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7] 해외 어음제도 운용사례

▲ 국내 어음제도의 표본은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의 어음결제 비중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팩토링이 활성화되면서다.
 

 

 

 

 

 

 어음은 아시아권에서만 사용한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미국•프랑스•독일 등 서구 국가들도 어음을 쓴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음의 발행과 유통을 엄격히 통제해 각종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각국의 어음제도 운용사례를 살펴봤다.

국내 어음제도는 일본을 표본으로 삼았다. 일본은 1971년 어음시장을 창설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인터뱅크 시장은 단기 자금거래의 장으로서 ‘콜시장’과 다소 긴 자금거래의 장인 ‘어음시장이’라는 2개 장으로 기능이 분화됐고, 일본 단기금융 시장의 중추적 존재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본 어음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1997년 상거래에서 4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0~30% 수준이다. 어음거래가 축소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결제와 팩토링 활성화 때문이다. 팩토링이란 매출채권인수업을 말한다. 쉽게 말해 매출채권을 간단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게 팩토링이다. 이 때문에 매출자•매입자 모두 큰 부담 없이 외상거래를 할 수 있다.

미국에도 은행인수어음(BA•bankers’ acceptance)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BA는 수출입기업이 발행한 환어음에 대해 지급은행이 약정대로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어음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어음은 인수은행이 할인매입한 후 만기까지 보유하기도 하지만 중개기관을 통해 유통시장에서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인수어음의 만기는 대개 30~180일이다.

기업어음(CP) 시장도 있다. 이는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은행지주회사•금융기관 등이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무담보 융통어음’ 시장이다. 기업어음 발행업체는 주요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투자등급 이상인 업체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의 어음시장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위축되고 있다. 이유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팩토링 활성화다. 또한 어음시장도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어음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주정부에 등록의무가 있다. 만기 9개월 이하 어음만 등록면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어음의 통제가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어음발행 기업과 은행 모두 지급의무를 지기 때문에 단기금융시장에서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는 ‘RIBA’와 ‘CAMBI ALE’ 등 두가지 어음이 있다. 신용거래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하지만 발행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어음사기 등 폐해가 일어날 여지가 적다. RIBA의 경우 결제하기 위해선 상품판매자가 판매사실 증명서류를 거래은행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CAMBIALE는 상품판매자가 구매자 발행 지불증서를 은행에 제출해야만 현금화할 수 있다.

유럽국가 가운데 어음결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다. 어음결제 비율이 80%에 이른다. 하지만 법적으로 1차 유통만 허용해 연쇄부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독일도 배서와 양도불허, 3인에 의해 보증된 만기 3개월 미만의 어음만 할인, 어음 부도자는 5년간 사업재개 불가, 추후 소득 발생시 채무상환 등 엄격한 어음운용 규정을 갖고 있다.
이기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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