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 공사 수주

2010년 11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중소건설업체 W건설의 2대 주주에 올랐다.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10개월 만이다. 힘을 모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다른 건설사에 돈을 베팅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W건설은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공사를 수주 받았다. 금호 측은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럴해저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무미건조한 숫자는 거짓을 품지 못한다. 한번 찍힌 숫자는 국가•기업•사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 숫자 하나가 있다. ‘102.1%(-2.1%)’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다. 지난해 말 93.7%에서 8.4%포인트 더 늘었다. 100%가 넘었다는 건 자본금 전액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금호산업은 거래소 상장기업이다. 당연히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에 조만간 제출될 ‘2012 사업보고서’에서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이 회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채권단은 투자금액 회수가 어려워진다. 워크아웃 절차에도 차질이 생긴다. 건설업계 안팎에 ‘금호산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 이유다. 경쟁 건설사를 흠집 내려는 ‘악성 루머’가 아니었다. 실적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법 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매출 1조4996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보다 1800억원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42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이었다. 금호산업으로선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는 게 먼저였다. ‘감자減資’를 추진했다. 자본금을 줄여 자본잠식률을 떨어뜨리겠다는 계산에서였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현재 7대1 감자절차를 밟고 있다”며 “감자가 마무리되면 관리종목 지정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주관사인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7대1 감자에 성공하면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2013년 1분기 44.3%, 2013년 말 24.3%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걱정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모래 위에 세운 초석이 쉽게 무너지듯 금호산업 주변엔 ‘위기를 부르는 징후’가 적지 않다. 금호산업의 기둥뿌리를 뽑을 수 있는 뇌관이 많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천 ‘리첸시아’ 미분양 사태다. 금호산업은 2012년 1월 부천의 ‘미래 랜드마크’로 불리는 리첸시아를 준공했다. 지상 66층, 높이 228m의 대형 주상복합건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분양이 신통치 않았다. 평당 1960만원에 달하는 높은 분양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준공 후 평당 1485만원으로 낮춰(할인) 분양을 꾀하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엔 역부족이다. 2012년 11월 현재 662세대(아파트 572세대•상가 90세대) 중 337세대가 미분양 상태다.

비협약채권 문제 골머리 썩여

분양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금호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2350억원으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사미수채권은 2072억원에 이른다. 현재로선 직격탄을 피하지 못할 듯하다. 할인분양으로 미분양 물량을 100% 털어내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금호산업의 부활을 막는 장벽은 또 있다. ‘비협약채권’이다. 이는 워크아웃 협의•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갖고 있는 채권을 말한다. 쉽게 말해 워크아웃과 무관한 금호산업의 ‘빚’이다. 워크아웃에 돌입할 당시 금호산업의 비협약채권 규모는 9616억원이었다. 그중 4598억원은 상환됐고, 784억원은 출자전환됐다. 남아 있는 비협약채권은 4234억원(2012년 11월 현재)이다. 이 가운데 2013억원은 금호 계열사의 몫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워크아웃의 공동책임을 물어 ‘출자전환’ 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아시아나사이공 유한회사(아시아나사이공•590억원)와 금호트러스트(900억원)가 갖고 있는 1490억원 규모의 비협약채권이다. 두 채권은 우리은행이 신용공여를 한 탓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쉽게 풀어보자. 아시아나사이공은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시장에 유통해 만든 590억원을 금호산업에 빌려줬다. 만기는 2013년 2월 19일로 종료됐다.

[※ 참고 : 금호산업이 상환을 못했기 때문에 신용을 공여한 우리은행이 대신 갚았다. 그렇다고 금호산업의 채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금호산업은 590억원을 우리은행에 상환해야 한다.] 금호트러스트는 금호산업의 회사채를 시장에 발행해 900억원의 자금을 모아 금호산업에 대여했다. 만기는 올 4월 4일. 이 채권 역시 우리은행이 신용공여했다.

▲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100%가 넘었다. 완전자본잠식이다. 이 기업은 과연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을까.
금호산업은 두 비협약채권이 ‘출자전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돈을 갚을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 내부자료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금호산업이)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대승적 차원에서 출자전환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워크아웃의 기본정신인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비협약채권이 출자전환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신용을 공여한 우리은행은 강경하다. ‘출자전환은 없다’는 스탠스를 고집하고 있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밀어붙일 수도 없다. ‘형평성 차원에서 우리은행이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비협약채권은 산업은행의 주장처럼 ‘형평성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워크아웃과 무관한 채권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판례도 있다. “… 워크아웃 절차를 주도하는 채권금융기관이 아닌 금융기관은 워크아웃 절차와 관계없이 워크아웃 대상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이행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다22292].”

