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 해킹 범죄 저지른 14세 중학생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킹(Hacking)은 누구나 할 수 없는 행위로 인식됐다.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진 몇몇만 할 수 있는 전문 행위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웹사이트에 넘쳐나는 해킹툴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해킹을 꾀할 수 있다. 놀랍게도 그 범주엔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도 들어있다. 더스쿠프가 해킹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던 닉네임 ‘도둑’을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둑’은 만 14세 중학생이다.
유튜브에서 게임 채널을 운영하는 A씨. 유튜버가 생업인 그는 얼마 전 생방송 도중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채널 접속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 같은 증상이었다. 무선통신망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는 와이파이 자체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그 바람에 A씨는 상당수의 구독자를 잃었다. 구독자 수와 영상 시청시간은 광고료와 직결된다. 사이버 공격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은 셈이다.
최근 개인들을 상대로 심심찮게 벌어지는 사이버 공격의 실제 사례다. 중요한 건 이런 사이버 공격을 하는 이들 중 일부는 전문 해커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학생 혹은 초등학생 중에도 사이버 공격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중 일부는 A씨의 사례처럼 사이버 공격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도둑’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중학생 정민(가명)군 역시 다른 사람에게 사이버 공격을 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누군가를 괴롭히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은 정민군은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그동안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다른 아이들도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를 통해 최근 자행되고 있는 사이버 공격의 실태와 문제점을 곱씹어봤다.
✚ 컴퓨터 해킹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나요.
“아니요. 일반적인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에요.”
✚ 해킹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했나요.
“구글만 들어가도 다양한 해킹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어요. 무료 프로그램도 많고, 돈을 내면 좀 더 강력한 공격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있죠. 디스코드나 텔레그램 같은 채팅앱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어요.”
✚ 사용법도 간단한가요.
“네. 제가 사용한 건 웹사이트를 이용한 방식이에요. 공격할 대상의 컴퓨터 IP값(컴퓨터 사용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가상의 주소)과 포트값(Portㆍ모뎀과 컴퓨터 간 데이터 통로)을 적은 후에 ‘공격하기’ 버튼만 누르면 돼요. 이렇게 해킹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 공격용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다양한데, 저도 다 알지는 못해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아예 못 쓰게끔 하는 것도 있어요. 어떨 땐 소프트웨어 공격이지만 메모리카드가 손상되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해요.”
✚ 해킹은 그 자체가 불법이고, 해킹 프로그램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퍼집니다. 그런 위험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다가 자신의 컴퓨터가 해를 입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요.
“네, 잘 알고 있어요. 해킹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했다가 이상한 파일이 함께 깔리면서 제 컴퓨터가 좀비 PC가 되면 해커들로부터 원격조종을 당할 수도 있어요.”
✚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한 건가요.
“위험성은 나중에 알았어요. 처음엔 그런 것도 모르고 하는 거죠.”
✚ 해킹 프로그램으로 유튜버들을 공격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없어요. 그냥 장난삼아 시작했어요. 때론 마음에 들지 않는 또래 친구들을 공격하기도 하고요.”
✚ 유튜버들을 공격할 때 몇몇 친구들과 함께 움직인 것으로 아는데, 그 친구들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올해 3월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 온라인 게임을 함께하다가 알게 됐어요. 다만, 대화를 나눈 일은 있지만 얼굴을 본 적은 없어요. 처음엔 게임상에서 마음이 안 맞아서 말다툼을 했는데, 그 친구들이 제가 유튜버들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저를 공격했어요.”
✚ 어떤 공격을 받았나요.
“와이파이를 못 쓰게 하는 거였어요. 요즘은 TV도 인터넷에 연결되잖아요. 공격을 받으니까 TV도 제대로 안 나오더라고요. 스마트폰으로도 와이파이가 안 잡히고요. 괘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도 이런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장난을 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울리게 됐어요.”
✚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된 거네요.
“그렇죠.”
✚ 게임을 통해 알게 된 그 친구들도 해킹 프로그램을 단순히 장난으로 퍼뜨렸나요.
“그 친구들은 장난으로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 무슨 말인가요.
“네이버 밴드에 있는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 캐릭터를 사고파는 곳들이 있어요. 게임하려는 이들이 게임 캐릭터를 돈을 주고 빌리기도 하죠. 가령, ‘캐릭터를 1시간 빌리는 데 몇천원’ 이런 식이죠. 그런데 걔네들은 캐릭터를 빌린 다음 개인정보를 바꿔서 자기 계정으로 만들어버려요. 사실상 빼앗는 건데, 그런 다음 캐릭터를 또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아버리죠. 괜찮은 캐릭터들은 하나에 수백만원씩 해요.”
✚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경제적인 이득을 보기도 한다는 거네요.
“네. 게임 계정을 뺏긴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200만원 이상의 캐릭터가 10개도 넘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적어도 2000만원 이상을 빼앗은 거죠. 저는 그건 사기이고, 범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찰에도 자수했고요.”
✚ 캐릭터를 빌려준 사람이 문제를 삼으면 되지 않나요?
“말처럼 쉽지 않아요. ‘신고하면 공격한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대부분 꼼짝도 못해요. 심할 경우엔 개인정보를 빼내서 ‘일베(일간베스트)’ 같은 사이트에 올리기도 하죠.”
정민 학생은 “인터넷에서는 게임 캐릭터 거래나 아이템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이 범죄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해킹 프로그램이 범죄 행위를 위한 도구나 다름없는 셈이다. 문제는 학교가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제대로 교육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 학교를 다니는 중인가요.
“네.”
✚ 혹시 학교에서는 이런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선 안 된다거나 소프트웨어로 공격을 해선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요.
“아뇨. 그런 교육은 받은 적이 없어요.”
익명의 해킹 전문가는 “유튜버 채널의 트래픽을 끌어올리거나 가정용 와이파이를 못 쓰게 만드는 식의 사이버 공격은 매우 전문적인 해킹에 속하지만, 이런 해킹을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들이 손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고, 장난삼아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상황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학교 교육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잘못을 알게 됐다니 다행이네요. 함께 유튜버들을 공격했던 그 친구들은 자수할 생각이 없어 보이나요.
“아직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 혹시 어른들이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어른들이 막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장난인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알려주기 전에는 잘 몰라요.”
✚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저희는 전문 해커가 아니에요. 상대방의 IP 주소를 얻어내 해킹하는 수준이죠. 그래서 가해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해요. 경찰이 조금만 성의를 갖고 수사하면 저처럼 멋모르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킹툴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 아이들에겐 장난일지 모르지만, 그런 공격을 당한 어른 중 일부는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위험한 장난을 가능하게 만드는 ‘해킹툴’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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