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한국GM이 올해 0.5t 경트럭 ‘라보’와 경승합차 ‘다마스’의 판매를 중단한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 시일이 지났거나 판매가 부실한 차종을 단종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두 차종은 이른바 ‘서민차’로 영세자영업자의 생계형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라보와 다마스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량이다. 일일 운영을 하는 이동식 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동네 가게에서 배달 차량으로 쓰인다. 서민의 입장에선 연료(LPG)가 저렴하고, 차체가 작아 활용도가 높다. 등록세•취득세 감면은 물론 경차와 비슷하게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50% 감면 혜택도 있다. 1991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라보의 판매가격은 741만~818만원이고, 다마스의 판매가격은 893만~930만원이다.

▲ 한국GM은 내년부터 다마스(사진)와 라보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한국GM은 라보와 다마스의 단종 이유로 판매 부실을 꼽았다. 또 2014년부터 적용되는 국내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배기가스 자기진단장치(OBD-II)를 장착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개발비용에 비해 얻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GM은 두 차종의 지난해 판매가 3200대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단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민차라는 이유로 단종을 미뤄왔다. 2007년에도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단종했다가 생계형 차종이라는 이유로 생산을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한국GM은 정부의 이번 강력한 환경 규제에 자연스럽게 맞물려 단종을 결정했다.

단종 결정에 대해 아쉬운 부분은 우선 자동차 메이커와 정부 당국 간에 공감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라보와 다마스는 서민의 생계형 차종으로 공공성이 강한데 이런 의미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수익이 적거나(메이커) 친환경성만 강조(정부)하는 것은 국내 경제와 자동차 산업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부의 심도 있는 고민이 없었다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라보와 다마스 사라지나

라보와 다마스는 국내시장에서 판매가 부실하고, 시장이 작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차종은 해외 개발도상국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우선 사용연료의 다양성과 기동성은 큰 장점이다. 여기에 정부지원이 이뤄진다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노력도 없이 단순히 단종하는 것은 좋은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두 차종은 또한 친환경차로 변신하는 데 용이하고, 이에 따른 개발비용도 적게 든다. 일부 친환경업체는 이 차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획일화된 국산차들을 생각하면 차종의 다양성 측면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GM과 정부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번 생각해 라보와 다마스의 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서민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두 차종의 지속 생산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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