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6] 신도리코 100% 현금결제의 원칙

 ‘현금을 주면 좋은 제품을 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신도리코의 ‘100% 현금결제’ 원칙은 단순하지만 큰 울림을 준다. ‘협력업체에 돈이 빠르게 돌면 납품제품의 질이 올라가고, 그러면 원청기업 제품의 품질이 개선된다’는 뻔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어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이처럼 작은 데서 출발한다.

 
1월13일 신도리코의 부품 협력업체 A사는 납품대금을 받기 위해 시중은행에 들렀다. 기업어음(CP)으로 받는다면 만기가 3~5개월이다. 어음을 받은 후 그만큼을 기다려야 현금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시장에서 할인하면 그보다 빨리 찾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A사는 은행을 찾아간 당일 납품대금으로 손에 쥐었다. 신도리코가 100%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삼고 있어서다.

신도리코의 협력업체 중 A사만이 현금거래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신도리코와 거래하는 모든 협력업체는 거래대금을 한달 후에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매달 13일과 26일 두차례 결제한다. 현금을 손에 쥔 협력업체는 숨통이 트인다. 당연히 신도리코와 협력업체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된다. 회사 관계자는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협력업체에게 100%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며 “외부 협력업체의 경우에도 현금을 원하면 은행과 이자율을 협의한 뒤 탄력적으로 대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신도리코의 ‘100% 현금결제’ 원칙은 1960년 창업과 함께 시작했다. 우상기 신도리코 창업주는 ‘좋은 물건을 얻기 위해선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발 더 나아가 현금을 주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런 이유로 우상기 창업주는 현금거래를 고집했고, 업계 안팎엔 “신도리코와의 거래는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제품 경쟁력을 갖춘 협력업체가 신도리코와 거래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 신도리코 아산공장 내 A3 복합기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1970~1980년대 신도리코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신도리코는 2008년 매출 6438억원, 영업이익 4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매출 7510억원, 영업이익 718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


‘현금결제’의 강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요즘처럼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겐 큰 메리트를 준다.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면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협력업체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협력업체 제품의 질이 높아진다.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전문인력을 자를 필요가 없어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다시 신도리코에 공급돼 완제품의 품질이 올라간다. 신도리코의 현금결제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모델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대기업의 현금결제비율은 4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지속돼온 신도리코의 현금, 협력업체와의 거래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외부에서 신도리코의 현금결제를 동방성장의 모델로 언급하곤 하는데, 정작 회사 내부에선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어 어안이 벙벙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동반성장은 애써 하는 게 아니다. 신도리코처럼 ‘무감각’해야 진짜 동반성장의 길이 열린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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