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골목상권 살리는 두가지 방법

대형 유통채널 규제책을 두고 말이 많다. 최근에는 외국계 유통채널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형 유통채널 규제책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두가지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 하나는 ‘가지치기’, 다른 하나는 ‘거름주기’다.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언급하기를 꺼린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가지치기’와 ‘거름주기’ 두가지가 선행해야 한다. 전통시장이 정체성을 찾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없어서는 안될 것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지치기는 전통이 없는 상품을 중장기적으로 배제하는 걸 말한다. 바꿔 말해 제품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전통시장은 어떤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 대형마트 규제책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

캐나다 밴쿠버의 퍼블릭 마켓 ‘그랜빌 아일랜드’를 예를 들어보자. 이곳은 과거 중소 공장들이 모여 있던 공장지대였다. 이후 재개발을 통해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랜드 아일랜드의 경쟁력은 콘텐트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품과 상점으로 가득하다.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숍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맛집’으로 통한다. 월마트 같은 유명 대형마트에서도 찾기 어려운 수십년 전통의 치즈가게뿐만 아니라 몇 대째 내려오는 수제소시지 가게, 생선가게도 있다. 하물며 꽃집까지 있다.

소비자들은 이들을 방문하기 위해 먼 곳에서도 그랜드 아일랜드를 기꺼이 방문한다. 전통이 있어 전통시장이 아니라 전통이 있는 상품과 그를 파는 상점으로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그랜드 아일랜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전통시장이 지켜야 할 전통은 형식 아니라 상품 자체에 ‘전통’을 주입하는 것이다. 규제만 믿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상품을 똑같이 팔아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대형마트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팔아서다. 거기에 쾌적한 쇼핑환경까지 제공하니 소비자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팔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대형마트가 유명 브랜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전통시장은 ‘개인 브랜드숍’으로 거듭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 브랜드숍은 장신구나 옷을 파는 곳이 아니다. 전통시장에 다른 곳에 없는 콘텐트가 있으면 저절로 경쟁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 상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하게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거름주기’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전통시장 하면 낙후된 공간으로 기성세대가 장을 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주 남부시장은 조금 다르다. 이곳에 가면 청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카페 등이 모인 ‘청년몰’이 있다. 이들은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끌어 모으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거름주기의 일환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단기처방에 불과하다. 가지치기와 거름주기를 통해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골목상권도 바꿀 수 있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 jonghyuk@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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