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 입맛 사로잡은 오리온

오리온 과자가 외국인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들이 보는 책자와 인터넷 사이트에는 오리온 과자를 꼭 사라는 조언이 담겨 있다. 일본인은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중국인들은 브라우니을 비롯한 오리온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한다. 이들 구매 패턴이 다른 이유는 오리온의 ‘같이 또 다른’ 전략에 있었다.

▲ 오리온 제품이 진열돼 있는 과자 코너에는 항상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번화가 신사이바시心斎橋 지역에 있는 한 패밀리마트의 초콜릿 진열대. 일본 최고의 과자업체 메이지사社의 인기 초콜릿 ‘멜티키스’ 시리즈와 ‘밀크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그런데 바로 옆 칸에 낯설지 않은 제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4개 들이)’다. [※ 참고: 브라우니는 오리온의 프리미엄 웰빙 과자브랜드 ‘마켓오 시리즈’ 중 하나다. 마켓오 시리즈에는 워터크래커•초코크리스피 등이 있다. 독자 편의상 마켓오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브라우니라고 표현한다. 브라우니는 진한 초콜릿 케이크로 보면 되는데 케이크보다는 질감이 딱딱하고 쿠키보다는 부드럽다.]

브라우니 앞세워 일본시장 뚫어

놀랍게도 초콜릿 진열 선반 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다. 낱개로 계산했을 때 하나당 120엔,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300원가량이다. 국내에선 한 개당 600원에 팔린다. 국내에서 살 때 개당 700원이 싸다.

# 2월 19일 오후 8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서울역 롯데마트를 찾았다. 매장 1층 과자 진열대 통로로 들어서자마자 케이크 상자를 떠올리게 하는 ‘브라우니(24개 들이)’와 ‘참붕어빵(18개 들이)’ 기획제품이 눈에 띈다. 옆으론 다른 오리온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다른 코너와 달리 중국인과 일본인이 바글바글하다.

 
2만원 가까이 하는 브라우니 기획팩을 몇상자씩 카트에 담고 있는 이들도 많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일본인 관광객의 브라우니 매출액은 월 2000만원에 달한다. 중국인 관광객은 브라우니를 비롯해 오리온의 참붕어빵과 마켓오 초코크래커를 많이 찾는다. 대형마트뿐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지하식품관에도 다양한 패키지의 브라우니가 곳곳에 진열돼 있다.

브라우니를 비롯한 오리온 제품이 중국ㆍ대만ㆍ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오리온은 지난해 10월 브라우니 제품 두께를 30%가량 늘리고 포장을 고급스럽게 바꿨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것도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기존에 없던 선물용 패키지 상품도 내놓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기념품 수요를 노린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이 마켓오 제품을 많이 구매하다 보니 이들을 겨냥한 패키지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 하나. 오리온 제품을 유독 선호하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의 구매패턴이 조금 다르다. 일본인은 브라우니를 집중 구매한다. 중국인은 마켓오 시리즈의 제품들을 다양하게 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인ㆍ일본인 가릴 것 없이 오리온의 마켓오 시리즈가 인기가 가장 많다”며 “일본인의 경우 한국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브라우니가 특히 인기고, 중국인은 브라우니를 비롯 참붕어빵 등 오리온 제품을 골고루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본인ㆍ중국인 관광객의 구매패턴이 다른 것은 오리온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2010년 일본에 브라우니를 내세워 진출했다. 그동안 한국을 찾았던 일본인 관광객의 입을 통해 브라우니의 명성이 높아지자 오리온은 일본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 백화점ㆍ편의점ㆍ드러그스토어에도 브라우니를 납품했다. 브라우니는 현재 일본 대부분의 유통채널에서 팔리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2010년과 비교하면 일본에서의 브라우니 판매성장률은 660%에 달한다”며 “중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브라우니 선호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브라우니를 일본인이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맛’이 좋아서다. 일본에선 보기 힘든 맛이라는 호평까지 나온다. 일본의 가정주부 오카모토씨는 “일본 인터넷 드라마 모임 채팅방에서 브라우니를 알게 됐는데 고풍스러운 제품포장과 부드럽고 촉촉한 맛에 반했다”며 “한국에서 살 때보다 조금 비싸지만 손님 접대용으로 차와 함께 내놓으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스트코에서 브라우니를 샀다는 한 외국인 식품 리뷰 전문 블로거는 “일본의 웬만한 베이커리숍에서 살 수 있는 일반 브라우니보다 맛있다”고 전했다.

오리온의 ‘재고 제로 전략’도 브라우니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회사 관계자는 “브라우니의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려면 수분 함유량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품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물량을 철저하게 조절해 재고가 쌓이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팔리는 브라우니의 가격이 다소 비쌈에도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왔을 때 브라우니를 ‘사재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어서다.

브라우니를 편애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인은 오리온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켓오 시리즈’를 좋아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퉁리는 “오리온은 초코파이로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라며 “한국에는 중국에 없는 ‘마켓오 시리즈’ 제품이 많아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저한 재고관리로 최고의 맛 유지

 
오리온이 브라우니를 앞세워 일본시장을 뚫었다면 중국시장은 1993년 현지에서 출시된 초코파이가 선봉 역할을 했다. 초코파이 인지도가 높아지자 자일리톨껌ㆍ오!감자고래밥ㆍ초코송이 등 후속제품을 줄줄이 중국시장에 내놨다. 이런 ‘순차적 진출전략’으로 오리온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오리온은 현재 중국시장에서만 연 1조원을 벌어들인다. 국내매출보다 많은 규모다. 오리온 관계자는 “일본과 달리 중국에선 오리온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며 “브랜드가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마켓오 제품 역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 기간이었던 올 2월 9~2월 14일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 10위 중 4개 제품이 오리온 제품이었다. 중국인 사이에서 오리온 브랜드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잘 보여주는 통계다.

유통전문가들은 해외시장 진출전략을 말할 때 늘 ‘현지화’를 언급한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이 능사는 아니다. 해외시장의 특성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현지화 전략보단 시장에 특성에 맞춰 진출전략을 짜는 게 더 중요하다. 오리온의 ‘따로 또 같이’ 해외진출 전략이 교본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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