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전략 따라가는 쿠팡
선택적 스포츠 중계의 한계
유럽ㆍ미국과 한국시장 달라
캐시카우 못 만들면 위험

# 쿠팡의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가 약진하고 있다. 예능ㆍ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간혹 선보였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했던 쿠팡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클럽 토트넘 홋스퍼 초청 경기를 독점 중계하면서 알찬 결과를 만들어냈다.

# 쿠팡의 미래는 미국 이커머스 회사 아마존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마존도 스포츠 라이브 중계를 통해서 광고시장을 개척했다. 다만, 쿠팡의 상황은 아마존과 조금 다르다. 쿠팡플레이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스포츠 중계에 집중한 쿠팡의 OTT 전략은 아마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스포츠 중계에 집중한 쿠팡의 OTT 전략은 아마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OTT 이용자들은 어떤 콘텐츠를 갖췄냐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한다. 인터넷 마케팅회사 메조미디어가 지난 3월 OTT 시청자 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에 따르면, 최신ㆍ인기 콘텐츠 유무(38.0%),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37.0%)를 OTT 선택 이유로 꼽았다. 단일 이유로는 가격(42.0%)을 꼽았다. 

이런 니즈를 가장 많이 충족한 OTT는 넷플릭스다. 지난해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콘텐츠 중 상당수는 넷플릭스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응답자는 10명 중 8명에 달해 이 부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의 ‘지옥’ ‘D.P.’ ‘마이네임’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티빙의 ‘술꾼 도시 여자들’은 5위였다. 웨이브 ‘트레이서’는 10위를 차지했다.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덴 ‘좋소’가 12위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쿠팡플레이다. 다른 OTT 서비스와는 달리 예능 프로그램인 ‘SNL코리아 시즌2(8위)’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오리지널 드라마가 몇개 되지 않은 데다 화제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쿠팡플레이가 지난 6월과 7월 OTT 시장에 충격을 줬다. 데이터 분석회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373만명이었다. MAU가 1118만명인 넷플릭스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424만명인 웨이브, 401만명인 티빙과는 견줄 만하다.


쿠팡플레이의 MAU 증가율은 더 놀랍다. 1년 만에 221만명이 늘었는데,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97만명, 티빙은 87만명이 증가했고, 웨이브는 41만명이 줄었다. 1년간 이용자 수 증가세에서 쿠팡플레이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7월에는 쿠팡플레이가 MAU 기준으로 웨이브와 티빙을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요 OTT MAU는 넷플릭스가 1212만명, 쿠팡이 481만명, 웨이브가 424만명, 티빙이 412만명이었다. 쿠팡플레이 MAU는 지난 5월 311만명에서 6월 373만명을 기록하더니 마침내 7월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결과는 두가지 오리지널 콘텐츠가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쿠팡의 6부작 드라마 ‘안나’는 지난 6월 24일 첫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매주 2회씩 7월 9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안나’는 지난해 11월 김수현 주연의 ‘어느 날’ 이후 쿠팡플레이가 두번째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다. 다만, 화제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진짜 효자는 스포츠 라이브 중계였는데,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의 인기가 있었다. 쿠팡은 지난해 3월부터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2021~2022시즌 경기를 무료로 중계해왔다. 여기에 한국에서 열린 토트넘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2게임을 7월 13일(팀 K리그), 16일(세비야FC) 독점 중계했다. 

쿠팡은 시청 UV(Unique Viewer)가 13일 184만명, 16일 110만명으로 총합 300만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자사의 와우멤버십 소지자에게만 오프라인 경기장 입장권을 판매하면서 회원 수 증가를 꾀했다. 쿠팡이 토트넘 등에 지급한 돈은 1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이런 행보는 자신들의 롤모델인 아마존을 쏙 빼닮았다. 아마존의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2018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구매해 3년 동안 중계했다.

아마존은 기존 OTT 구도에선 대규모 투자 없이는 순위를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마존은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들에 주목했다. 당시 경쟁 OTT들이 신경 쓰지 않던 케이블TV에는 소수의 충성 시청자들이 남아 있었는데, 라이브 중계를 보려는 스포츠 마니아였다.

