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차익에 14% 세율 매기면…

▲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장단점이 있지만 점진적으로 개선하면 단점을 줄일 수 있다.
증권거래세. 주식 투자에서 이득을 보든 손실을 내든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난다. 증권거래세를 주식양도차익 과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소득에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방안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것은 2011년 말이다. 당시는 미국의 ‘버핏세 논란’으로 부자증세 논의가 한창이었다. 게다가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자산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식부자에 대한 과세 논의는 실제로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넓히는 법령 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이 상장주식 거래로 거두는 이득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주식 거래에만 증권거래세를 매기고 있다.

홍범교•김진수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자본이득과세제도 정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코스피와 코스닥 증권시장에서 거둔 증권거래세는 모두 3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거래세 대신 주식양도차익에 14% 세율로 과세할 경우 코스피에서 13조4000억원, 코스닥에서 5조6000억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이득 본 사람만 세금 낸다’는 조세형평성에도 맞고, 부족한 복지재원 충당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거란 얘기다.

물론 문제도 있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을 때 주식매매 이득에 과세를 하면 주식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실현되면 오른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팔지 않고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손실을 보는 투자자라면 세금을 안 내도 되니까 좀 더 쉽게 주식을 팔게 된다. 결국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세수 측면에서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커지고 주식투자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세금이 많이 걷히지만, 주가가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쪼그라들면 세수도 크게 줄어든다.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힘들다. 증권거래세를 걷는 것보다 세수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시장 혼란 줄이며 천천히 바꾸면 득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금을 부과하려면 일단 1년 동안 투자자 한 명이 주식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과 손실을 모두 계산한 뒤 과세금액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통계가 한 번도 작성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식양도차익 과표를 계산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시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율을 정하는 것도 어렵다.

대만은 1989년 주식양도소득 과세를 도입했다가 도입 1년 만에 폐지했다. 시행 석달 전에 전격적으로 시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서다. 반면 일본은 1961년에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하고 1989년 제도가 완성될 때까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해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단 거다.

박 대통령이 ‘증세 없다’고 못 박은 지금은 주식양도차익 과세 문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주식부자에 대한 과세를 직접 언급한 적이 있고, 해당 보고서가 나온 조세연구원 수장인 조원동 전 원장이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만큼,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카드인 건 분명하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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