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불문율 무너뜨린 커피

경기가 침체하면 기호식품의 소비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물처럼 꼭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피업계는 달랐다. 대형 커피전문점은 지긋지긋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호황을 누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103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커피업계가 불황을 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불황기 지출을 보면 일정한 법칙이 있다. 전체 지출 중 식료품비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른 지출은 줄여도 먹는 것만은 줄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3분기 저소득층 20%의 엥겔지수는 23.4%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란 가계 총소비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 24일 여의도 IFC몰에 두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스타벅스가 2012년 한해 오픈한 매장수는 103개다.
다른 법칙도 있다. 차ㆍ커피ㆍ청량음료ㆍ술ㆍ담배 등 기호식품 소비는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명목 가계소비에서 주류•담배의 지출 비중은 2.1%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담배 제조업체의 수익도 줄고 있다. KT&G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958억으로 전년 대비 21.1% 떨어졌다. 위스키나 양주의 소비량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올 1월 16일 주류업계와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12만2748상자(500mL들이 18병 기준)로 2011년 240만667상자보다 11.6% 줄어들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다.

커피도 담배와 술처럼 기호식품이다. 습관적으로 마시지만 물처럼 꼭 마셔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저렴한 믹스커피로 대체 가능한 값비싼 원두커피는 사치성 소비재다. 이런 맥락에서 커피시장은 불황의 습격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불황을 뚫고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불황기에는 기호식품의 매출이 준다’는 통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에만 신규매장 103곳을 오픈했다. 현재 매장수는 480여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역대 최고 수준인 103개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며 “올해에만 1300명을 고용하며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역시 지난해 100여개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탐앤탐스와 할리스커피도 같은 기간 40개, 30개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는 3900원이다. 편의점 원두커피(1000원)와 비교하면 4배가량 비싸고 믹스커피와 비교하면 35배가량 비싸다. 가격이 비싼데도 불황을 뚫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한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비싼 원두커피 가격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심신이 지친 가운데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지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불황에도 자기위안형 소비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 모임이나 스터디, 미팅 등의 다양한 목적을 충족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피숍에서 문화적 경험과 가치소비를 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한 게 커피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황기 통념을 깬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만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석 비즈니스유앤 원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매장수가 증가했다고 가맹점의 수익까지 늘어난 건 아니다”며 “한 유명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을 운영할 때 나오는 순이익이 전체 매출의 1.8%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동일 브랜드와의 경쟁을 의식한 대형 업체들이 매장수만 늘리는 데 치중하고 내실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통념은 깼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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