아마존은 짧은 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스포츠 생중계라고 생각했다. 중계권 가격은 무척 높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로 드라마와 영화를 수십수백편씩 만드는 것보다는 싸다는 판단에서였다. 아마존은 이후 미국 미식축구, 메이저리그 야구, 여자농구 등을 중계했다.

단순한 판단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절대 넘어오지 않을 것 같던 스포츠 마니아들을 포섭하는 효과가 있었다. 스포츠 중계가 아마존이 구상하는 사업 특성에도 적합했다.

아마존은 스포츠 중계가 광고 기반의 OTT 등에 최적화한 콘텐츠라는 점에 주목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도 광고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은 일찌감치 IMDB TV와 트위치 등에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스포츠 중계에 집중한 쿠팡의 OTT 전략도 아마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중계는 미국이나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우선 유럽에서는 축구의 인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중계권료도 한 회사가 다 지불하기 힘든 수준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영국에서 TV로 모든 경기를 보려면 총 3개의 회사에 가입해야 한다. 미국은 시장이 크지만 축구의 인기가 높지 않다. 2013년 이전에 프리미어리그 중계는 지상파인 폭스와 케이블채널인 ESPN이 나눠서 했다. 2013년 이후에는 NBC가 중계를 맡고 있다. 아마존이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의 OTT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의 OTT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한국에서는 축구의 인기가 올라가더라도 경기시간이 새벽에 잡혀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더구나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회사도 중계권료의 상승으로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를 올해부터 유료로 중계하기로 하는 등 시장 규모에도 한계가 있다. 쿠팡이 K리그와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를 한 것처럼 선택적인 중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선택적인 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마니아에겐 감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쿠팡이 ‘독점 중계’의 위력을 깨달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독점 중계를 추진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가령,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전은 케이블TV에서도 중계를 했지만, 재방송이 불가능한 원인으로 쿠팡이 지목되면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채널에서 독점 중계하는 것에도 익숙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인데, 앞으로도 특정 OTT가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독점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쿠팡은 당장 6ㆍ7월 OTT 쿠팡플레이의 약진이 반갑겠지만 고민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 독일 DFB-포칼(이하 포칼컵) 독점 중계다. 쿠팡은 지난 7월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팀들이 참여하는 포칼컵을 독점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포칼컵은 리그가 아닌 만큼 중요도가 떨어진다. 특히 중계 시간이 한국 새벽 시간대라서 라이브가 생명인 스포츠 중계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쿠팡은 2021년 역대 최대 매출인 22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유통회사들 중에서도 처음으로 매출 20조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쿠팡의 영업이익은 2018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점차 줄여나가다가 2021년에 다시 1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 배경엔 사실상 쿠팡을 소유한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있다. 2015년 쿠팡에 투자를 시작한 소프트뱅크는 2021년 뉴욕증시 상장 당시 쿠팡 지분의 37.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쿠팡 지분을 계속해서 팔고 있다. 올해 3월에도 1조3000억원어치 지분을 매각했다.

쿠팡의 또 다른 문제점은 OTT가 쿠팡의 최대 효자가 돼 가고 있다는 데 있다. 성장성에서 쿠팡플레이의 실적이 도드라져 보일수록 이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회원 수 증가로 인한 이득은 미미하다. 아마존은 AWS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팡엔 AWS와 같은 확실한 캐시카우가 보이지 않는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온라인 유통업계 평균의 3배가 넘고, 쿠팡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900만명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모두 본업인 이커머스 시장에 관한 얘기다.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전체를 어느 순간 지배한다고 해도 적자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국가대표 경기 독점 중계 등 ‘선택적 중계’는 스포츠 마니아에게 감점 요소가 더 많다.[사진=뉴시스]
국가대표 경기 독점 중계 등 ‘선택적 중계’는 스포츠 마니아에게 감점 요소가 더 많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침내 4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아마존의 지난해 미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41.4%로 2위인 월마트의 5배가 넘는다. 하지만 아마존 이커머스의 수익률은 7% 수준이다.

결국 주가가 보여준다. 쿠팡은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쿠팡의 공모가는 35달러였고 거래 첫날 49.25달러를 기록했다. 지금 쿠팡 주가는 18.98달러다. 그나마 지난 1개월 동안 쿠팡 주가가 28.42%나 상승한 결과다. 쿠팡이 확실한 캐시카우를 만들 수 있어야 쿠팡플레이의 미래도 확실해질 수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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