굳이 어려운 판례까지 꺼낼 필요도 없다. 워크아웃 이후 출자전환된 금호산업의 비협약채권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산업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준’ 시중은행에게 출자전환을 강요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억울함을 내비쳤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때 개인의 비협약채권은 1240억원에 달했다. 금호산업은 그중 959억원을 상환했고, 173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원칙도 현금상환 80%, 출자전환 20%였다. 특히 20%를 출자전환할 때 시가의 20% 수준으로 할인해줬다. 개인에겐 큰 혜택을 준 것이다. 그런데 우리(우리은행)에겐 전액 출자전환하라고 말한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소리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두 비협약채권을 출자전환하지 않는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한지 3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룹 안팎엔 어두운 구름이 가득하다.
사실 우리은행이 비협약채권을 두고 강경노선을 걷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언급했듯 아시아나사이공은 우리은행의 신용공여로 금호산업에 돈을 대여했다. 금호산업은 이 돈을 금호아시아나플라자(KAPS•캡스)의 자본금을 마련하는 데 썼다. 캡스는 베트남 호치민 중심가에 있는 현지법인이다. 호텔•사무실•아파트•상가 용도의 복합건물 ‘아시아나플라자’를 임대•운영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호산업이 캡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1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금호산업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면서 캡스 지분 50%(약 721억원)를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한 것이다. 그 결과 금호산업의 순자산은 1000여억원이 늘어났고 현금 700여억원을 확보했다. 아시아나사이공이 ABCP를 발행해 만든 509억원을 받아 캡스의 지분을 만들고, 이 지분을 팔아 금호산업의 금고를 채운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2013년 시무식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국민에게 지탄받지 않는 기업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캡스 지분을 매각해서 만든 돈으로 (우리은행에) 채무를 변제하기는커녕 다시 금호산업에 넣었다. 돈을 빌려주기 위해 도와준(신용공여) 우리은행은 되레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유동성 논란 심해지는 금호산업

이 사례는 중요하다. 금호산업의 유동성 위기가 얼마만큼 심각한 지 잘 보여줘서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캡스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 금호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The Scoop가 입수한 산업은행 내부자료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

“… 캡스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 ‘먹튀논란’이 제기돼 인허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캡스를 금호그룹 계열사(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해야 상대적으로 인허가가 용이하다….” 금호산업에 유동성을 빨리 공급하기 위해 인허가가 쉬운 아시아나항공을 점찍은 것이다. 산업은행의 무리수가 읽히는 부분은 또 있다. “…

▲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플라자(KAPS) 지분 50%를 700여억원에 매입했다. 금호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KAPS 지분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캡스 장부가액이 62억원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고가로 인수할 때 배임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명분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 참고 : 캡스 지분 50%는 아시아나항공이 700여억원에 샀다. 예상대로 고가인수 논란이 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이 캡스 지분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면 공정거래법(제23조 제1항 제7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지분률 30.08%•2012년 9월 기준)다. 금호 관계자는 “캡스의 가치평가는 한영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이 복수 평가한 결과”라면서 고가매각 논란을 일축했다. 일단 이 문제는 여기서 접는다. 고가인수논란은 조금 더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수백억원을 들여 캡스지분을 인수할 만큼 여유가 있었느냐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시원치 않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1년보다 61%나 감소한 1325억원에 그쳤다. 부채는 4조7338억원으로 늘어났다. 경제개혁연대가 ‘아시아나항공의 캡스 지분 인수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캡스 지분 50%, 아시아나에 왜 팔았나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무엇보다 캡스 지분을 살 만한 사정이 아니었다”며 “캡스 지분 고가 매입논란은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어려운 계열사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캡스 지분을 매입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며 “올 설 때 기본급여의 50%가 특별장려금 명목으로 나왔는데, 직원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꼼수로 해석된다”고 날을 세웠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며 “금호산업이 보유하던 캡스 지분을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함으로써 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금호산업의 당면과제는 곳간 메우기였다. 산업은행이 명분까지 만들어가면서 캡스의 지분을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상한 게 있다. 금호산업은 캡스 지분 50%를 굳이 팔지 않아도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금호산업은 2011년 11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금호고속 지분(100%)•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대우건설 지분(12.3%)을 묶어 파는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추진했고, 이듬해 6월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의 사모주식펀드(PEF)에 팔았다. 매각대금은 9500억원에 달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당시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자산 매각 덕분에 재도약할 실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9500억원 모두가 금호산업에 투입된 게 아니라는 거다. 95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은 PEF에 재출자됐다. 금호산업은 그 대가로 금호고속 지분 10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과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금호산업은 자본잠식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익명을 원한 채권단 관계자는 “1500억원을 재출자할 정도로 금호산업의 사정이 괜찮았는 지 의문”이라며 “1500억원을 재투자하지 않고 금호산업에 넣었다면 캡스 지분을 무리하게 팔지 않아도 됐다”고 지적했다.

