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dition 파트2]르네상스 맞은 떡산업

▲ 현대화된 떡카페는 시설 면에서 대형 커피전문점에 뒤지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떡을 즐기지 않았다. 떡이 빠르게 변하는 식품 트렌드를 쫓지 못한 결과였다. 법망에 가로막혀 배달을 하지 못하는 떡집이 많은 것도 몰락의 이유였다. 이런 떡이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굳지 않는 떡이 개발되는 한편 최신식 떡카페까지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1월 25일 오후 5시 30분. 서울시청을 서성대고 있었다. 1월 말의 한파는 머리를 얼얼하게 했다. 몸을 녹이려 들어간 곳은 인근의 A떡카페. 떡카페가 성업 중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매장의 크기는 70㎡(약 21평) 정도.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현대적이고 깔끔한 분위기다.

주문하러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오른편으로 중년의 프랑스인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시청 인근이라 관광객들이 자주 오세요. 일본 손님들은 선물용으로 떡 세트를 많이 사 가시고요.” 묻기도 전에 카페 점원이 먼저 설명한다.

굳지 않는 떡의 혁명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진 않지만, 떡집에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팔고 있는 게 신기했다.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저녁식사 대용으로 모찌와 고구마맛 찰떡을 주문했다. 가격은 6300원. 비싼 듯했지만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있어서인지 묘하게 흥분됐다.

 

떡의 무한변신이 계속되고 있다. 명절 때만 찾던 이벤트성 간식에서 벗어나 서양과자와 맛을 겨루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떡은 식품 트렌드에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제빵과 과자 등에 국민 간식자리를 내준 아픔이 있다. 업계에선 공장에서 빵이 대량생산되던 산업화 시기부터 떡과 빵의 선호도가 역전됐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러나 식품산업 트렌드가 ‘웰빙’과 ‘전통’으로 바뀌면서 떡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떡카페의 등장이다. 과거의 떡집은 낡고 허름한 방앗간 정도였지만 최근엔 스타벅스•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자웅을 겨룰 만큼 현대화됐다. SPC그룹 떡 브랜드 ‘빚은’은 전국 160여개 매장 중 30~40%가 카페형 매장이다. 향후 신규매장은 되도록 카페형으로 개설한다는 게 빚은 측의 방침이다.

빚은과 업계 수위를 다투는 ‘떡보의 하루’도 카페형 매장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떡보의 하루 기획팀 관계자는 “아직 카페형 매장이 많지는 않지만 점주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시장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 카페형 매장의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퓨전떡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떡은 빙과•초콜릿•제과류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상품으로 태어나고 있다. 화려해진 모양과 편리해진 포장으로 젊은층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떡 만들기의 간소화로 이어지는 추세다.

대상청정원•햇쌀마루 등에서 선보인 ‘떡 만들기 프리믹스’ 제품은 핫케이크•도너츠 프리믹스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에 조리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떡 프리믹스 시장규모는 2007년 50억원에서 2009년 130억원으로 커졌다. 떡은 산업화되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만든 후 하루만 지나도 굳어버리는 특성 때문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레토르트 포장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으나 그다지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떡 산업이 해외로 뻗어나가지 못한 것도 보관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농촌진흥청이 ‘굳지 않는 떡’ 개발에 성공하면서 유통의 신세계가 열렸다. 굳지 않는 떡 기술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한 쌀 가공법이다. 농촌진흥청은 쌀 이외에 모든 곡류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굳지 않는 떡은 경제적으로 1조3000억원가량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은 아셀•해미원식품•떡그루 등 국내 209개 업체에 이전된 상태다. 해당업체는 이 기술로 일반 떡은 물론 떡케이크•컵떡국•라이스클레이•초코볼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박혜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굳지 않는 떡의 맛이 일반 떡과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차이는 거의 없다”며 “기술개발로 저장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유통과 해외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떡류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2011년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우리떡이야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떡류 시장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쌀 가공식품 시장의 60.1%를 차지한다. 업계에선 최근 시장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빚은 마케팅팀 관계자는 “2012년 떡류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1조4000억~1조6000억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퓨전떡의 발달과 떡볶이용 떡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달하기 어려운 떡 “왜”

그럼에도 떡류가 제과에 넘겨준 국민간식자리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 제과업계 시장규모는 2조8500억원으로, 떡류산업의 2배다. 규모에서 일단 경쟁이 되지 않는다. 점포의 영세함과 정부의 미흡한 행정 역시 떡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현재 떡류업체 10개 중 8개 이상이 5인 이하 사업장이다.
 
 

그런데 이들 영세업체는 인터넷 주문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배달조차 하지 못한다. 식품위생법의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관계자는 “짜장면, 치킨과 달리 떡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배달할 수 있다”며 “정부는 배달영업을 하려면 수천만원짜리 ‘자가 품질검사’시스템을 갖춘 후 업종변경을 하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현재 떡 판매업자들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등록돼 있어 배달이 안 되는 것”이라며 “업계 종사자분들은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원론적인 답변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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