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OECD 국가 가운데 인구나 부가가치생산이 가장 많은 미국은 부가세가 없고, 다음으로 많은 일본의 부가세는 우리의 절반인 5%다. 10%의 낮은 부가세율을 적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는 주장이다.

▲ 부가세 인상 주장은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한 꼼수다.
부가세냐 부유세냐의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진영의 최근 화두라고 말들이 요란하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정권 인수시기인 지금 정해두지 않는다면 박 당선인의 공약은 재원을 만들 수 없어 결국 기만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박 당선인 진영의 극우적 본질에 비춰보면 이런 논란은 발생할 수도 없다. 이 진영은 복지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처음부터 여러 이유를 들먹이면서 보편적 복지정책에는 반대해 왔다.

노약자 등 경제적 약자를 선별해서 시혜적 복지를 실시하는 것은 17~19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종교단체나 독지가 등이 설치ㆍ운영한 ‘구빈원救貧院(workhouse)’적 발상이다. 이 복지단체의 재원은 부자들의 기부나 선의에 의존했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출 등 사회적 차원의 문제해결 노력은 당초부터 아예 필요가 없거나 인식대상도 아니었다.

구빈원에 돈을 기부하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경제적 약자라고 아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지원한다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이 발상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사회기강을 마비시킨다고 봤다. 요새 잘 사용하는 말로 ‘낙수 효과’라는 것도 비슷한 뜻이다. 부자들이 먹고 남는 밥이 있을 때 굶는 자에게 이를 던져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혜도 거지 떼에게 부자들이 ‘동냥하는 수준’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봤다.

어쨌든 박 당선인이 내세운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규모는 135조원에 이른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대다수의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아니면 부자 등 ‘여윳돈이 있는’ 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이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부가세냐 부유세냐의 논란이 가진 함정이다. 보편적으로 거둬들일 것인가 선별적으로 걷을 것인가는 문제가 될 수가 없고,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의 대상은 인간적 삶의 기초수준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서 그 복지의 재원으로 삼는다고? 기초수준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초수준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돈을 걷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어찌 하든 공약수치만 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지난해 연말 대선 이전부터 최근까지 일관되게 ‘부가세 인상론’을 펴고 있는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강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라며 “우리나라만큼 낮은 부가세율(10%)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으며, 부가세율을 2% 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15조원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부가세의 평균 부가세율은 어떻게 낸 것인가. 아마도 OECD 나라들의 부가세율을 합산한 총액을 나라 수로 나눈 것인 듯하다. 인구나 GDP가중치를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평균 부가세율 18.5%는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OECD 제국 가운데 인구나 부가가치생산(=GDP)이 가장 많은 미국은 부가세가 없고 둘째로 많은 일본은 부가세가 우리의 절반인 5%다. 인구도 이들 두 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많다.

 
우리나라밖에 낮은 부가세율 10%를 적용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는 주장이다. 부가세율 2%포인트만 올려도 15조원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말도 뭔가를 일부러 빼고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2011년 부가세수는 54조원이었다. 수출대기업에게 0세율을 계속 적용한다는 전제를 두고 내수사업자의 부가세율을 2% 인상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15조원쯤 된다.

주로 재벌기업인 수출사업자들에게 부가세를 아예 걷지 않고 내수사업자들이 생산한 부가가치에 대해서만 기본세율을 10%에서 12%로 인상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정말 나쁜 반복지적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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