금호산업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한 금호고속은 ‘알짜배기’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패키지 딜이 추진되기 직전인 2011년 11월 30일. 금호산업은 금호고속을 물적분할해 새로운 회사로 만들었다. 금호산업은 비슷한 시기에 금호리조트 지분 50%를 금호고속에 넘겼다. 그 결과 금호고속은 ‘고속+레저’가 합쳐진 기업으로 거듭났다. 금호리조트는 아시아나레저•금호홀딩스(부동산 개발•홍콩 소재)•아시아나클럽웨이하이(골프클럽•중국 산둥 소재)를 거느리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여전히 알짜기업을 보유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유동성이 바짝 마른 금호산업을 되살리기도 바쁜 와중에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은 중소건설업체 W건설에 3억4800만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주식수는 6만9600주, 지분율은 29%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한지 불과 10개월 만의 일이다. 힘을 한데 모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또 다른 건설사에 눈독을 들이고 베팅을 한 셈이다. W건설의 최대주주는 A중견그룹의 차남 B씨로, 지분율은 71%다. 박세창 부사장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A중견그룹과 금호그룹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은 W건설은 건설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던 2011년 창업 1년여 만에 매출 123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억3786만원, 3억9242만원을 올렸다. 특히 W건설은 2011년 워크아웃 중이던 금호산업•금호타이어의 공사도 수주받았다. 해운대마린씨티 신축공사, 아시아나 지하주차장 등이다.

금호산업은 W건설에 2012년 1월 22일부터 8월 22일까지 외상매출채권 5억3249만원을 발행했다. 2012년 8월 22일에는 전자어음 4억8950만원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W건설 홈페이지 주요 거래처 목록에는 금호산업(건설)•금호타이어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W건설에 어떤 특혜도 없었다”며 “지난해 협력업체에 17건의 공사를 줬는데, 그중 1건만이 W건설에 낙찰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W건설이 수주할 땐 재입찰이 진행될 정도로 경쟁이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W건설, 금호산업 협력업체 요건 미달 
 
사실일까. 금호산업의 공사를 수주하려면 먼저 협력업체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요건은 까다롭다. 재무기준은 신용등급 BB- 이상, 현금흐름등급 C- 이상이다. 1군 건설업체 시공실적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K신용평가기관 보고서를 보면 W건설의 신용등급은 CCC+다. 현금흐름등급은 결산일이 2개년 미만이기 때문에 판정이 보류됐다.

K신용평가기관은 W건설 신용평가 요약문에서 “재무기준일 201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건설의 재무기준이 금호산업 협력업체에 등록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W건설에 일감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부당지원행위 조항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제재 대상은 다음과 같다.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가지급•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박 부사장은 W건설에 투자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린듯하다. 무엇보다 지분율을 29%에 맞췄다. 2대 주주지만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지분율이 30%만 넘어도 투자사실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오너 또는 특수관계인이 100분의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최대주주면 계열사 편입•공시해야 한다. 오너나 특수관계인이 기업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등기이사에 등재됐는 지다.

이 경우에는 지분율을 따지지 않는다. 금호 관계자는 “지인이 부탁을 해서 W건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분율이 29%인 것도, 등기이사에 등재되지 않은 것도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삼구 회장이 2013년 경영방침을 ‘솔선수범’으로 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이 솔선수범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그룹 임원 전략세미나에서도 리더의 덕목으로 솔선수범을 뽑았다. 그러나 그가 놓친 게 하나 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 이 말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thescoop.co.kr|@chan4877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