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간장이 주력인 샘표는 커피 브랜드를 론칭했다가 실패했다.
비데회사가 비데 브랜드가 달린 전기밥솥을 론칭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한 사례가 있다. ‘먹고 싸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임에는 틀림없지만 한편으론 어처구니없는 브랜드 확장 전략이다. 반감을 살 수 있어서다. 빈번한 브랜드 확장,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자가 자사 브랜드를 확장하는 이유는 하나다. 브랜드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광고 등에 투입되는 마케팅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거다. 잘 알려져 있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기존 브랜드를 새 제품에 붙이면 새로운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소비자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브랜드 차원에서도 브랜드 확장은 매력적이다. 성공적인 브랜드 확장은 모母 브랜드의 자산을 강화해준다. KT&G의 경우 ‘ES SE 순’에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이라는 콘셉트를 입혀 ‘남다른 여유로움’을 지향하는 ESSE 브랜드 자산을 강화했다. 반면 브랜드 확장은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브랜드 확장이 실패하면 모 브랜드가 희석되는 피드백 효과가 나타난다. 사골 육수를 사용한 웰빙 라면 ‘신라면 블랙’이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브랜드 자산을 강화해 줬을까. ‘100% 보리 맥주’를 지향한 ‘하이트 프라임 맥주’가 하이트 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줬을까.

그럼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모 브랜드와 새 제품 사이에 유사성이 높아야 한다. 유사성은 속성 유사성, 기술전이성, 보완성, 브랜드 콘셉트의 일관성 등 네가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속성 유사성은 기존 브랜드의 핵심 속성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친환경 콩으로 만든 풀무원 두부에서 풀무원 콩나물로 확장한 사례가 여기 해당된다.

기술 전이성은 올림푸스처럼 내시경을 만드는 초정밀 광학기술의 전문성을 디지털 카메라로 옮기는 것이다. 보완성은 질레트 면도기와 면도 크림처럼 사용 상황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효과적이다. 브랜드 콘셉트의 일관성은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를 확장제품에 전이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브랜드 확장은 실패

둘째, 모 브랜드와 확장하고자 하는 제품 사이에 유사성이 떨어지면 징검다리 확장, 서브 브랜딩, 대표 브랜드 확보 후 확장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피자를 론칭하려 한다면 징검다리, 즉 삼성 가스오븐레인지로 단계를 확장해 삼성 피자를 론칭할 수 있다. 정수기 브랜드 웅진코웨이는 비데 제품으로 확장하면서 ‘룰루’라는 서브 브랜딩(웅진 룰루 비데)을 사용했다. 존슨앤존스는 베이비 케어 카테고리에서 대표성을 확보한 후 성인 제품으로 확장했다.

셋째, 어떤 브랜드가 특정 카테고리를 대변하거나 그 연상이 너무 강해 다른 영역으로 확장을 방해한다면 신규 브랜드를 고려할 수 있다. 탄산음료의 대표 브랜드인 코카콜라, 피로회복제의 대명사인 박카스는 브랜드 확장이 곤란하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가진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카콜라는 브랜드의 전형성이 강해 이온 음료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인 파워에이드로 시장에 진입했다.

두 개의 대표적 식품 기업의 브랜드 확장 사례를 살펴보자. 풀무원은 친환경 두부 브랜드로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풀무원은 ‘친환경 두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브랜드 확장이 어려웠다. 결국 풀무원은 ‘친환경 두부’가 아닌 ‘바른 먹거리’로 브랜드 콘셉트를 재정립해 콩나물•두유•우동•김치•고추장까지 브랜드의 확장 범위를 확대했다. 반면 샘표는 자사의 브랜드가 간장 브랜드라는 걸 잊고, 샘표 커피로 브랜드 확장을 시도했다. 샘표 커피는 ‘짠맛이 날 것 같은 커피’의 부정적 연상이 제기돼 유사성 확보에 실패했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브랜드 확장은 모 브랜드가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을 때 가능한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 큰 집을 짓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문패만 새로 단다고 내 집이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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