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안정화 대책 모듈주택

조립식 건축양식인 모듈주책이 주목받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양질의 주택공급이 가능해서다. 서민을 위한 주택양식으로 활용하면 전•월세 가격도 낮출 수 있다. 높은 단가가 문제지만 이 역시 하락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듈주책의 미래를 살펴봤다.

▲ 조립식 건축양식인 모듈주택은 주요 구조 80%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는 1~2일 내에 조립만 한다. 조립모형 레고와 흡사한 방식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명국(45세•가명)씨는 오늘도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3년 전 유산으로 물려받은 대지 265㎡(경기도 소재)에 집을 짓는 내용이다. 확 트인 별장형으로 지을까, ‘ㄷ’자형 한옥으로 지을까, 심플한 단독주택은 어떨까. 2살 연하의 아내도 자신의 공상에 맞장구 쳐 주리라 생각한 김씨.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새로 지을 집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 본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내는 그곳에 펜션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고 싶단다. 확 트인 공간보다는 방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촘촘한 구조가 좋단다. 당장 건축할 뜻이 없던 김씨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하지만 부득부득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아내가 얄밉다.

결국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부는 신혼시절 서운했던 점까지 들춰가며 대판싸움을 벌였다. ‘쿵’ 아내는 안방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거실에 홀로 남은 김씨는 소주를 꺼냈다. 소주를 들이켜며 김씨는 생각해본다. ‘조립모형처럼 집을 짓고, 고치고, 옮기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내가 원하는 집

 

도, 내가 원하는 집도 다 가능할 텐데…. 불가능하겠지?’ 김씨는 답답하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김씨의 상상은 불가능한 걸까. 그렇지 않다. 조립식 건축인 ‘모듈주택’은 점차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모듈주택의 공식적인 명칭은 ‘공업화주택’이다. 공장에서 레고블록과 같은 직육면체의 모듈을 생산한 뒤 건설현장으로 운반해 설계대로 조립하면 완성된다. 집주인이 원할 경우 구조를 해체해 이동하거나 다른 모듈을 새로 조립할 수 있다.

국내 한 모듈주택 생산업체는 ‘최대 50% 공기 단축’ ‘주문 후 25일 이내 완공’ 등을 모토로 내세우며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빠르고 간편한 주택개념이다. 물론 ‘토목공사를 거쳐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것’을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모듈주택은 생소한 개념이다. 해외는 다르다. 모듈주택문화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50년 전부터 모듈주택으로 주거안정화를 도모해 왔다. 모듈형 건축으로 임대주택과 캡슐형 주거공간을 생산하며 미래사회에 대비했다. 미국은 도시 공간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모듈형 건축을 활용하고 있다. 모듈주택으로 친환경적 녹색공간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선진국 중 모듈건축에 특히 강세를 보이는 나라는 영국이다. 발달된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1950년대부터 모듈기술을 활용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시장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층건물에까지 모듈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에서 모듈양식은 교육•의료•국방시설 등 공공부문에 주로 쓰인다. 민간부문에서도 건설현장 시설물•상업•주거시설 등에 쓰이고 있다.

모듈주택 활성화된 선진국

국내에 모듈건축양식이 처음 도입된 건 1992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2000년대 후반이다. 국내 모듈시장 규모는 2010년 427억원에서 2012년 1200억원(추정치)로 180%가량 커졌다. 모듈건축 산업은 향후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0년 모듈건축시장을 최대 3조4000억원 규모로 예측했다. 기술력 또한 선진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 모듈형 주택공법은 빠른 건축과 간편한 공급으로 임대형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중되는 전세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모듈주택 기술은 선진국 수준을 90% 이상 따라잡았다”며 “고층건물 등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하는 시공실적이 없는 탓에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 기술역량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국내업체에 모듈건축물을 주문하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 건축물 설계업체 포스코A&C는 지난해 10월 호주 로이힐 광산과 모듈주택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2인용 4동과 4인용 243개동으로 구성된 근로자 숙소를 짓는다. 계약금액은 2000만 달러(약 213억원)다. 이 회사는 2011년 말에도 러시아 메첼그룹 근로자용 모듈주택을 600억원에 수주했다.

포스코A&C는 국내 모듈건축물 사업 확장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강남에 ‘뮤토(MUTO)청담’ 18세대를 지어 직원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고, 거제도와 경기도 가평 등에 모듈주택 건립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모듈주책의 장점은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자재 8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 콘크리트 건축물에 비해 폐기물도 거의 없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최적의 건축물이다. 양질의 주택을 빠른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월세난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모듈건축 양식은 기숙사•다세대주택•다가구주택•원룸 등 동일한 공간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서민형 주택’에 적합하다.

모듈형 주택을 전•월세 물량으로 활용한다면 공급에 숨통이 트이고 (전•월세)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수요가 채워져 공급이 필요없다면 구조물을 해체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시 전•월세 이주자주택이나 임대주택 등에 모듈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정부도 모듈주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초 어감이 딱딱한 ‘공업화주택’이란 명칭을 ‘아침형주택’으로 바꾸며 모듈주택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높은 운송비용과 단가는 과제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공업화주택(모듈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종전에는 모듈주택의 인정기준이 공동주택 수준이어서 까다로웠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단독주택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기존 10개였던 성능인정 기준도 지금은 구조안전•환기•기밀보장성•열환경•내구성 등 5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듈주택이 완전무결한 건 아니다. 집을 짓기 위해선 대형 모듈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운송비용이 만만치 않다. 진입로가 좁은 지역에는 공사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건축비도 아직은 높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의 일반적인 건축비는 3.3㎡당 3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주문형 모듈주택의 경우 3.3㎡당 건축비가 4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건축비가 떨어질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소량 주문생산이 많고, 고급 자재로 스펙을 높이려는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3.3㎡당 공사비가 높아진 것”이라며 “시장이 활성화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단가는 충분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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