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책이 바꾼 세상과 사람

▲ 전자책과 종이책은 다르다. 종이책을 읽으면 사색이 가능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
 20대 시절 워런 버핏은 신문 배급업자와 독특한 계약을 맺었다. “매일 자정에 월스트리트저널을 앞마당에 놓아달라.”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월스트리트를 세상 누구보다 빨리 읽은 후 사색하고, 판단하고,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계 최고의 존경받는 부자다. 무언가를 ‘읽는 것’, 위대함을 만드는 황금률이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지칭해 흔히 ‘2% 부족하다’고 말한다.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2% 부족하다’는 말만큼 치명적이고 듣고 싶지 않은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기고 싶은 것은 본능이자 근원적인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누구나 자신의 무능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은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승패를 가르는 ‘2%’는 바로 위대함을 만드는 매직넘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평생 책을 읽는 습관’이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일수록 하나같이 책벌레였다. 성공한 사람들을 성공할 수 있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2%’는 다름 아닌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책을 읽지 않고 성공하기를 꿈꾸지 말라는 말이다.

부족한 2%를 채우는 것은 유창한 언변도 아니고 타고난 미모나 신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흔히 말을 잘하면 성공한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말을 잘하면 신뢰가 떨어져 기피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을 잘하기로 정평이 난 이어령 박사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한다’는 칭찬이라고 하지 않던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자 정치인으로 꼽히는 존 F.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설 등으로 ‘바람둥이’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유려한 이미지 덕분에 미국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책을 즐겨 읽은 독서광이 바로 케네디라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해롤드 에반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독서광은 링컨, 워싱턴,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등이다. 그가 독서광으로 선정한 22명의 대통령 중에 미국인이 뽑은 훌륭한 대통령 상위 10명이 모두 포함돼 있다.

책 읽지 않고 성공 꿈꾸지 마라

훌륭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그들에게는 시대를 간파할 수 있는 혜안이 있었으며 그것을 소유하는 데 독서가 뒷받침이 됐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의 도서 목록에는 뉴욕타임스 등 신문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로 인해 사회변화와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청소년 시절 역할모델은 윈스턴 처칠이었다. 두 사람은 학창시절은 물론 역사와 위인의 전기를 좋아했다는 점까지 닮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 졸업논문으로 ‘영국은 왜 잠을 자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는데 이를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제목은 처칠의 「영국이 잠자고 있는 동안」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케네디는 또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책도 썼다. 케네디는 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어뢰정을 타고 전투 임무를 하던 중 등에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가족에게조차 숨겼다. 1954년 어느 날 상처 부위가 악화돼 척추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염증이 심해져 사경을 헤맸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장례식 준비까지 해뒀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기력을 되찾았다. 그는 요양 중에 「용감한 사람들」을 집필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리즘 상인 ‘퓰리처상’을 받았고 케네디는 일약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쯤 되면 케네디와 처칠이 얼마나 닮은꼴인지 알 수 있다. 독서광일 뿐만 아니라 노벨상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태어났을 때는 두 달 먼저 나온 조산아였고 어릴 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됐다. 160㎝의 키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늘 꼴찌였다. 또 나중에는 대머리가 됐다. 청소년 시절 말을 더듬은 탓에 토론이나 연설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한마디로 땅딸막한 키에 뚱뚱하고 못생긴 소년이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그의 앞날은 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사람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영국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명재상 처칠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2차 세계대전 와중에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명성을 쌓은 처칠 수상 역시 지독한 책벌레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늘 꼴찌로 놀림을 받았던 그였지만 ‘독신(讀新•독서의 신)’으로 살았다.

처칠은 「로마제국쇠망사」를 평생 즐겨 읽었는데 이 책에서 처칠의 리더십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칠은 이 책에서 정치인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구했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재무장관을 지낸 처칠 아버지의 필독서였다. 처칠은 군복무 중에도 하루 5시간을 「로마제국쇠망사」를 탐독했다. 처칠은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인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많다.

아직도 처칠이 쓴 책들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그의 방대한 독서뿐만 아니라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생산적인 독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처칠은 1953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쓴 책들에서 보여주는 번뜩이는 혜안과 지혜는 어린 시절부터 해온 독서의 ‘샘’에서 퍼 올린 것이다.

처칠은 독서를 하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발견하면 메모해 뒀다가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 자신만의 어록을 만들기도 했다. ‘설령 책이 당신의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아는 체하며 가벼운 인사 정도는 반드시 하고 지낼 일이다’라는 명언은 짐짓 웃음을 짓게 한다. 독서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인용문을 메모하고 암송하면 글을 쓸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제국. 그런데도 세계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번영을 누린 이 고대국가가가 오늘날까지 그 위대함이 유지되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 문장은 그야말로 절묘한 비유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문학작품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문장이 유려하고 인물의 성격을 잘 묘사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또 긴 세월에 걸친 로마 제국의 역사를 죽어버린 과거로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과거로 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정치 리더들의 애독서였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처칠뿐만 아니라 인도 수상 네루,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등 세계의 리더들이 손에 꼽는 애독서다. 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마 역사를 끄집어내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활용했다.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 책벌레

역사서에는 수많은 과거사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정치인은 과거 사례를 많이 접함으로써 임기응변에 능할 수 있다. 처칠은 특히 역사책과 세계 지도자들의 전기를 많이 읽었다. 처칠은 역사에 이어 철학•경제 등으로 책 읽는 분야를 넓히면서 리더 자질을 갖춰나갔다.

