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넘는 유사소송 영향 미칠까 은행권 긴장

▲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단독 엄상문 판사는 20일 장모씨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 75만1750원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고객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는 은행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단독 엄상문 판사는 20일 장모씨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 75만1750원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엄 판사는 대출거래약정서와 근저당권 설정계약서 부담 주체란에 수기 표시가 없는 점을 근거로 들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근저당권 설정비는 등기비, 법무사·감정평가 수수료 등 담보대출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60~70만원정도가 든다. 그동안 이 비용은 관행적으로 대출자가 부담해왔다. 그러나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토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상황이 바꼈다.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5만여명의 고객이 집단으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신협이 패소한 예는 있지만, 은행을 상대로한 소송에서 대출자가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초 선고된 15건의 관련 소송에서 모두 이겼고, 이 가운데는 이번 사건처럼 계약서상에 수기 표시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권은 이번 판결로 다시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대출 과정에서 근저당권 설정비를 고객에게 부담시킨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소송 판결이 줄줄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약서 상 설정비 부담 주체에 대한 수기 표시가 없었지만 지금까지 계속 은행이 승소한바 있다”며 “앞으로 있을 선고에서도 은행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같은 판결로 고객들과 법정 싸움을 벌이는 기간이 길어지고 집단소송이 남발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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