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석 경인방송 The Scoop 대표 겸 편집인
묵은 한 해 동안의 아쉬운 일들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는 첫날이 ‘설’이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나타내는 ‘살’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설說도 있고, 새해라는 정신•문화적 시간의 충격의 의미를 담은 ‘낯 설은 날’의 ‘설은 날’이 ‘설날’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서러워서 설, 추워서 추석’이라는 속담이 있는걸 두고 ‘서럽다’에서 출발했다는 견해도 있는데, 왜 이리 이 단어가 가슴에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서러움은 어디에서 올까. 없기 때문이다. 설에 찾아뵐 부모가 없어서 서럽기도 하고, 돈이없어서 서럽기도 하고, 힘이 없어서 서럽기도 하다. 바로 서민의 애환이자, 없는자의 아픔이다.

올해도 여지 없이 설날은 가진자들의 잔치 뿐이다. 정부도, 기업도 권세가 있는 곳에만 돈을 푼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떡값’은 고사하고 얄팍한 선물세트 하나 씩 돌리기도 버겁다. 추석의 키워드를 ‘나눔’이라고 한다면 설날의 키워드는 ‘희망’이어야 한다.

설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듣기 힘들까. 특히 대기업 사람들과 관료들을 통해서는 이같은 단어를 듣기가 더 힘들다.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오히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성장을 일궈내겠다”며 의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지난해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률과 순이익을 올린 대기업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서두부터 “힘들다”를 꺼낸다. 올해 경기가 불확실하거나 부진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모든 예산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 과거에 그들이 떠들던 사회공헌과 상생에 이바지할 여력 조차 없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같은 변명과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정부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인터뷰를 통해 “금년 경제성장률은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작년 보다는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같은 날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꼼수’라는 지적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3.5%, 아니 그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쉽게 달성할수 있는데 미리 죽는 소리를 해서 차기 정부의 업적을 극대화시키려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는 25일 대통령 취임을 앞둔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줄 의무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검증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러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분배와 복지는 경제 성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상승추세다. 게다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조선업도 기지개를 펴고 있고,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의 수주도 활발하다. 중국의 도시화 프로젝트도 건설업은 물론 철강,기계,식품,교육,화장품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 걸쳐 호재다. 뿐만 아니라 종합상사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래서 희망적이다.

기업 CEO가 직원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못주면 ‘역적’이라고 한다. 국가의 최고 리더도, 고위 관료도 마찬가지다. 희망이 보이는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리더는 역적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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