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외국계 유통채널 규제방법

국내 대형 유통채널을 규제하는 법안이 나왔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후유증이 크다. 국내 유통채널만 규제하는 이 법의 허점을 외국업체가 파고들고 있어서다. 대형 유통채널이 골목상권에 진입할 때 파급효과를 따져보는 ‘사전조정심의제도’를 적극 활용할 때다.

▲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사업성이 있으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게 이들의 생리.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시장에서 밀리면 끝이고, 인정받으면 생존이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냉엄한 진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에 진입하는 걸 비판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장논리가 항상 옳은 건 아니다. 특히 영세업자가 삶을 영위하는 골목상권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해외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과 자웅을 겨뤄야 하는 국내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침투하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수출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대기업이 굳이 자영업자가 일궈놓은 생태계를 짓밟을 필요가 무어냐는 주장이다. 한국 정치권이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유통법에 따르면 대규모·준準대규모 점포는 영업시간 제한(오전 0시~오전 10시)과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받는다. 이 법은 타당한 측면이 많다. 대형마트는 골목상권에 있는 슈퍼마켓과 100% 동일한 제품을 판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1+1행사·세일이벤트·배달서비스까지 한다. 자금력도, 마케팅 수단도 부족한 동네 슈퍼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0년 300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이 주변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결과를 보면, 영세 슈퍼마켓 하루 평균 매출액이 129만원에서 85만원으로 줄었다. 일일 평균 고객 수도 128명에서 81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동네 슈퍼마켓이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새 유통법은 문제가 있다. 국내 대형마트와 달리 외국계 유통채널은 규제할 수 없다. 특히 외국계 유통채널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국내 대형마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일방적인 규제는 또 다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 유통채널을 무조건 막기만 하면 ‘유통 선진화’를 꾀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상생의 섭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유통학과 교수는 “진짜 문제는 대형 유통채널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하기 힘든 환경이다”며 “대형 유통채널이든 동네 슈퍼든 공정경쟁할 수 있는 기준과 룰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대형 유통채널이 때만 되면 펼치는 덤핑 판매·불법 판촉 활동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자는 것이다. 사업심의조정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내든 외국계든 대형 유통채널이 골목상권에 진입할 때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경제적으로 분석하자는 것이다. 만약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면 진입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보하면 된다. 일본처럼 골목상권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업체와 기존 업체가 대화를 통해 공조 여부를 타진하는 절차를 법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규제하고, 스스로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대형마트 규제했더니 외국계 유통채널이 득세하는 일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생노력이라는 얘기다.
이기현 기자 lk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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