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철 전력소비량 분석해보니…

▲ 블랙아웃이 우려되던 지난해 여름 국민과 달리 공공기관은 전력소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식경제부가 ‘국가전력소비지도’를 내놨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의 전력소비량을 측정한 일종의 에너지 보고서다. 독특한 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여름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원전가동이 정지되면서 전력난이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은 전력소비를 줄인 반면 공공기관은 전력을 펑펑 써댔다.

지식경제부가 1월 22일 전력수급 위기극복과 에너지절약 문화정착을 위한 국민발전소 건설운동(2012년 6~7월)의 일환으로 ‘국가전력소비지도’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각 기초자치단체별 월간 전력소비량을 가정용•공공용•상업용•산업용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가 국가전력소비지도(전력소비지도)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두번에 걸친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을 통해 7억6200만㎾의 전기를 절감했다. 주목할 점은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이 끝난 후에도 전기량이 절감됐는지다. 전력소비지도의 8~9월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62억5640만㎾에서 54억728만㎾로 8억4912만㎾(-13.6%) 줄었다. 상업용•산업용 전력소비량은 각각 9.6%, 0.3% 줄었다. 하지만 공공용 전력소비량은 되레 5.3% 증가했다. 가정•기업•자영업자와 달리 공공기관은 국민발전소 건설운동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력소비를 늘렸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난해는 늦더위가 9월까지 이어진 데다 원전사태까지 터져 국민발전소 건설운동과 무관하게 전력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공기관만 전력소비를 늘린 것이다.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전력낭비가 심하다는 걸 전력소비지도가 잘 보여주고 있다.

눈먼 돈으로 눈먼 에너지를 쓰는 공공기관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알려지지 않은 일화 한 토막이다. 지난해 1월 A공사에 지식경제부가 실내온도 조사를 나갔다. 첩보를 입수한 A공사는 에어컨을 1시간 넘게 틀어 적정온도를 맞췄다. 이 사실은 A공사의 직원이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드러났다. 문자메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식경제부 나온다고 에어컨 트는 이상한 A공사.”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전력난 국민 탓 아냐

 
현재 전력 당국이 블랙아웃을 막는 방법은 수요를 관리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전기수요는 공짜로 관리할 수 없다. 국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전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 지난해 상반기에 정부가 사용한 전력수요관리 비용만 2400억원에 달한다. 2009년(384억원)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공공기관에서는 전력을 낭비하고 전력이 모자라면 국민세금으로 기업 전력을 사다 쓰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전력난을 국민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비싼 값에 전기를 쓰는 국민은 전력소비를 줄이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은 되레 늘리고 있어서다. 익명을 원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력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전력사용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며 “싼값에 전기를 쓰면서도 보조금까지 받는 산업용 전기료의 시스템에도 메스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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