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5] 복지재원 마련 방안 손익계산서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세금누수방지•공공부문경비절감•간접증세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로만 복지재원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섣불리 개선했다간 조세저항에 부닥치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결국은 ‘증세가 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담뱃값 인상을 내용으로 한 새누리당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담뱃값을 기존보다 2000원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담뱃값을 너무 많이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김 의원은 “조금씩 올리면 금연 확대에는 도움이 안 될뿐만 아니라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며 “2000원쯤 대폭 올려야 흡연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안의 목적이 흡연인구를 줄여 국민건강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40조원 확보 꼼수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직접적인 세금징수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커서다.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금누수방지(국세감면혜택 축소 등)•공공부문 경비절감 등이 있다.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를 확대해 거둬들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직접 증세’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카드가 효과적인 재원마련의 도구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비과세•감면 등 국세감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국세감면액 규모는 약 30조원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에는 약 150조원의 국세감면액이 발생할 전망이다. 조세연구원은 국세감면액 중 10%의 비과세•감면혜택만 줄여도 5년간 약 15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러나 국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상당수의 국세감면 조항이 서민지원을 명분으로 삼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세감면은 중소기업•농민•서민에게 두루 해당된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을 줄이면 서민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비절감은 다른 분야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불필요한 행정경비

 

를 절감하고 효율적인 사무관리를 행하는 일이 가능해서다. 새누리당은 공공부문행정개혁 등을 통해 5년간 약 5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의지만으로 그런 천문학적 경비절감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간접증세는 가장 효율적인 복지재원 확보수단이다. 담뱃값 인상을 예로 들면, 2000원 인상에 따른 추가세수는 연간 8조~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누리당의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 인상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4% 인상된다. 지방교육세와 부가세도 함께 인상된다.

2011년 기준 연간 담배판매량은 약 44억갑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년간 추가로 마련될 세수는 40조~45조원이다. 박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13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약 3분의 1이 해결되는 셈이다.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도 복지재원 마련이 한결 수월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제언보고서’에서 “한국의 현행 부가가치세율(10%)이 OECD 국가평균 18%보다 훨씬 낮아 올릴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은 섣불리 쓸 수 없는 카드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특히 부가세 등 간접세를 인상하면 강한 조세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담뱃값 인상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이 “평생 먹을 욕 이번에 다 먹었다”고 혀를 내두르는 게 엄살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부가가치 납부방식’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온다. 구매자가 직접 부가세를 내는 ‘매입자 납부제도방식’을 통해 부가세갭을 줄이자는 것이다. 부가세의 체납비율은 11.3%에 달한다. 소득세(9%)•법인세(2.6%)보다 높다. 이에 따라 이론적 부가세 징수액과 실제 징수액의 차이(부가세갭)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증세 없는 세수확보 방안’ 자료에 따르면 부가세갭 비율이 17.8%나 된다. 금액으로 치면 11조2000억원이다. 매입자 납부제도 방식을 도입하면 연간 최대 7조1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조세연구원의 계산이다. 하지만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하면 영세 자영업자 등 간이납세자의 세부담은 늘어나고 대기업의 납세의무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은근슬쩍 수정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4대 중증질환 ‘완전보장’은 ‘필수 의료 분야’만 지원하는 것으로 범위가 줄어들었다.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 100%를 지원한다는 약속은 ‘50% 지원’으로 절반이 날라 갔다. 빚 청산용 행복기금과 반값등록금 시행은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논란이 가장 큰 것은 기초연금이다. 박 대통령은 애초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초연금을 구상했다. 하지만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끌어다 쓰는 구상안을 내놨다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당황한 정부는 “국민연금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 구상안을 다시 내놨다.

직접적인 증세가 해결책

하지만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다시 말해 생활이 비교적 안정적인 노인이 더

▲ 박근혜 대통령이 노인들에게 약속한 기초연금지급은 최근 상당 부분 수정됐다.

 많은 지원금을 받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국민행복연금의 애초 취지가 ‘어려운 사람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것’이었던 만큼 앞뒤가 안 맞는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성향이 전혀 다른 기금인데 둘을 억지로 섞다 보니 이런 역진적 구조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복지논란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직접증세’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김광두 국가미래전략연구원장은 3월 6일 라디오에 출연해 “도저히 (복지재원 문제를)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국민에게 애로사항을 말할 수도 있다”며 “ 복지를 계속하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에둘러 표현했다. 증세의 방법에 대해 김 원장은 “당연히 소득과 부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증세 없는 복지론, 박근혜 대통령의 딜레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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