정치가나 리더를 꿈꾼다면 역사책을 즐겨 읽고 ‘역사적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절대 의무일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읽고 잠자기 전까지 독서를 하는 최고의 모델은 세계 최고의 존경받는 부자 워런 버핏이 꼽힌다. 워런 버핏은 월스트리트 저널로 부자가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대 시절 버핏은 이 신문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이 신문의 지역 배급업자와 특별한 계약을 맺었다. 내용은 이랬다. ‘날마다 밤에 오마하로 이 신문이 운송되면 한 부를 뽑아서 자정에 버핏의 집 마당에 놓아 달라.’

이렇게 배달된 월스트리트저널을 버핏은 그 누구도 읽기 전에 새벽까지 읽었다. 버핏이 뛰어난 투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정보를 누구보다 앞서 읽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자신의 독서량이 일반인의 평균독서량의 다섯배에 이른다고 공개한 바 있다. 누구나 한 분야에서 ‘군계일학’이 되려면 다른 사람보다 5배 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보다 5배 책 많이 읽는 버핏

버핏은 여덟살 때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라는 책을 읽었다. 버핏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내용은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구절이었다. “비판하지 말고, 욕하지 말고, 불평하지 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부심에 상처를 주며, 자존감을 해치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심오한 충동은 ‘중요하게 인식되고 싶은 소망’이다.” 그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원동력은 바로 책에서 교훈을 얻은 ‘비난하지 말자’다.

수나라 때의 문중자는 “멈춤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다”며 ‘지학止學’을 주창했다. 문중자는 멈춤의 지止와 멈추지 않음의 ‘부지不知’ 사이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큰일을 이루는 자와 용렬한 자의 경계라고 갈파한다.

청쿵長江그룹 리자청(李嘉誠•홍콩명 리카싱)은 ‘지학’의 요체를 몸으로 실천하는 경영자로 통한다. 리자청은 자선사업 등으로 중화권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부와 권력을 지닌 그는 ‘멈춤을 안다’는 뜻의 ‘지지(知止)’라는 두 글자를 사무실에 걸어뒀다. 잠시라도 지학의 뜻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22세에 창업해 54개국의 500여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데 지학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개인재산 33%인 6조원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리자청은 잠자기 전 30분 독서를 22살 때 창업을 한 이후 무려 60여 년 동안 실천해 왔다고 한다. 그의 책상에는 늘 「논어」 등 중국의 고전들이 놓여 있다. 성공한 사람이나 부자들은 저마다 독서를 통해 내공을 쌓은 것이다.

▲ 고등학교 시절 꼴찌라고 놀림받았던 영국의 명재상 윈스턴 처칠은 책을 통해 지혜를 얻었다.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매일 40분~1시간을 온전히 책 읽기에 할애한다”며 “이런 습관 덕에 2007년부터 정독한 책만 한해 100~200권 정도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은 핵심적인 한두 구절일 때가 잦다. 전후 맥락을 알기 어렵다. 독서만큼 감흥이 없다. 한 권을 다 읽다가 마주친 한 구절의 울림은 엄청나다. 며칠간 사색하고 성찰할 계기를 준다. 검색으론 어려운 일이다.” 그가 디지털 세상의 리더가 된 비결은 디지털 검색이 아니라 독서와 사색에 있었던 것이다. ‘사색은 사라지고 검색만 남았다.’ 요즘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디지털 세상을 빗댄 표현이다.

사색보다 검색이 우선하는 세상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자신만의 검색 텍스트 혹은 콘텐트를 마련해 놓는 데 있다. 그 비결은 다산 정약용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옛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중요한 대목을 만나면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이렇게 적은 쪽지가 상자에 잔뜩 쌓인다. 어느 날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초록할 당시에 이미 주견이 서 있었으므로, 갈래별로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독서의 비결은 바로 초서에 있다는 것이다. 초서란 자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인용구나 문장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산이 말한 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핵심적인 문구를 발췌해 메모해보는 것이다. 책에서 자신의 주견에 맞는 문장을 골라내면 이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읽는 생산적인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 지배하는 종이책

필자는 다산의 초서를 접한 2006년부터 초서파일을 노트북에 만들고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다시 책을 펴 초서를 한다. 지금까지 한 초서는 필자의 저술의 원천이다. 지난해 10월말에 낸 「잠자기 전 30분독서」는 바로 초서로 인해 탄생한 책이다.

수많은 책을 보고 그 인용문을 담은 초서파일은 언제든지 관련 내용을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다. 검색은 곧바로 사색으로 이어지고 그 사색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현에 도우미 또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을 검색하는 게 아니라 독서를 하고 자신의 노트북에 초서를 해 그 초서파일을 검색하자. 그리고 사색의 세계로 가자. 디지털 세상의 지배자는 어쩌면 수많은 책을 읽고 그 책의 인용문구가 담긴 파일을 많이 소유한 사람일지 모른다. 그게 빌 게이츠가 말한 ‘생각의 속도’를 광속으로 구현하는 길이 아닐까.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소장(문학박사) roma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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