을 갚는 데 한푼도 내지 않겠다”며 엄포를 놨다. 아내도 처음엔 하루에 2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지만, 점차 남편을 향한 원망이 쌓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참다못한 아내는 남편에게 “혼자선 못 갚겠다”며 포기를 선언했다. 그 이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대부분을 용돈으로 쓰며 과소비를 일삼았고, 대출금은 이자만 갚았다. 문제는 부부가 창업 대출금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살 때 빌린 주택담보대출(잔액 4000만원)도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무럭무럭 크는 아들(13)의 교육비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위기를 느낀 부부는 재무상담으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지난 상담에서 본 부부의 가계부 상황은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으로 추정된다. 추정치라고 표기한 건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월급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남편은 생활비 명목으로 아내에게 390만원씩 주고 있다. 아내는 아르바이트로 20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612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39만원, 금융성 상품 5만원 등 656만원이다. 매월 적자가 66만원씩 발생하는 셈이다. 필자의 긴 설득 끝에 부부는 1차 상담에서 아내의 용돈을 1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80만원을 줄여 적자를 14만원 흑자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정도 액수로는 재무 솔루션을 짤 수 없으므로 이번 상담에서 지출을 더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그전에 명확하지 않은 소득 문제를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험상 부부는 서로의 소득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 계획을 명확히 그릴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남편은 상담 내내 자신의 월급을 공개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남편은 “생활비 39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은 간섭받고 싶지 않다”면서 “아내와 이미 오래전 합의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소득 공개는 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여보자. 먼저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120만원)다. 세 식구가 생활하면서 쓰기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액수지만 자금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식비를 드라마틱하게 줄이려면 직접 요리하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부부는 굽거나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밀키트 식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근 시장에서 국과 반찬을 사다 먹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남편에겐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부부는 생활비를 120만원에서 80만원으로 40만원 줄였다.

다음은 보험료(52만원)다. 부부의 보험내역을 살펴보던 중 아내가 가입한 CI보험이 눈에 띄었다. CI보험은 종신보험의 일종으로, ‘중대한 질병(Critical Ilness)’을 보장하는 기능이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위험한 질병에 걸리거나 중대한 수술을 할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는 게 CI보험의 특징이다.

얼핏 들으면 효율적인 듯하지만, 사실 이 보험은 심각한 한계를 갖고 있다. CI보험의 보장 범위가 다른 실손보험보다 구체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3대 질병(암·뇌·심장 질환) 같은 병에 걸리더라도 CI보험이 지정한 ‘중대한 질병’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CI보험은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의 연장선 정도로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아내의 CI보험을 해지했고, 보험료는 52만원에서 38만원으로 14만원 절약됐다.

CI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300만원)의 일부는 부부와 자녀의 휴대전화 할부금(총 176만원·월 9만원 납부)을 갚는 데 썼다. 할부금엔 약간의 할부 수수료가 붙어 있으므로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다.

아울러 부부의 데이터 사용량을 조회해 휴대전화 요금제를 알뜰폰 요금제로 바꿨다. 요즘 알뜰폰 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낮춘 프로모션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통신·TV·인터넷 비용은 28만원에서 14만원으로 14만원 절감됐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용돈을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20만원 더 줄였다. 아내가 다시 열심히 빚을 갚기로 결심했기에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부부의 2차 상담이 종료됐다. 부부는 식비 40만원(120만→80만원), 보험료 14만원(52만→38만원), 통신비 14만원(28만→14만원), 아내 용돈 20만원(50만→30만원) 등 총 8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부부의 여유자금도 14만원에서 102만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휴대전화 할부금을 갚고 남은 보험 해지 환급금(124만원)도 덤으로 생겼다.

이제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세우는 일만 남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단연 대출금을 갚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는 주택담보 대출금은 착실히 원리금(월 169만원)을 갚고 있지만, 창업 관련 대출금(3000만원)은 이자(9만원)만 내고 있다. 창업 대출금도 원리금을 갚을지, 아니면 재테크를 통해 불렸다가 한꺼번에 갚을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어떤 방식이 더 나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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