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검색시장 절대강자 ‘바이두’

누가 바이두를 ‘짝퉁 구글’이라 하는가. 누가 바이두를 ‘중국의 네이버 정도’로 평가절하하는가. 바이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IT기업이다. 미국의 한 리서치 기관에서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 의하면 바이두의 브랜드가치는 243억 달러다. 삼성(141억 달러)을 크게 앞선다.

▲ '2012년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바이두는 HP를 따돌리고 25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바이두 창업자 리옌홍(45) 회장.

서울에 거주하는 약사 홍정희(33)씨가 컴퓨터를 켠다. 인천에 거주하는 학원 강사 최만웅(41)씨도 컴퓨터를 켠다. 같은 시각, 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초롱(21)씨도 자신의 노트북을 켠다. 사는 곳과 직업이 다른 이들이 컴퓨터를 켠 이유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목적을 수행하기 전 공통적으로 행하는 일이 있다. 검색사이트에 접속해 필요자료를 검색하거나 e-메일을 읽는 것이다.

인터넷세상이 열리면서 컴퓨터를 켜면 검색사이트부터 접속하는 게 습관처럼 됐다. 한국의 경우 이용자 10명 중 7명이 네이버에 접속한다. 미국은 10명 중 6명이 구글, 일본은 10명 중 5명이 야후재팬에 들어간다.

중국은 어떨까. 10명 중 8명이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에 접속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기준 바이두의 중국 내 온라인 검색시장 점유율은 77.6%에 이른다.

중국 검색시장 80% 점유

다소 생소한 기업인 바이두는 중국의 네이버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지금의 바이두는 국내 포털업체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성장했다. 2012년 8월 김영문 계명대(경영학) 교수가 웹사이트 순위조

 

사 업체 알렉사닷컴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발표한 ‘전 세계 500대 웹사이트’ 분석결과에 따르면 바이두는 세계 5위에 랭크됐다. 네이버는 174위, 다음은 369위에 그쳤다.

자료를 좀 더 살펴보면 중국 IT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500대 웹사이트 중 중국 IT기업의 사이트는 78개에 달했다. 미국(197개)에 이어 2위다. 한국은 4개(네이버•삼성•다음•구글코리아)에 불과하다. 구글코리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3개뿐이다.

김영문 교수는 “국내 포털기업이 국내경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중국기업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며 “단 4개 사이트만을 보유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떠드는 건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2000년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에서 창립한 바이두는 글로벌 IT기업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밀워드 브라운이 발표한 ‘2012년 세계 100대 브랜드순위’에 따르면 바이두의 브랜드 가치는 243억 달러에 달한다. HP(228억 달러)를 따돌리고 25위를 차지했다. BMW(246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브랜드 가치순위는 55위(141억 달러)로 바이두보다 한참 아래다.

바이두를 글로벌 IT기업으로 키운 주역은 리옌홍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리옌홍 회장은 ‘중국인의 생활에 맞는 인터넷 핵심기술의 개발’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이를 중국의 거대한 검색인구가 뒷받침했다.

물론 바이두가 지적재산권 보호가 허술한 틈을 타 불법음원서비스로 접속자수를 늘렸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와 비슷한 ‘Q&A서비스’, 동시에 여러 개의 서버를 제공하는 ‘스피드 검색’ 등 독특한 서비스는 바이두의 강점이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전략도 알찬 열매를 맺고 있다. 2005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두는 2008년 일본에서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프랑스 통신회사와 손잡고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공략에 나섰다. 한국진출을 놓고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미 확고한 국내 포털업체의 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NHN 관계자는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조차 한국에서 힘을 못 쓰는 상황인데 바이두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모바일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바이두는 모바일 분야에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건립하고 모바일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글로벌 PC제조업체 레노버와 손잡고 스마트폰 운영체제(플랫폼) 탑재 서비스도 하고 있다. 향후엔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바이두의 이런 전략이 모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이두는 ‘짝퉁 구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사업아이템에서부터 전략까지 구글을 쏙 빼닮아서다.
무엇보다 바이두의 화면은 구글의 메인페이지와 흡사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꼭 필요한 메뉴만 배치했다. 바이두가 모바일 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 역시 구글과 다르지 않다.

또한 중국정부의 규제로 불법음원서비스에 제동이 걸린 것도 악재다. 바이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모바일 사업 역시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검색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바이두지만 모바일 웹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웨이신•텐센트 등 중국의 전문 모바일기업에 비해 콘텐트가 부족하고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바일 검색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은 데스크톱에 비해 제한요소가 많아 바이두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노출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용준 성균관대(경영학부) 교수는 “바이두가 모바일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모바일 분야가 중요한 아이템이다 보니 사업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점이 있는 온라인 검색분야는 더욱 확고히 하되 사업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Issue in Issue

구글에 퇴짜 맞은 얀덱스, 서비스 차별화로 전세역전

▲ 얀덱스의 러시아 온라인 검색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구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독일•터키를 비롯한 유럽국가에선 점유율 90%가 넘는다. 본고장 미국의 점유율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남미•중동•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때문에 구글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체 검색브랜드로 시장을 장악한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네이버의 한국, 바이두의 중국은 어찌 보면 특이한 케이스다.

그런데 여기에 러시아가 추가된다. 러시아의 고유 검색엔진 ‘얀덱스’는 러시아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구글을 2배가량 앞서는 수치다.

러시아 고유 검색엔진 ‘얀덱스’

얀덱스는 1997년 아르카디 볼로즈(현 CEO)와 일리야 세갈로비치(현 최고기술책임자)가 설립했다. 2005년 회사를 인수해 달라고 구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굴욕을 맛본 얀덱스는 서비스를 차별화하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러시아어 특성을 고려한 인공지능 검색알고리즘 ‘매트릭스넷’을 통해 검색기능을 강화했다. 검색기능만 갖춘 구글과 달리 얀덱스는 친구찾기•온라인쇼핑 등 부가서비스를 선보이며 러시아인을 열광시켰다. 이런 성장성을 바탕으로 얀덱스는 2011년 5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